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님 오시네요.
이런 날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선생님께 전화를 드리지요.
"비가 와도 가야지. 아우님들과 약속도 있는디."
비 온다고 안 하고, 바람 분다고 안 하고, 햇님 쨍쨍하다고 안 하고....
나의 모습이지만 선생님은 늘 한결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도서관에 둘러앉아 선생님 이야기를 청해 듣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비'입니다.
작물을 심어놓고 수확을 할 때까지 온도, 햇빛량, 비가 중요하지요. 비는 일주일에 한 번 오는 것이 적당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주일에 두세 번 오면 햇빛으로 먹여 살려야 하는데 병이 든답니다. 그래도 작물들은 2세를 끝까지 버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후손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지요. 농사는 종합예술입니다. 농민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는 - 햇빛, 건강한 땅, 깨끗한 비 등등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우리 학교에서 먹는 먹거리 수준은 어디에 비교하든 우리가 더 높은 수준이며 최고의 농사라고 칭하십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악조건(주위에서 농약, 차 배기가스 등)을 인정하자 하시네요.
이어서 천지인들이 궁금한 것들을 물어봅니다.
우리 밭은 열매작물을 안 심나요?
감나무는 최소 5번의 농약을, 복숭아는 15번의 농약을, 사과나무는 20번의 농약을, 배는 40번의 농약을 쳐야 한다. 과일나무는 관리하기 힘들다. 농약을 안 치려면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10년을 투자해야한다. 그래서 우리는 제철에 나오는 과일을 먹어야 한다. 수박을 지금 먹으면 독이 된다. 딸기는 내년부터 시도해 볼 수 있겠다.
잡초는 왜 밟아도 잘 크나요?
우리가 먹으려고 키우는 작물과 자연에서 자라는 작물을 비교해서는 안 된다. 잡초는 뿌리가 강하다. 우리가 밟을수록 더 깊이 강하게 뿌리를 내린다. 그래서 농약을 쓰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약에 대한 기준이 까다롭다. 국가에서 통제한다. 친환경 농약은 옛날 사약의 원리를 쓰고 있다. 약을 독하게 치면 작물이 해를 입어 과일 자체에 맛이 없어진다. 2세도 건강하지 못한다.
잔디는 잡초인가요?
잔디는 키워서 사용 목적에 맞게 사용된다. 잔디 사이에 올라오는 다른 작물은 잡초가 된다. 의도한 대로 심었던 것 이외는 잡초가 되는 것이다.
다음 주에는 선생님이 눈 수술로 인해 못 오신다며 감자밭 순이 올라오면 (비닐을 씌워서 비닐 안의 온도는 60~70도까지 올라가서 감자순이 꼬실라진답니다.)비닐을 찢어주는 작업을 해야 한답니다. 그리고 마늘밭에 잡초 제거하기.
오늘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