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이승의 삶이 기록된 일기장을 받아 들지만 캄캄한 문자들을 읽지 못한다. 삶의 기록을 찾을 수 없다. 몇 줌 불의 흔적으로 가끔 허우적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하는 것 같다. 가끔 방문한 산 자들의 사설辭說을 엿듣는 감정 없는 동거인들이다.
남의 일에 기쁨과 슬픔을 뒤섞는 것은 산 자들의 쌍곡선이다
바람을 타지 못한 뼛가루들의 침묵이
몇 줌 풍속을 지나는 중이다
<시작노트>
"봉안당"은 죽은 자의 신주나 유골을 담아 안치하는 곳을 이른다. 흔히 `납골당`으로 부르는 곳과 다르지 않은데, 봉안당이라 지칭한 것은 `죽은 이를 받들어 편안히 모신다`라는 의미가 보태어져 깃든 것이 봉안당의 의미이다.
위 시에서 봉안당은 "어둠 속에서 이승의 삶이 기록된" 곳으로 묘사된다. "가끔 방문한 산 자들의 사설辭說"이 오고 가는 곳이기도 한데, 이러한 산 자들의 사설(이야기)은 죽은 자의 편에서 바라보면 현재의 삶의 기록이 될 수는 없고, 그저 남은 자의 한탄이나 푸념에 지나지 않는다. 조용히 그 현상을 바라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