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세 번째 발자국
결핍 없이 욕망할 수 있는가?
1) 결핍이 우리를 성장시킨다
경제학자들은 오랫동안 결핍을 ‘희소성(scarcity)이라는 개념과 연계시켜 연구해왔다. 여기서는 결핍을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논의하고자 한다.
결핍이 욕망을 낳는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놀랍고 쉽게 간과되고 있지만 결핍은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원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결핍되었다고 느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채우려고 노력한다. 그런 노력이 우리를 성장시키고 때로는 성취하게 되며, 성숙하게 만든다. 삶에서 결핍이란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고, 특히 어린 시절 겪는 결핍은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결핍이 우리 삶에 얼마나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가에 관한 많은 연구가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건 ‘마감효과(deadline effect)’라는 현상이다. 마감이 다가오면 갑자기 효율이 늘어나고 결과가 좋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시간이라는 자원이 결핍되었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집중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핍은 동기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때, 점심시간 무렵에 진행된다면 밥을 주고 실험을 한 경우와 밥을 주지 않고 실험을 한 경우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 가령 ‘도넛’이라는 단어를 퍼즐에서 찾기를 한다면, 이럴 때는 허기진 피험자들의 찾는 속도가 3배 이상 빨라진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집중 배당금(focus dividend)’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우리 뇌는 매순간 주변 환경으로부터 수많은 자극을 받는데, 받아들인 자극들에 모두 주의를 집중할 수 없다. 그중 적절한, 의미 있는 자극들에 한정된 집중 능력을 몰아주려 한다. 즉, 내가 뭔가 부족하거나 결핍이 있다고 생각되면, 그와 관련된 자극에 더 민감해 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애물이나 방해물이 생기면, 내가 원하는 것을 잃거나 결핍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더욱 강력하게 원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만약 자식이 집에 데려온 배우자감이 마음에 안 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부모가 기를 쓰고 방해할수록 그들의 사랑은 더욱 뜨겁게 타오를 수 있다. ‘부모의 반대’라는 역경이 그들의 사랑을 ‘매우 소중한 것’으로, 더욱 아름다운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2) 결핍의 그림자, 터널 비전
그렇다고 결핍이 항상 필요하고 좋은 것이냐 하면 그렇지만은 않다. 결핍도 어두운 면이 있다. 《결핍의 경제학》이라는 책에서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프린스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들은 결핍이 사람의 행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결핍은 사람을 바로 눈앞에 있는 것에만 집중하게 만들어 큰 그림을 못 보게 하며, 특히 결핍을 채우는 데에만 급급하게 만든다고 한다. 우리가 가진 집중력의 크기는 한정돼 있는데 그 대부분을 결핍된 것에 쏟게 되면, 다른 것에는 제대로 집중을 못해서 성취도가 낮다는 것이다. 결핍된 것에 너무 많은 생각을 집중하는 경우 ‘터널 비전’을 갖게 되고, 온통 거기에만 뇌 에너지를 쏟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결핍의 어두운 그림자다.
결핍이 터널 비전을 만들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미국 소방관의 주요 사망 원인이다. 통계에 다르면, 놀랍게도 미국 소방관의 주된 사망 원인이 화재 현장에서 화재 진압 중 일어난 불의의 사고뿐 아니라 화재 현장으로 급히 가는 도중에 일어난 교통사고라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불을 꺼야한다는 생각에 온통 신경을 뺏긴 나머지 안전벨트를 안 매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는 거다. 안전벨트를 매는 것 같은 사소한 일에 신경을 못 쓰게 됨으로서, 급박한 상황에서 차가 커브를 틀 때 튕겨나가거나, 갑자기 급정거를 할 때 부딪혀 사망하는 사고가 종종 벌어진다고 한다.
‘마시멜로 테스트’를 예로 들어 보자. 어린이에게 책상 위에 있는 마시멜로를 먹어도 된다고 일러주면서, 만약 15분 동안 참고 먹지 않으면 돌아와서 마시멜로를 하나 더 주겠다고 제안을 한다. 컬럼비아대학교 심리학과 월트 미셸 교수는 이 실험에서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15분을 참아낸 아이들이 참지 못하고 먹어버린 아이들보다 나중에 SAT(미국 대학입학시험) 점수가 무려 200점이나 더 높고, 연봉도 15,000달러 정도 더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알코올중독에 걸릴 확률도 10분의 1밖에 지나지 않으며, 범죄를 저지를 확률도 15분의 1밖에 안 된다고 추적조사를 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사회적 성취를 하는 데 있어서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예다.
