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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내성 작가의 백조의 곡은 상당히 긴 장편소설입니다.
따라서 책리뷰를 하려고 하니 너무 길어서 정리를 할 수가 없어서 동영상 제작용으로 30분정도의 길이로 줄였습니다.
백조의 곡
고영훈은 서른 안팎의 젊은 저널리스트입니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전형적인 도시의 사람입니다.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와 전차의 종소리, 사람들의 발걸음과 거리의 활기가 오히려 그에게는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집니다.
영훈에게는 사랑하는 약혼자가 있습니다.
이름은 한은주.
은주는 한때 영훈과 같은 잡지사에서 일하던 여기자였습니다.
하지만 약혼을 하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결혼한 뒤의 생활을 생각해 양재점에서 재봉 기술을 배우고 있습니다.
영훈은 그런 은주를 좋아합니다.
은주는 생활력이 강하고 총명합니다.
남자의 도움만 바라지 않고 스스로 살아가려는 생각도 분명합니다.
두 사람은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영훈의 직장에 이상한 전화가 걸려옵니다.
젊은 여자의 목소리입니다.
처음에는 영훈도 누군지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러나 여자는 말합니다.
십여 년 전, 영훈에게 뺨을 한 대 맞고 울면서 떠났던 여자라고.
그 순간 영훈은 오래전 기억 하나를 떠올립니다.
백연숙.
영훈의 첫사랑이었습니다.
연숙은 십여 년 전, 가난한 학생이었던 영훈과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에는 현실이라는 벽이 있었습니다.
연숙은 부유한 집안의 딸이었고 영훈은 가난한 학생이었습니다.
연숙은 결국 영훈과의 사랑을 포기합니다.
그녀는 사랑보다 현실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부유한 집안의 남자 김석호와 결혼합니다.
영훈은 그 선택을 원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연숙을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은 끝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전쟁과 해방, 그리고 세월이 흐른 뒤 연숙이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연숙은 삼팔선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온 뒤 삼 년 동안 영훈을 찾아다녔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지금, 종각 앞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영훈은 망설입니다.
현재의 약혼자 은주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래 묻어 두었던 첫사랑이 다시 나타났다는 사실은 영훈의 마음을 크게 흔듭니다.
결국 영훈은 연숙을 만나러 나갑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은주가 나타납니다.
은주는 원래 영훈과 점심을 함께 먹으려고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병환이 좋아졌고, 마침 월급날이기도 했기 때문에 오늘은 자신이 영훈에게 점심을 사 주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직장에 전화를 걸었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영훈이 어떤 여자와 만나기 위해 종각으로 나갔다는 것입니다.
은주는 택시를 타고 종각으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영훈을 만나지 못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영훈을 붙잡습니다.
영훈은 연숙을 만나러 가려던 사실을 숨깁니다.
은주는 곧 눈치챕니다.
하지만 곧바로 화를 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영훈을 데리고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그리고 식사하는 동안 남녀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은주는 남자가 여자에게 돈을 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의 관습을 비판합니다.
여자가 남자의 경제력에 의존하면 결국 남자에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여성이 진정으로 자유롭기를 원한다면 스스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영훈은 그런 은주의 생각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은주는 계속 시간을 끕니다.
왜냐하면 종각 앞에서 영훈을 기다리고 있을 여자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그 여자가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마침내 은주는 영훈에게 묻습니다.
누구냐고.
영훈은 백연숙이라는 옛 연인이라고 말합니다.
은주는 놀랍니다.
하지만 질투하는 여자의 모습만 보이고 싶어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영훈에게 애정은 자유라고 말합니다.
약혼했다고 해서 상대방의 마음까지 묶어 둘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은주는 전차를 타고 떠납니다.
그러나 영훈의 마음에는 불안이 남습니다.
은주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했지만 사실 깊은 상처를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편 영훈은 연숙을 만나게 됩니다.
십여 년 만에 만난 연숙은 예전과 달라져 있었습니다.
세월은 그녀를 성숙하게 만들었습니다.
연숙은 남편 김석호와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녀는 영훈을 다시 만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영훈 역시 연숙을 만나자 오래전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낍니다.
