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빠가 고양이 한 마리를 집에 가져 오셨다.
나는 이 고양이를 위해 나무 상자로 집을 만들었고 집 바닥에는 수건을 평평하게 깔았다.
그런데 이 고양이는 평평하게 깔려져있는 수건을 움푹 패이게 만들어 본인에게 편하게 만들었다.
어린 내 눈에는 푹 패이고 어지러워 보이는 바닥 수건 보다는 평평하게 쫙 펴진 수건 바닥이 보기에 좋았다.
고양이와 나는 수건을 움푹패이게하고 펴게하고를 반복하는 실랑이를 계속했다.
어느 날 문득 나는 고양이가 옳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도 고양이를 위해 큰 수건을 희생시킨 것이니까 내 눈에 보기 좋은 것 보다는 고양이가 편한 방식으로 두는 것이 옳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한 여목사님께서, 나와 베트남 민들레 교회를 위해서 2층에 큰 방을 만들어 주시겠다고 의욕에 부풀어 있었다.또 옥상의 지붕이 깨져있으므로 옥상도 고쳐줄 생각을 하셨다.
휴대폰으로 민들레 교회를 보여주었더니 그런 생각을 하셨나보다.
그런데 나의 생각과 바램은 아주 달랐다. 옥상을 다 고치려면 240만원 비용, 2층에 방을 만드려면 문 3개,페인트칠 벽돌 페인트 인건비등 (60만원)은 비용이 든다.
300만원이면 강건너 10km 떨어진 곳 TIEN띠잉이 집 내부를 예배당으로 바꿀 수있다.
그것이 내가 더 원하는 것이었고 내 자신을 위해서라기 보다 교회를 위해서 옳은 선택이라 여겼다.
서로 옥신각신하였다.
내 눈에 여 목사님은 자신이 헌금하신다는 것을 권력으로 휘두르려는 것처럼 보였다.
여 목사님의 눈에 내가 어떻게 보였는 지는 모르겠다.
아뭏든 여 목사님은 나였고 나는 그 고양이였다. 하지만 고양이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지 못했다.띠잉이 집에 예배당을 만들지도 못했고 민들레 교회에 좀 넓고 쾌적한 내 방을 만들지도 못했다.
그런데 2개월 정도 지나 공안이 민들레 교회에 와 내가 사는 방을 둘러 보고 내가 진짜 거주하는 지 확인하러 왔었다. 일종의 감시다.
그 때 "아차!"했다.
나는 정식 사업자 신분으로 베트남에 왔기 때문에 내가 사는 방은 쾌적하고 좋아야하며 컴퓨터도 한대 정도는 있어야했다.오토바이도 보통 이상은 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사업자로 보이는 것이다.입고 있는 옷과 신발도 이제 깔끔해야 겠다.
겉을 그럴 듯하게 하는 것이 선교 사역에 필요한 것이 된 것이다.
나는 그 때 여목사님이 하자는 대로 하지 않은 것을 엄청나게 후회했다.
여목사님께서 권력을 행사하려는 것이 아니고 가만 생각해 보니 하나님께서 배려하시는 것이었다.
내가 편안하고 쾌적하게 지내면서도 공안들에게 사업가로 온 사람임을 각인 시켜줄 수 있었다.
다행인 것은 내가 베트남에 도착한 직후 양**목사님께서 내가 요청도 하지 않은 쌀나눔 행사 비용을 200만원 송금해 주시는 바람에, 민들레 교회, 푸른하늘 교회, 창조교회에서 이웃들에게 쌀을 돌렸었다. 그리고 요청도 하지 않았는데 민들레 교회 주차장 바닥을 마저 완성하라는 헌금을 송금해 주셨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이웃이 공안에 알리고 있었다. 오호담장제.
(그래서 나는 거주하는 곳에서는 아무런 사역을 하지 않고 멀리 떨어진 낀쟝성이나 간하오 또는 야라이에서 사역을 한다.주로 예배당 건축을 통한 교회 승격 사역이다.)
아뭏든 공안들은 쌀나눔 행사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보고 나를 사업가로 온 사람으로 인식했다.
결국 민들레 교회에서 내가 거주하는 것을 교회 승격을 막는 이유로 삼지 않았다.하나님께서 하신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에 돌아와 여 목사님을 만났다. 그런데 여 목사님은 "주 선교사님이 띠잉TIEN이 집에 예배당 만들고자 하는 뜻대로 할걸" 하는 후회를 했다.
ㅎ 그런데 그 때는 교회에 돈이 있었고, 이번에는 교회에 돈이 없다고 하셨다.
아뭏든 나의 결론은 이렇다.
"돕고자 한다면 내 뜻대로 말고 고양이가 편한대로 하게하자."
띠잉이가 벌써 16세이다....
ㅎ ㅎ ㅎ 어제 이렇게 꼬마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