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소리가 그립다
공립 봉평 어린이집과 평창군 다함께돌봄센터가 우리 교회에서 3개월 동거한 후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간 지 1달이 되었다. 이 두 어린이 교육 기관은 건물 리모델링 공사 기간 동안 봉평교회를 임시 거처로 사용한 후 공사가 끝나자 제 집으로 간 것이다. 공립 봉평어린이집은 2008년 3월 1일에 초록어린이집으로 설립되었다. 당시 최지현 원장을 비롯하여 39인의 시설로 인가받았다. 2018년 3월 1일부터 국공립 교육기관으로 전환되어 정원 60인 공립봉평 어린이집으로 새롭게 출발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다함께 돌봄센터(배영숙 센터장)는 2021년 11월 24일 평창군 1호점으로 개소하여 2022년 1월 3일 초등학교 아동 12명이 입소하였고 5월 31일에는 정원 30명을 채웠다. 이렇게 두 기관은 한 건물 아래 위층을 사용하면서 서로에게 맡겨진 교육적 사명을 성실하게 감당하고 있었다. 건물이 노후 되면서 냉난방 및 편의 시설 보완 등을 위하여 리모델링 공사를 계획하였다. 이에 2023년 8월 12일부터 11월 27일까지 봉평교회에서 임시로 새 살림을 차리게 된 것이다. 당연히 교회는 어린이집과 돌봄센터 그대로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공간을 제공해야 했다. 당분간이라 해도 성전 출입구와 회의실을 사용할 수 없으므로 성도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아무래도 다른 식구가 들어왔으니 감내해야 할 사항이니까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잘 지냈다.
그러나 어린이집과 돌봄센터 담당자는 매일 어린이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며 뛰어다님으로써 조용했던 공간이 시끄러워질 수 있음에 염려가 더 컸다. 아침마다 어린이를 맡기러 오는 학부모들의 빈번한 출입, 이들에게 필요한 물품 반입으로 매일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는 일상, 청소는 담당자들이 한다지만 뒷정리 및 문단속 등 새 식구와 함께 거함으로 오는 일은 감수해야 할 일이었다. 긴 시간이 아니니까 그것도 참으면서 지내다 보면 큰 문제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성전 1층 로비는 돌봄센터 초등학생 어린이들의 활동 공간이 되었고 당초 예상 대로 그들의 떠드는 소리는 매일 장터와 같이 시끄러웠다. 말썽 피우는 아이 없이 조용히 지내던 집에 이런 아이들과의 갑작스러운 동거는 마땅히 겪을 한시적 과제였음이 분명했다. 그렇게 매일 분주하게 지내다 보니 어느 새 약속한 시간이 지났고 그들은 잘 꾸며 놓은 제 집으로 돌아갔다. 그 후 교회도 조용해졌고 이전처럼 안정적으로 제 자리로 돌아왔다. 한 차례의 폭풍이 지나가고 일상의 편안함이 다시 내려앉으며 마음에는 평온함이 찾아왔다. 그러나 어인 일인가? 이상하리만치 썰물이 빠져나간 텅 빈 갯벌처럼, 공연이 끝난 후 관객이 빠져나간 텅 빈 공연장처럼 허전함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게 아닌가? 그 짧은 기간 동안 이 아이들과 정이란 게 붙었나? 돌이켜 보니 장난치며 떠들던 소리는 듣기 싫은 시끄러운 소음이 아니라 생명의 소리였다. 아이를 맡기고 부리나케 직장으로 가는 학부모들의 분주한 방문은 번거로운 일상이 아니라 주의 성전을 찾아오는 생명의 발길이었다. 그들이 떠난 후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음을 새삼 깨달으면서 오는 허전함이었다.
지금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는 기후와 인구 감소다. 기후는 전 세계가 공동으로 겪고 있는 문제로 매우 심각한 증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추위와 더위, 필요한 때에 내리는 이른 비와 늦은 비의 순환 과정은 인간의 삶에 결정적인 필수 요소다. 그런데 이런 정상 가동 순환 장치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연은 지금 고장났다고 곳곳에서 에러 사인(error sign)을 보내고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눈비가 내린다던가, 적당량이 내려야 할 텐 데 분량이 조절되지 않는 등 애를 먹이고 있다. 가뭄과 홍수, 때 아닌 온난 기후로 한 겨울에 피어나는 봄꽃들의 역행은 신기함이 아니라 기후재앙의 서곡처럼 보인다. 인간이 자기 이익을 위하여 화석연료를 과다하게 사용한 자충수다. 지금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곧 종말의 시대를 맞이하고야 말 것이다.
그런데 인구 감소는 OECD 국가 중 유독 우리나라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름하여 인구절벽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지금 전 세계 나라들 중에는 인구제한정책을 펴야 할 정도로 포화상태라고 하는데 정작 대한민국은 인구 절벽시대가 가시화되고 있으니 심각하다. 통계청은 2023년에 0.73명으로 시작한 평균출산율이 0.7명으로 마감한다고 발표했다. 더 참담한 소식은 내년에 0.6명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초등학교 취학 아동이 2023년에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40만 명을 간신히 넘었지만 2024년에는 그 선이 붕괴되고 39만 명 대로 주저앉을 거라고 했다. 이들이 사회 중심축이 될 2050년대 대한민국은 인구감소의 직격탄을 맞이하게 될 것이 예측된다. 우리 시대에 다가오게 될 국가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인구절벽재앙을 극복하여 밝은 미래 국가 건설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할 때다. 이념논리에 빠져서 이를 등한시한다면 우리 후손들의 삶이 너무나 버거울 수밖에 없다.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인구 증가를 실현시킬 사명은 좋은 선조들 만나서 이렇게 풍요를 누리는 후손된 우리가 다음 세대들에게 해야 할 기본적인 도리가 아닐까? 이제 갓난아기 우는 소리, 장난꾸러기들의 떠드는 소리, 말썽쟁이들의 문제 일으키는 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공해요 소음이라고 할 정도로 시끄럽게 해야 한다. 그것이 인구절벽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국가의 천년대계 프로젝트다. 이 일은 하나님이 도와주셔야 하고 너와 내가 한 마음으로 기도할 때 가능한 일이다. 잠시라도 떠들다가 돌아간 그 아이들의 소리가 유난히 그리워진다. “너희는 생육하고 번성하며 땅에 가득하여 그중에서 번성하라 하셨더라”(창 9:7).
송별식사
예쁘게 단장된 공립봉평어린이집 다함께 돌봄센터 건물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평창군다함께돌봄센터
공립 봉평 어린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