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나무 |
‘초록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1세대 세밀화 작가 송훈 선생이 한국의 자생식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20여 년 전. 식물 전공자의 도움을 얻고 방방곡곡 발품을 팔아 『우리 식물 세밀화 대도감』등을 펴냈다. 그의 이런 재주를 눈여겨본 이가 (주)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회장이다. 선대 회장 때부터 지속된 우리 식물에 대한 관심은 이번에는 약용식물로 이어졌다. 송 화백이 6년 여에 걸쳐 그린 한국의 약용식물 100점이 『Beyond Flower』라는 이름으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최근 출간됐다.
“전 대학을 나오지 않았지만 주변에 좋은 선생님이 많이 계셨어요. 1950년대 국정교과서에 ‘철수, 영희, 바둑이’ 그림을 그렸던 송원 김태형 선생님께 그림을 배웠죠. 그 뒤 학원사·민중서관·삼화출판사에서 사전과 동식물 도감에 펜과 세필로 삽화를 그렸습니다.”
식물 세밀화를 본격적으로 그리게 된 계기는.
“1990년대 중반 현암사 형난옥 주간이 우리 땅에서 자라는 야생화를 한국적으로 그려보자고 하더라고요. ‘진짜 위대한 유산을 만들어보자’고 자꾸 얘기해서 저도 ‘전부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원래 낚시도 좋아하고 줄담배를 피웠는데, 이 작업을 하면서 다 끊었어요.”
어떤 점에 유의하셨는지.
“무엇보다 정확하게 그려야 했어요. 이유미 현 국립수목원장이 당시 원고를 썼는데, 국립수목원을 수시로 방문했고 또 전국의 산과 들을 누비며 좋은 ‘모델’을 찾아다녔죠. 돌아다니면서 우리 식물이 참 예쁘고 유전적으로도 우수하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그렇게 10년 동안 450점가량을 그렸죠. 그걸로 달력도 만들었는데 그동안 보지 못하던 그림이어서였는지 인기가 좋았어요.”
사진이 있는데 세밀화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요.
“사진이 따라올 수 없는 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씨앗과 꽃과 열매를 한꺼번에 그려 식물의 생애를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지요. 이런 건 사진으로 구현될 수가 없거든요. 또 그림을 그리면서 ‘사람에게는 인격이 있고 그림에는 품격이 있다’는 스승님의 말씀도 항상 염두에 두었죠.”
아크릴 물감을 쓰시던데.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을 고민했습니다. 아크릴은 수채화보다 변색이 안 된다고 해서 쓰게 됐는데 빨리 말라서 참 어려웠습니다. 색연필이나 수채물감으로 세밀화를 그리는 분들은 많지만 아크릴 쓰는 분은 별로 없거든요. 지금은 조언해준 분들께 감사하고 있어요. 종이도 1000년 간다는 코튼지고요. 붓은 전라도 광주 근처에서 나오는 진다리 붓을 씁니다. 동서양 여러 붓을 써봤지만 이 전통 붓이 수분도 오래 머금고 있어서 아주 좋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엔 값싼 중국 붓 때문에 명맥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광릉요강꽃 |
송 화백이 작품을 완성하는 기간은 꽃마다 다르다. 모델을 찾아 사진촬영과 스케치를 하고 나서 그리기 시작하는데, 보름 정도면 끝나기도 하고 2개월 내내 작업하기도 한다. 이번 작품은 모두 4절지 크기(580 x 410 mm)로 제작됐는데 이중 8점은 (더 큰) 2절지에 그려냈다. 이 작품들은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설계로 2017년 완공되는 용산 신사옥 내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 걸릴 예정이다.
약용식물을 그리면서 어려웠던 점은.
“원래 4년에 100점을 그릴 예정이었는데 해를 훨씬 넘기고 말았어요. 그만큼 정성을 들이긴 했는데, 그걸 이해하고 또 여러 가지 배려까지 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죠. 다만 서 회장님이 당부한 식물을 결국 못 그려서 많이 아쉽습니다.”
