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이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
-마흐무드 다르위시-
강 언덕 위의 이방인,
강처럼 물은 너의 이름에 나를 묶는다.
그 무엇도 이 먼 곳으로부터 나를
오아시스로 돌려보내 주지 않는다. 평화도, 전쟁도
그 무엇도 내가 복음서로 들어가는 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 무엇도, 그 무엇도 티그리스 강과 나일 강 사이의 썰물과
밀물의 해안에서는 빛나지 않는다.
그 무엇도 파라오의 전차에서 나를 내려주지 않는다.
그 무엇도 나를 돌봐주거나,
혹은 내게 생각을 품게 해 주지 않는다.
향수도, 전망도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유랑이 없다면, 그리고 강물을 응시하는
긴 밤이 없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강물은 나를 너의 이름에 묶는다.
그 무엇도 꿈의 나비들로부터 나를 빼내지 못한다.
그 무엇도 나에게 현실을 주지 못한다. 먼지도 불도
사마르 칸트의 장미가 없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가수들이 월장석에 의해 부드럽게 연마되는 이곳, 이 광장에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가벼워졌다.
먼 바람 속 우리의 집들만큼이나.
우리, 당신과 나는 구름 속의 이상한 존재들과도 친구가 되었다.
우리 둘은 정체성의 땅이 주는 중력에서 해방되었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유랑이 없다면, 그리고 강물을 응시하는 긴 밤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 무엇도 우리를 돌봐주지 않는다. 길도, 집도
이 길은 처음부터 동일한 바로 그 길이었을까?
아니면 우리의 꿈들이 언덕에서 몽고말을 찾아
우리를 그것과 바꾸었던 걸까?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유랑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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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흐무드 다르위시(1941~)
1948년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고향을 떠나 레바논으로 피신했다가 다음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은 유대인의 거주지가 되어 가지 못하고 아랍인 주거지에서 살았다.
고향 상실의 경험과 이후에도 20여 곳을 옮겨다니는 유랑의 삶을 살고 있다.
다르위시는
" 시가 현실을 바꿀수는 없지만 양심과 느낌을 바꿀 수는 있다”며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현재 팔레스타인은 원래 땅의 22%를 돌려달라는 요구조차 이스라엘에 거부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인간이 유랑한다.
통렬한 아픔과 좌절은 성찰의 자양분이 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고, 유랑하지 않고 정착하는 삶에는 무슨 희열이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오늘도 떠난다.
바람이 부는대로,
눈길이 닿는대로,
마음이 가는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