결핍은 때로는 우리에게 강한 성취동기를 부여하고, 무언가를 열심히 할 의욕을 심어주고, 내 삶을 성장하게 하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결핍은 사람들의 생각을 좁게 만들고 자기 조절능력을 떨어뜨리며 타인과의 관계를 왜곡시키는 정신적 병균으로 작용할 수 도 있다. 우리는 결핍이 열등감이나 정신적 병균이 아니라 삶의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도록 당당하게 대면할 용기를 가져야 하며 결핍이 우리를 성장시키는 성취동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청암 박창근 회우가 4월 20일 경목카페 에세이마당에 올린 글>
不足함이 幸福을 준다.幸福은 버림으로서, 내려놓음으로서, 포기함으로서 얻어진다.대개의 사람들은 잃어버리기 전에는 자신을 잘 발견하지 못한다.재물을 모두 잃어버리고서야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하늘나라에 보낸 후에야 그 사람이 소중한지 알게 된다.
인생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때 시절이 소중한지 비로소 아는 것이 인간이다.우리는 평안함과 행복을 추구하지만 그 상태가 지속되면 무감각해지고 자신만 알고 이웃을 잊어버린다.인간은 적당하게 아픔과 고난이 있어야 幸福하다. 이대희著 <하루를 人生의 마지막 날처럼 살아라> p.294 중에서
4. 네 번째 발자국
인간에게 놀이란 무엇인가?
옥스퍼드 사전에 놀이란 ‘특별한 생산적인 목적 없이 우리가 시간을 즐기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미국 놀이연구소 소장 스튜어트 브라운에 따르면, 놀이는 인간의 창의성을 높여주는 가장 창조적인 행위라고 한다. 그는 도널드 헵의 아주 오래된 이론인 ‘가소성 이론’을 빌려서 ‘인간은 놀이를 통해서 정상적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도널드 헵은 미국의 행동주의 심리학자다. 그는 자극이 많은 환경에 놓인 쥐의 뇌에서 신경세포들이 더 많은 수상돌기와 축색돌기를 뻗고, 그들 사이의 시냅스 연결도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쥐가 살고 있는 상자에 놀이기구를 많이 들여놓았더니 시냅스 연결이 현저히 늘어난 반면, 아무것도 넣어주지 않은 상자에서 자란 쥐들은 신경세포들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사람이 놀지 않고 일만 하면 바보가 된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이 오래된 통념이 진실에 가깝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꾸준히 증명하고 있다. 장난감 놀이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골목에서 야구를 하거나, 치기 장난, 숨바꼭질 등을 하며 열심히 놀이 방법을 통하여 아이들의 뇌는 발달하게 된다. 사회성을 배우는 시기에 놀이의 역할은 너무나 강력하며, 그 시기에 제대로 놀지 못하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5배 이상 증가하며, 심지어 살인을 저지를 위험성이 17배나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놀이는 계속하고 싶은 속성이 있다. 실제로 도파민을 많이 방출시키는 놀이는 중독을 불러일으킬 만한 위험성이 있다.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서 노는 것도 영장류에서 굉장히 자주 목격되는 현상이다. 왕따 가해자인 아이들에게 “왜 친구를 괴롭혔니?”라고 물어보면, 그냥 노는 거예요. 재미있어서 라고 한다.
실리콘벨리에는 ‘진지한 놀이(serious play)’라는 개념이 있다. 인간은 놀이를 하는 동안 완전한 몰입을 경험하며, 이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혁신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놀이는 인간의 내재적 본능이며 심지어 뇌의 여러 영역을 발달시켜주는 창조적인 행위인데, 왜 우리 사회는 놀고 있는 사람들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것일까? 왜 어른이 되면 덜 놀아야 한다고 기대하는 걸까? 오히려 어른들이 제대로 놀 수 있도록 놀이문화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어른들의 놀이가 터부시되어서는 안 된다.
첫댓글 놀이를 즐기는 녀석을 날나리라고 호칭한다면
내가 가까이 하고 싶은 친구는 바로 날나리입니다.
샌님 같은 모범생 스타일은 지긋지긋하지요.
뇌 과학자의 이야기 속에도 경제학 이야기가 자주 나오네요,
경제학을 배워보면 정말 여러가지 분야들이 나오지요, 심리학, 통계 확율등 경제수학, 정치학 등등
재미있는 분야들이 많이 나와 흥미를 끌지요,그러나,
경제학과 관련되는분야가 너무 많아 모든 분야의 고려를 다 할수없어 경제학 많이 안다고 돈을 많이 벌수있는건 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