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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등골에 빨대를 꽂는가?
이 홍사
어느 해 양력으로 정월 초하루를 기점으로 국민건강을 고려하고 금연기금을 조성한다는 그럴듯한 구실을 빙자해서 담뱃값을 왕창 올렸다. 왕창이 아니라 폭발적으로 올린 것이다 담배의 원가가 오른 게 아니라 세금을 올려 2500원 하던 담배를 4500원으로 거의 곱절을 단숨에 올렸다. 물론 그 정부의 지지율은 그날부로 수직으로 급락했다. 그 급락의 수치만큼 담배 판매율도 떨어졌다. 성공이다. 금연정책은, 이거 세수가 모자라면 어쩌나?
정부의 우려는 기우였다. 석 달 뒤 예년의 판매량을 기록을 회복했다.
다행이다. 세수를 채워서!
정부의 잣대는 완전히 고무줄이었다. 정작 국민 건강을 생각해서 담뱃값을 올렸느냐?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이 들 지경이다. 정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국민들은 아니었다. 담뱃값도 못하는 놈들이 상당히 많아진 것이다. 돌아보면 담뱃값을 못하는 놈이 도처에 늘려있다. 아무튼, 말이 안 된다. 흡연자를 범죄자 무리로 만들어놓고 과태료 수준으로 담뱃값을 올렸다는 비약적인 억지주장도 나올 지경이었고 내 생각으로는 정부가 비열하게 흡연자의 등골에 빨대를 꽂았다는 생각이 압도적이다.
담배에 관한한 인심이 후해 옛날에는 담배가 떨어지면 길 가던 사람에게, 담배 한 개비 빌립시다, 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는데 지금은 그 말을 하는 것도 듣지 못했지만 했다가는 이상한 눈초리로 무안만 받을 것이다. 담배 한 개비에 정확하게 계산하면 225원이 된다.
이 얘기를 하니 괜히 열 받네. 잠깐! 담배 한 대 물고.
석 달 만에 판매량이 예년의 기록으로 회복된 것은 사재기 했던 담배가 바닥이 나고 금연을 시도했던 흡연자들이 순간적인 행복 추구권을 찾아 다른 곳 지출을 줄이는 한이 있어도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뜨신 밥을 처먹고 그런 쉬어터진 조사를 하는 전문가도 있는 모양이다. 지금은 어디를 가도 담배 한 보루를 내밀면 거한 선물이 되는 반면, 편의점을 턴 강도가 진열된 담배만을 싹쓸이해 가는 사건도 일어나고 있다.
담뱃값이 인상되던 시점은 어땠는가?
웃지도 못할 해프닝이 도처에서 일어났다. 인상되기 한 달 전부터 모든 담배 판매소에서는 일인당 한 갑씩 밖에 팔지 않았다. 심지어 인상되기 이틀 전부터 문을 닫은 편의점도 있었다. 소비자들도 만만치 않았다. 일삼아서 이 가게, 저 편의점 돌아다니며 담배를 사 모으는 무리들도 있었다. 담배를 사러 들어가서 담배가 없다고 하는 가게 점원에게 왜 담뱃가게에 담배가 없냐고 따지기도 하고 종내에는 점원과 주먹다짐으로 발전하는 해프닝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났다. 그야말로 담배를 위한, 담배에 의한 전쟁이 선포된 것이다.
담배와의 전쟁이 선포되고 나서 공항 면세점의 담배판매 방식도 달라졌다.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의 티켓을 체크하며 일인당 두 보루 이상은 팔지 않는다. 이 면세점에서 두 보루를 사고 저 면세점에서 두 보루를 산다는 건 불가능하다. 전산이 연결되어 있기에 판매거부를 당하고 창피만 톡톡히 받는다. 하여, 부부간에 해외여행을 나가면 남편이름으로 두 보루를 사고 아내이름으로 두 보루를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평소에 담배를 끊으라고 잔소리를 늘어놓던 아내들도 그 때만은 동조를 하게 되어 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주부들의 알뜰심리가 아니라 살 수 있는 권한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담배판매소에는 항상 긴 줄이 서있다. 티켓을 체크하느라 계산이 늦어진 까닭에 담배 두 보루씩 든 여행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게 마련이다. 담뱃값이 오르고 나서 희한하게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도 공항을 이용하면 면세점에서 무조건 담배를 사는 기현상이 생겼으니 계산대의 줄은 더 길어졌다. 제주 공항은 어떤가? 국내 여행자도 면세점을 이용할 수가 있다. 골초라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동반자 서넛을 개입시키면 이박삼일 제주 여행을 공짜로 하는 셈이 된다는 말이 번연히 떠돌고 있다.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공항을 이용하지만 공항면세점에서 담배를 한 번도 사지 않았다. 엄밀히 얘기하면 정부가 내 등골에 꽂은 빨대를 빼서 던졌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담배를 끊었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담뱃값이 오르고 나서 한국에서 담배를 한 번도 사지 않았다. 담배는 어디서 구하는가? 미얀마에서 담배를 사는 것이다.