그게 뭔가요.
“당귀입니다. 이게 대강 그릴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뿌리까지 전초(全草)를 다 그리려니 참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1년이고 2년이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그리고 싶어요.”
다 예뻐서 꽃이겠습니다만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꽃을 꼽으라면.
“광릉요강꽃입니다. 지금은 강원도 화천 파로호 근처에서 재배하고 있다는데, 제가 그릴 때만 해도 멸종위기식물 1급에 해당하는 희귀한 종이었죠. 특히 암술과 수술이 당당하면서 야한 것이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제게 준 목록 100여 종에는 원래 없었는데, 제가 말씀드려 넣게 됐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동백나무를 200호 이상의 대작으로 그려보고 싶어요. 꽃의 붉은 색을 잘못 칠하면 참 유치해지거든요. 게다가 꽃보다는 열매가 진짜입니다. 동백나무를 크게 그린 작품을 아직 보질 못했는데, 한번 제대로 그려보고 싶습니다. 동양화를 전공한 아들과 함께하는 작업도 구상중입니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송훈 화백
이영수 초대展
" Natural Image "
Natural Image_60.6x60.6cm_Oil on canvas_2013
장은선 갤러리
2015. 5. 20(수) ▶ 2015. 5. 30(토)
Opening 2015. 5. 20(수) PM 4-6
서울 종로구 인사동 10길 23-8 | T.02-730-3533
Natural Image_193.9x97cm_Oil on canvas_2013
자연미와 조형미가 오버랩하는 이슬방울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물상 가운데 아름답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 어느 것 하나 공연히 생긴 것, 쓸모없는 것 없듯이 저마다 필연적인 존재이유가 있다. 더구나 그 형태를 찬찬히 뜯어보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다. 이를 어찌 우연의 산물이라 할 수 있으랴. 아름다움은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관심 및 애정에 의해 그 존재가 빛을 발하는 것이다. 화가의 눈은 그 아름다움을 보다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밝혀내는 데 기여한다.
이영수의 최근 작품은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탄과 경외감으로 가득 차 있다. 일상적인 시각을 뛰어넘는 자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 및 관찰을 통해 발견한 순수한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있다. 순수한 아름다움은 다름 아닌 자연미에 있다. 일반적으로 자연미란 거시적인 시각에 의한 전체상으로 파악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미시적인 시각에 의해 분별되는 자연미 에는 또 다른 감동이 자리한다. 그의 작품을 통해 오히려 탐미적인 시선을 유도하는 것은 미시적인 데 있음을 깨닫게 된다.
최근 그의 시선을 사로잡는 소재는 다름 아닌 이슬방울이다. 풀잎이나 꽃잎에 구슬처럼 맺혀 있는 이슬이 실제처럼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 실제를 방불케 하는 사실성은 정확한 눈과 완성도 높은 기술, 즉 타고난 재능의 산물이다. 적지 않은 화가들이 물방울이나 이슬방울을 그림의 소재 및 제재로 작업하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의 작품 속의 이슬방울을 보면서 새삼 그 속에 깃들인 신비한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된다. 이슬방울을 통해 표현하는 사실성 또는 생동감의 발현이야말로 그가 추구하는 조형적인 이상경일 수 있다.
자연에서 보는 이슬방울과 그의 그림에서 보는 이슬방울은 동일시할 수 없는 간격이 존재하는데, 그 이유는 그림 속의 이슬방울은 실제를 빙자한 사유의 소산인 까닭이다. 그가 재현한 투명한 이슬방울은 순정한 물이 아니라, 스스로 빛을 발하는 영특한 존재처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슬방울에 인격을 부여함으로써 범상치 않은 존재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슬방울을 한낱 자연현상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로부터 인간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정서적인 가치를 발견하고 있기에 그렇다.
