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6쪽 8, 11줄. “그 사람에게는 진정으로 죄악이라고 할 만한 것이 하나 있어요. 그 사람이 어린아이들과 인간들을 죽게 하는 것에 마음속으로 동의했다는 거예요.” 처음에 읽으면서는 그냥 역병에 관한 내용인 줄로만 알았는데 갑자기 사형제도 이야기가 나오니까 ‘이게 뭐지’ 싶었다. 그래서 자세히 파보았다. 그랬더니 인간을 합법적으로 죽일 권리를 법복을 입은 자들에게 위임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서로를 죽음에 몰아넣는 일 따위는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았으며 이것이 자신도 모르게 페스트균을 옮기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거였다.
하지만 나는 평소에 교수형을 실시하는 것에 찬성했다. 그래서 이 같은 부분을 보면서는 뜨끔했다. 그러다 나중에는 진짜로 악하다고 여길 수 있는 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무자비한 학살을 단행한 자들이라고 해 줘서 불편한 느낌이 사라졌다. 정말 ‘휴’ 다행이었다. 어려서부터 범죄자들을 크게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어디 가서 솔직하게 발언을 하지 못했다. 왠지 내가 극단주의자 같이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억울한 사람들도 있기에 목숨을 끊는 것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런데도 흉악스러운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는 것에는 분노가 올라오곤 한다. 그러므로 평상시에 제도적 살인에 동의했다.
사실은 이제까지 코로나에 걸린 적이 없어 한참 많은 사람이 사더라도 별 관심이 없었다. 수업해야 할 도서로 나와 완독하게 되었다. 근데 보는 내내 의미를 파악해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너무 불친절한 표현들로 가득했다. 교수님이 독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게 무슨 말이었는지 이해가 갔다.
두 학기를 수강할 때는 3시간 동안 열심히 들으시는 선생님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내게는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딴짓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알 수 있던 시기였다. 그전에는 잘 읽히게 쓰라는 가르침에 감이 잘 안 왔는데 직접 이런 글을 접하게 되니 깨달아졌다. 그래서 나도 여러 번 되 읽어 보지 않을 수 있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또 다른 문우님들의 내용을 고칠 때는 맞았는지 틀렸는지 잘 몰랐는데 이제는 조금씩 눈에 들어오곤 했다. 여러 가지로 내게 많은 도움을 줬다. 맥락을 잡아나가느라 조금 힘들긴 했지만, 보람됐다.
글쓰기가 콩나물 키우기와 같아요. 어렵기는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변화가 생기더라구요. 콩나물에 물을 주면 아래로 다 빠져 나간 것 같아도 어느새 먹을 수 있을 만큼 자라잖아요. 시간이 가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걸 보니 강유선 선생님도 좋아지고 있는 겁니다.
첫댓글 저도 여러 학기 수강하니 남의 글을 보면서 비평하는 수준이 되었더라고요.
우리 배우는 기쁨을 오래 함께 누려요.
선생님은 젊으시니 지금 배우는 모든 게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겁니다.
늘 응원합니다.
선생님. 응원해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지난 3년, 답답하게 살던 시절에 페스트와 비교하며 안달하고 걱정했었어요. 페스트를 다시 읽어보기도 했고요. 유선님의 글이 음습했던 페스트에 다시 눈길이 가게 합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글쓰기가 콩나물 키우기와 같아요. 어렵기는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변화가 생기더라구요. 콩나물에 물을 주면 아래로 다 빠져 나간 것 같아도 어느새 먹을 수 있을 만큼 자라잖아요. 시간이 가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걸 보니 강유선 선생님도 좋아지고 있는 겁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항상 응원해주시는 말씀들 다 가슴에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고전 명작은 저도 어렵습니다. 읽다보면 통찰력이 생기지 않을까요?
네 선생님. 그럴 수 있길 바라봅니다. 방송대 졸업하셨다고 봤는데 혹시 국문과 나오셨을까요?
저도 코로나 19가 처음 퍼졌을 때 <>페스트>>를 읽었답니다. 강 선생님의 글 읽으니 다시 한 번 읽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