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윤동재
숙제 검사를 하던 선생님
늘 숙제해 오지 않는 차돌이에게
오늘은 안 되겠다 벌 받아야겠다고 하자,
차돌이 두 손 싹싹 비비며
벌은 우리 집에도 많으니
선생님, 선생님, 제발 다른 것 주시면 안 되나요?
차돌아, 벌이 어떻게 너희 집에 많으냐?
우리 아버지가 벌을 키우시거든요
차돌아, 벌 말고 오늘은 벌 받으란 말이다!
선생님, 선생님 다음부터는 숙제 꼭 해올게요
저는 벌이란 벌은 몽땅 싫어요
꿀벌 땅벌 말벌 여왕벌 호박벌 모조리 싫단 말이에요
#벌 #꿀벌 #땅벌 #말벌 #여왕벌 #호박벌
첫댓글 살짝 읽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차돌이는 싫다고 마구 악을 쓰는데도 나는 웃음이 나옵니다. ‘벌’은 동음이의어입니다. 우리말로는 한 글자로 된 한 단어지만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이것을 영어로 옮길 때는 같은 단어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두 가지 의미를 나타내는 동일한 단어가 영어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시인의 의도에서 벗어납니다. 무엇보다도 이 동시가 갖고 있는 해학이 사라집니다. 하지만 그래도 방법을 찾아봐야 합니다. 선생님이 ‘벌 말고 오늘은 벌 받으란 말이다’ 라고 외칠 때나, 차돌이가 ‘저는 벌이란 벌은 몽땅 싫어요’ 라고 할 때의 ‘벌’은 같은 단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 문제를 과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