Natural Image (Poppy II)_40.9x31.8cm_Oil on canvas_2014
이른 아침 해 뜨기 전 풀잎과 꽃잎에 맺힌 영롱한 이슬방울은 순수의 상징이다. 꽃의 아름다움을 위협하는 이슬방울은 밤의 요정이 만들어낸 눈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밤을 노래하다 해가 뜨면 사라지고 마는 밤의 요정이 아니고서야 그처럼 순정한 형태를 어찌 빚을 수 있으랴. 그렇다. 그처럼 순수하고 신비한 아름다움에 현혹되지 않는 어디 이가 과연 있을까. 그가 이슬방울을 그림의 소재로 받아들이게 된 것은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초월하는 신비스러운 존재로서, 영성이 깃들이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냥 자연현상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까닭은 마음의 정화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슬방울을 보기 위해서는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이슬방울과 함께 그 이슬방울이 존재하는 곳으로서의 풀잎이나 꽃에 대해 이전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게 된다. 그냥 풀잎이고 꽃일 뿐이라는 시각으로는 새로운 감동을 불러낼 수 없다. 하지만 이슬방울을 면밀히 관찰하고 응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풀잎 또는 꽃의 세부와 마주치게 되면서 거기에 놀라운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그의 최근 작품이 지향하는 곳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슬방울에서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눈을 속일만한 극렬한 사실적인 묘사력이 요구된다. 적어도 이슬방울을 통해 보여주는 기술적인 숙련도 및 완성도는 더 주문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실재하는 이슬방울로 착각할 만큼 뛰어난 사실성을 구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따라서는 추상적인 이미지로 보이기도 한다. 사실의 극에 이르면 추상이 되고 추상의 극에 이르면 사실로 환원하게 된다는 조형의 이치를 실증하려는 것인지 모른다. 사실성이 추상성으로 변환하는 것은 이슬방울의 형태가 사실과 추상의 경계를 오간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실재하는 이슬방울보다 크게 확대됨으로써 비현실적인 느낌이 강해 오히려 사실성이 약화되는 상황으로 바뀌면서 추상적인 경계에 들어서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조형의 요술이다. 이는 심미의 문제인데, 미추를 분별하는 안목이 사실성과 추상성을 혼동하는 지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이슬방울은 실제의 아름다움과 조형의 아름다움을 분간키 어려운 그 중간지점에 존재한다. 그 경계선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으려 한다. 자연의 신비와 조형의 신비가 오버랩하는 그 애매한 영역에서 탐미적인 촉각을 다듬고 있는 것이다.
신항섭(미술평론가)
Natural Image (Poppy II)_53x33.4cm_Oil on canvas_2014
중견작가 이영수 선생은 이슬방울을 소재로 풀잎이나 꽃잎에 구슬처럼 맺혀 있는 이슬을 실제처럼 생생히 묘사하는 작업을 한다. 그의 작품 속의 이슬방울을 보면서 새삼 신비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되고, 사실성 또는 생동감의 발현이야말로 그가 추구하는 조형적인 이상경을 작품세계에서 감상 할 수 있다.
서양화가 이영수 작가는 일상적인 시각을 뛰어넘는 자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 및 관찰을 통해 순수한 아름다움을 자연미에서 발견하여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그가 추구하는 조형의 아름다움과 실제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표현했다. 이슬방울을 보기위해서 가까이 다가가면서 자연스럽게 풀잎이나 꽃의 세부와 마주치게 되면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면서 놀라운 작품세계를 펼친다. 그는 이슬방울을 통해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눈을 속일만한 극력한 사실적인 묘사력을 보여주면서 사실의 극에 이르면 추상이 되고 추상의 극에 이르면 사실로 환원하게 된다는 조형의 이치를 잘 이용해서 실재하는 이슬방울보다 크게 확대됨으로써 비현실적인 느낌이 강해 추상적인 경계에 들어서게 되고, 동시에 자연의 신비와 조형의 신비가 오버랩하는 탐미적인 촉각을 표현해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첫댓글 귀한 자료와 그림 감사합니다.^^
푸른 어디서 본 거요 ? 성민군과 전화는 했었는데 ....?
전화가 답답했는데 시작해 봅시다 . 채팅방은 개설해 봤는데 내가 못하니 먼저 들어가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