그때의 사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두 사람은 함께 술을 마십니다.
연숙은 울면서 자신이 영훈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고 말합니다.
영훈은 연숙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약혼자가 있다고 말합니다.
연숙은 영훈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자신을 안아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나 영훈은 거절합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은 연숙을 이미 용서했지만, 한은주에 대한 성실한 애정을 배반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연숙은 결국 울면서 돌아갑니다.
영훈은 자신이 옳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연숙에 대한 오래된 감정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생각보다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영훈은 점점 혼란스러워집니다.
한편 은주 역시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영훈에게 실망한 은주는 박인해라는 남자와 가까워지게 됩니다.
박인해는 의사입니다.
그는 과거 은주와 혼담이 있었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박인해는 영훈과 달리 매우 성실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입니다.
은주에게 무리하게 자신의 감정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저 은주가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은주는 박인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과 결혼한다면 평온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영훈을 잊지 못합니다.
그 무렵 연숙에게도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옵니다.
남편 김석호의 실체가 더욱 분명해집니다.
김석호는 영훈의 직장인 신여인사의 사장이기도 합니다.
연숙은 남편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결국 김석호와의 결혼생활을 정리하려는 마음을 굳힙니다.
그런 가운데 영훈과 연숙의 관계는 다시 한번 흔들립니다.
영훈은 연숙에게 끌립니다.
연숙 역시 영훈을 다시 놓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결국 선을 넘고 맙니다.
영훈은 자신이 은주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십 년 넘게 마음속에 남아 있던 연숙의 환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것입니다.
연숙은 다시 행복을 꿈꿉니다.
영훈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훈의 마음은 갈수록 복잡해집니다.
그는 자신이 연숙을 사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십여 년 동안 마음속에 간직해 온 첫사랑의 환영을 사랑하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반면 은주는 영훈에게서 멀어집니다.
영훈은 은주를 잃어버리고 나서야 자신에게 은주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이었는지를 깨닫기 시작합니다.
그때 박인해가 영훈을 찾아옵니다.
영훈은 박인해를 자신의 연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박인해가 찾아온 이유는 뜻밖입니다.
박인해는 자신이 은주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은주가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훈에게 은주를 만나 보라고 말합니다.
은주가 지금 얼마나 불행한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훈은 처음에는 박인해를 의심합니다.
그러나 박인해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조금씩 그의 진심을 이해합니다.
박인해는 은주를 차지하려고 영훈과 싸우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희생하려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것은 영훈에게 큰 충격이 됩니다.
그제야 영훈은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닫습니다.
그는 은주를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은주는 영훈을 피합니다.
영훈은 길거리에서 은주를 발견하고 뒤쫓습니다.
은주는 달리고 또 달립니다.
영훈은 결국 은주를 따라잡습니다.
두 사람은 창경원 근처까지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영훈은 은주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합니다.
용서해 달라고 쉽게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자신 때문에 상처받은 은주의 마음을 어떻게 보상할 수 있는지 알려 달라고 합니다.
그는 은주에게 벌을 달라고 말합니다.
은주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감수하겠다고 합니다.
그때 박인해가 나타납니다.
박인해는 두 사람에게 작별을 고하고 먼저 떠납니다.
은주는 박인해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영훈에게 말합니다.
박인해는 정말 훌륭한 사람이라고.
영훈은 대답합니다.
박인해가 자신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고.
은주는 묻습니다.
그렇다면 박인해가 데려오지 않았다면 영훈은 영영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냐고.
영훈은 자신이 무서웠다고 말합니다.
은주를 볼 낯이 없었다고.
그 말을 들은 은주는 마침내 마음속에 숨겨 두었던 진심을 털어놓습니다.
겉으로 뻗대는 사람일수록 속으로는 더 많이 운다고.
그리고 자신은 영훈에게서 용서해 달라는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제야 두 사람 사이에 막혀 있던 마음이 조금씩 풀립니다.
영훈은 은주의 손을 잡습니다.
그리고 다시 묻습니다.
이제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은주는 대답합니다.
