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스타 탄생을 지켜보며 / 최종호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유에스(US) 오픈 테니스 대회를 일컬어 4대 메이저 대회라고 한다. 일류 선수들이 출전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에 우승하면 멋진 트로피와 함께 많은 상금이 뒤따른다. 명성이 널리 알려지는 것은 기본이다. 이 뿐만 아니라 큰 스포츠 회사의 광고 모델로 섭외될 것이니 부와 명예를 거머쥔다. 그러니 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쯤 시상대에 오르고 싶은 꿈을 꾸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세계의 큰 테니스 경기 중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는 곳은 호주. 올해는 1월 14일부터 28일까지 멜버른에서 열렸다. 우승은 이탈리아의 야닉 시너. 그는 굵직한 대회에서 처음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그동안 이변이 없는 한 페더러, 조코비치, 나달 이 세 선수 중 한 명이 차지하곤 했는데 드디어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 것이다. 이제 3인 지배 체제가 무너지고 진정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메이저 리그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선수는 조코비치. 그는 위기에 강한 선수다. 상대에게 점수가 많이 뒤져도 흔들리지 않는다. 상대 선수에게 서브와 공격에 적응하면 어느새 역전으로 국면을 바꾸어 놓는다. 이를 두고 명불허전이라고 하던가.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 후보로 꼽은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에 첫 라운드에서부터 관중석이 꽉 찰 만큼 인기가 많았다. 연승을 이어가던 그는 준결승전에서 시너에게 3대 1로 지고 말았다. 공격과 수비에 탁월해서 웬만해서는 지지 않는데 그도 어쩔 수 없었나 보다.
결승전은 세계 3위인 러시아의 메드베데프와 4위인 시너 선수가 맞붙었다. 메드베데프는 준결승에서 독일의 즈베레프에게 역전승을 거두고 올라왔다. 2세트를 내리 지고 있다가 3세트와 4세트를 타이브레이크로 이끌더니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5세트를 이겨 결국 승자가 되었다. 즈베레프는 다 이긴 게임을 놓치게 되었다고 생각하는지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야닉 시너는 낯익은 얼굴이었다. 화면을 보고나서야 그의 랭킹이 높다는 것을 알았다. 팽팽할 것으로 믿었던 경기는 초반전에 메드베데프 쪽으로 쉽게 기울지는 듯싶었다. 힘없이 두 세트를 내주어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는 더 이상 밀리면 끝이라고 생각했는지 3세트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다. 실수는 적어졌고 서브 에이스는 많아졌다. 랠리(Rally)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두 세트를 내리 이겨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경기는 흥미진진했다. 응원하는 선수가 분발하니까 더 재미있었다. 경기장에서 좀처럼 표정의 변화가 없고 침착한 메드베데프도 마지막 세트에서는 긴장했는지 점수를 쉽게 내주고 말았다.
결승전에서 보여준 시너의 경기력은 최고였다. 조코비치와의 대결은 보지 못했지만 그를 이길만한 충분한 실력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를 열심히 응원한 보람이 있었다. 여자 결승전에서 러시아의 선수가 이미 우승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터라 다른 나라 선수가 이기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어서 기뻤다. 그는 큰 대회의 우승컵을 처음 안았지만 앞으로 좋은 경기를 펼칠 것으로 기대한다. 혜성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선수가 아니라 샛별처럼 그자리에서 초롱초롱 반짝이는 스타가 되기를 바란다.
첫댓글 테니스를 좋아하시나 봐요. 지난 글도 생각납니다.
응원하는 선수가 이겨서 기분이 좋았겠네요.
저는 야구 시즌이 찾아와 기쁘답니다.
페더러, 조코비치, 나달은 아는데 야닉 시너는 첨 들어보네요. 새로운 우승자를 알게 됐습니다.
전혀 모르는 선수라 검색해 봤더니 이태리 선수라 이태리 대표 브랜드 구찌 더블백을 메고 나타나는 것으로도 유명하네요.
테니스를 정말 좋아하시네요.
선수 이름 많이 알고 갑니다.
저도 취미 좀 붙여볼까봐요.
보는 것에.
라켓만 사 놓고
운동장에 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
글 잘 읽었습니다.
교장 선생님, 탁구에 이어 테니스로까지 진출할까 걱정됩니다.
저도 송향라 선생님처럼 페더러, 조코비치, 나달까지는 아는데 야닉 시너는 처음입니다.
영원한 건 없지요.
올라가면 이제는 내려올 일만 남았고요.
한 세대를 풍미했던 선수도 세월 앞에 장사를 없군요.
우우.
저도 방송에서 스쳐가듯 들은 이름들이네요. 선생님께서 응원하는 선수가 오래오래 빛나는 선수이길요. 잘 읽고 갑니다.
가슴 조이며 보았던 경기를 다시 보는 듯 합니다.
자기가 응원한 선수가 이기면 내가 이긴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시너가 다부지게 경기를 이끈 모습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