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1일 일요일 맑다가 오후 흐림 저녁에 폭우
수야 님, 아내, 글쓴이.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옛살비라는 말은 고향(故鄕)의 순수 우리말이다.
같이 간 수야 님의 옛살비가 금산(錦山)인데 특히 오늘 가는 서대산 기슭의 금산군 복수면 용진리 용골이 그의 나고 자란 곳이라 같이 가기로 했다.
수야 님은 오래전 그의 옛살비를 떠나 남 땅에서 지내다가, 40여 년 만에 나고 자란 이곳을 다시 와 눈시울을 붉혔다.
대부분 등산인이 선호하는 능선이 아닌 군북면 보광리 효심사에서 성안이 골 능선을 따라 칠원정사를 거쳐 흥국사 능선으로 내려오려고 효심사 근처에 1박을 위해 적당한 곳을 찾다가 찾지 못하고 다시 맞은편 능선인 개덕사(성심사)에서 오른다.
20세기 미국 작가 Thomas Wolf는 그의 소설 “그대 다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리”란 제목을 수야 님은 떠오를지 모르지만 옛 삶의 터로 돌아가지 못하는 그것은 어린 시절의 추억의 실체가 즐겁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민재에서 오르면 편안하지만 원점 회기가 어려워 개덕사에서 시작한다. 개덕사는 가람배치와 주위가 조금 어수선하다.
개덕사 뒷마당인 듯한 곳에 100m남짓 오르니 삼거리다. 여기서 1,2,3코스인 강우레이더 관리소 방향으로 간다. 서대산이라고 쓴 곳은 내려올 때 방향이며 4코스다.
조금 가다가 소화기함에서 오른 쪽 계단 능선을 선택 하면, 장선대 바위를 거쳐 북두칠성 바위로 오르는 3코스 길이다.
개덕사에서 레이더 관측소를 들러 1코스를 거쳐 올라간다
Thomas Wolf는 소설의 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현실적인 이유는 돌아가 본 고향이 옛날의 조용한 시골이 아니라 부동산 등 돈벌이에 정신이 없는 투기 업자들의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었지만 수야 님에게는 불행에 찌든 기억의 악몽이 그를 괴롭히고 있어 짠하다.
강우 레이다 기지를 왼쪽으로 끼고
곧바로 용바위다. 용처럼 생겨서 용바위가 아니라 바위 밑 틈에서 용이 나왔다고 용바위다.
용바위에서 우로 바로 치고 올라가면 마당바위, 전망 바위를 거쳐 능선의 사자바위까지 가는 2코스다. 우리는 여기서 가장 먼 신선바위 쪽 1코스로 간다.
산행 경로 (1코스 오름 – 서대산 - 4코스 하산)
개덕사(성심사) 주차장 –개덕사 삼거리 - 레이더 관측소- 용바위 – (제비봉 삼거리) – 제비봉 – (제비봉 삼거리) – 선바위 – 신선바위- 말제 3거리 855m 능선 – 사자 바위 봉 –879m 제1 헬기장- 북두칠성 바위 삼거리 – 제2 헬기장 – 장군바위 – 강우 레이더 관측소- 정상(904.1m) –탄금대 입구 - 약수터 – 서대 폭포 입구- 삼거리- 개덕사 삼거리 –개덕사 주차장 (6.9km)
용바위에서 300m 올라온 지점에 자리한 제비봉 삼거리. 여기서 제비봉이 약 35m 거리다
바위가 있는 제비봉(546,1m).
전에는 금산대장님이 산 이름을 표시를 한 코팅한 것을 소나무에 매달아 놨었는데 지금은 없다.
멀리 대둔산이 능선에 아름답게 걸치고.
선바위, 비교적 마당처럼 넓고 크다. 아침 식사를 한다.
동대산을 이웃 고향으로 둔 옥천의 정지용 시인 말한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라뇨” 와 거의 같은 심정일지 모른다. 바위에 앉아 고향 이야기한다.
신선바위. 이름과 달리 신선이 노닐만한 위용이 없어 보인다.
드디어 855봉에 올라오니 서대산 능선이다. 오른쪽으로 서대산으로 향한다. 능선이 비교적 편하고 아름답다.
2코스와 만나는 사자바위
879봉 헬기장을 거쳐 3코스와 만나는 북두칠성 바위 갈림길에서
3코스와 만나는 곳이다.
왼쪽 능선 흥국사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을 지난다. 원래 이리로 올라오려 했다.
제2 헬기장을 지나 견우 대장 바위를 우로 하고
장군봉을 앞두고 길이 장군봉을 크게 우회한다.
장군바위가 함께하는 장군봉을 잠깐 들른다. 여기도 예외 없이 한 기의 묘가 자리 잡고 바위 봉이 한 경치 한다,
왼쪽 급경사를 끼고 오르는 길은 효심사 경유 칠원정사에서 올라오는 길. 서대산는 곧바로 간다.
서대산 강우 레이더 관측소 정상이 코앞이다
서대산(西臺山 904m)
옥천에서 볼 때 서쪽에 뾰족한 봉이라 이름했다. 우암 선생께서 붙인 이름이다.
부부애를 과시해 본다 ㅎ ㅎ.
장군봉 방향 능선이 시원하게 열려 있다.
옥녀 탄금대, 개덕사 방향으로 내려간다.
메마른 우물의 뒤로하고
개덕사 삼거리를 거쳐 원점 회기 한다.
9.6km
13,110보
2시간 33분 21초
고향을 잃은 사람은 있겠지만, 고향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야 님의 서대산 고향 이야기가 오늘의 산행의 주제다
옛살비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함께 뛰놀던 지인과 뒹굴던 산과 들, 멱을 감던 내,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어린 날이 추억들이 봇물 터지듯 숨 가쁘게 가슴으로 한꺼번에 밀려들 법하다.
그리움도 정겨움도 그에게는 사치였다.
하지만 지금 그는 심한 고향 앓이를 하고 있다.
눈길도 주지 않던 옛 고을은, 편안한 대신에 계산적인 것들이, 편안한 대신에 분주함이, 여유로운 대신에 조급하고 불안한 것들이 들어와 차기 시작해서부터 다시 마음에 들어왔다.
옛 살던 곳의 흙을 밟았다. 최소한 오늘만큼은 수야 님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