죄에 대한 벌을 요구하는 것은 냉혹한 질서일 뿐, 애정은 아니라고.
왜 더 빨리 용서해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자신은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마침내 영훈은 은주를 품에 안습니다.
그리고 은주는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정말 그 여자와는 다시 만나지 않을 것이냐고.
영훈은 대답합니다.
영영 만나지 않겠다고.
그리고 자신은 이미 직장에도 사직서를 냈다고 말합니다.
연숙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기 위해서입니다.
그러자 은주는 영훈의 이마에 난 상처를 손수건으로 닦아 줍니다.
두 사람은 다시 함께 걸어갑니다.
하지만 은주는 곧바로 결혼하자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뜻밖의 제안을 합니다.
둘 다 한동안 독신으로 지내자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고, 서로의 마음이 완전히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입니다.
영훈은 그 말을 받아들입니다.
열흘이 걸릴지, 한 달이 걸릴지, 일 년이 걸릴지 모릅니다.
심지어 십 년이 걸려도 기다리겠다고 말합니다.
은주는 묻습니다.
만약 그 마음이 일생 동안 정리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영훈은 대답합니다.
그렇다면 일생 동안 독신으로 지내겠다고.
은주는 그 대답에 만족합니다.
두 사람은 아직 완전한 부부가 아닙니다.
그러나 이제 서로에게 돌아갈 길을 다시 찾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영훈과 은주만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박인해는 혼자 길을 걸어갑니다.
그는 자신이 사랑했던 은주를 영훈에게 돌려주었습니다.
한때는 은주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는 깨닫습니다.
사랑과 선행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 역시 때로는 자기기만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백연숙도 혼자 집으로 돌아갑니다.
연숙은 영훈을 다시 만났고, 자신의 오랜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영훈은 은주에게 돌아갔습니다.
연숙은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연숙에게는 이제 새로운 삶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영훈과의 관계로 인해 새로운 생명을 품게 된 것입니다.
연숙은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생각합니다.
그것은 그녀에게 또 하나의 현실입니다.
이제 연숙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사랑을 붙잡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앞에 놓인 새로운 생명을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박인해와 백연숙.
두 사람은 서로 만난 적도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두 사람은 같은 방향으로 각자의 길을 걸어갑니다.
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포기했고,
또 한 사람은 사랑을 잃은 자리에서 새로운 생명을 기다리게 됩니다.
그리고 영훈과 은주는 다시 함께 걷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처음으로 돌아간 것이 아닙니다.
상처도, 질투도, 배신도, 후회도 모두 지나온 뒤에 다시 선택한 사랑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사랑은 단순히 누가 누구를 차지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는 것과 놓아주는 것,
과거의 환영을 좇는 것과 현재의 삶을 선택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것 사이에서
인물들은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고영훈은 오래된 첫사랑의 환영을 버리고 현재의 삶을 선택합니다.
한은주는 상처받은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끝내 사랑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백연숙은 자신이 만든 과거의 꿈을 다시 붙잡으려 했지만, 결국 그것이 현실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박인해는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물러서는 선택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네 사람 모두가 각자의 길을 걷습니다.
영훈과 은주는 함께.
박인해는 혼자.
연숙 역시 혼자.
하지만 누구도 처음과 같은 사람은 아닙니다.
특히 영훈과 은주의 사랑은 이제 단순한 약혼이 아닙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서로를 잃을 뻔한 뒤에도 다시 선택한 관계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은
단순한 해피엔딩이라기보다,
수많은 흔들림 끝에 비로소 현재의 삶을 선택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그리고 멀리 떨어져 혼자 걸어가는 연숙의 발길에는 또 다른 삶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 하나가 그녀의 발길에 차여 올라옵니다.
연숙은 그 은행잎을 바라봅니다.
그 잎이 자신의 모습처럼 느껴져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사랑은 지나갔습니다.
꿈도 깨어졌습니다.
그러나 삶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람은 때때로 사랑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살아가야 할 길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것이 이 이야기의 마지막에 남는 쓸쓸하면서도 묘한 희망입니다.
백조의 곡.
아름답지만 슬픈 사랑의 노래는 그렇게 끝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