미얀마에서 최고급 담배인 일본의 메뷔우스가 1100원이고 한국의 에쎄는 1200원이다. 한국의 에쎄는 좀 귀한 반면 메뷔우스는 아무 담뱃가게에 가면 다 진열되어 있다. 미얀마 현지인들은 비싸서 잘 피우지 않지만 우리 기준으로 하면 엄청 싸다. 내 숙소가 있는 아파트 단지에도 담뱃가게가 서너 곳이 있다. 내가 가면 1100원인데 가사도우미 때때를 보내 보루로 몇 보루씩 산다. 그러면 흥정을 해서 50원씩 깎아서 사온다. 담배가 흥정이 가능한 나라다. 담뱃값이 오르기 전부터 미얀마에 일을 벌였으니 메뷔우스로 입맛을 들인 것이다. 한 달은 미얀마, 한 달은 한국에서 일을 하니 한국에서 피울 담배를 사가지고 들어온다. 내가 피울 담배만 사는 게 아니라 선물로 줄 담배까지 사가지고 온다. 담뱃값이 오르고 나서 담배 한 보루를 선물로 주면 받는 가까운 애연가들 입이 찢어질까 두려울 정도다. 이젠 보루라고 불리는 담배 한 박스를 주면 무엇보다 좋은 선물이 된다.
보루! 어디에서 나온 담배의 량의 측정하는 단위인가?
찾아보니 담배를 세는 의존명사인데 board (보오드)에서 파생된 단위이다, 이 의존명사가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들어오는 바람에 d가 묵음이 되고 일본식 발음으로 보루라는 이름이 되었지 싶다. 아무튼, 나는 미얀마에서 담배를 한 보루씩 사는 법이 없다. 다섯 보루, 열 보루 단위로 산다. 어떤 담뱃가게에서는 그 가게에 있는 메뷔우스를 싹쓸이 하는 경우도 있다. 미얀마에도 담배를 생산한다. 미얀마산은 가장 좋은 담배가 레드루비인데 700원이다. 실험삼아 한 갑을 피워보았는데 얼마나 독한지 혓바닥이 얼얼하고 목구멍이 따가울 지경이었다. 참고로 미얀마 환율과 한국 환율은 비슷하다. 1달러에 1200원 선이고 미얀마도 거의 1200짯이다. 단지 인건비가 한국의 십분의 일 수준이다. 그러니 미얀마에서 담배 한 갑에 1200원이면 현지인 기준으로는 엄청 비싼 편이다.
몇 보루씩 사는 담배를 내가 미얀마에서 다 피지 않는다. 남은 담배는 가지고 들어온다. 외국을 들락거린 혹자들은 한 사람에 두 보루 제한인데 한국 세관 검색에 걸리지 않고 어떻게 열 보루를 가지고 들어오느냐고 궁금한 듯 묻지만 방법이 있다.
일단 화물로 탁송하는 캐리어가 두 개다. 그 캐리어에 두 보루씩 넣는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검색과정에서 어느 게 누구의 가방인지 모른다. 한 가방에 두 보루라는 제한이 적용되기에 통과다. 그리고 메고 오는 배낭에는 다섯 보루나 여섯 보루를 넣는다. 미얀마 세관에서는 가지고 나가는 담배에 대해선 얼마를 가지고 가던 관여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들고 오는 손가방도 있다. 메고, 들고 기내에 가지고 들어가는 물건에 대해선 한국에 와서 세관에서 검색을 하지 않는다. 자동출입국 관리기를 통해서 나와서 컨베이어에서 돌아가는 캐리어를 찾아서 카트에 배낭과 함께 싣고 나오면 그만이다.
이런 방법을 공개적으로 일러주었으니 한국 세관의 검색방법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그렇다.
담뱃값이 오르고 나자 담뱃값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들이 생겼다.
바로 J다.
미얀마에서는 J를 자주 만난다. 다른 한국인은 두세 번 만나서 떠볼 것을 다 떠보면 만나고 싶지가 않지만 J는 특별하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동남아로 진출하려면 두 가지를 조심하라고 했는데 첫째가 모기고 그 다음이 한국인이고 했다. 거기에서 모기 같은 한국사람 만나서 득을 볼 건 전혀 없다. 현지인들과 일을 하면서 유일하게 만나는 한국인이 J다. 떠볼 건 다 떠보고 동생처럼 대하고 있는 사이다. 심심한 주말이면 같이 당구치고, 어쩌다 골프장 반값을 하는 날, 저녁내기 골프를 치고 가끔씩 술을 마시는 사이다. 나는 오직 J를 통해서 한인사회를 내다본다. 어느 날 J로부터 제안이 들어왔다. 그 제의는 전화로 받은 것이다. 전화로 받은 제의, 정말이지 뜬금없었다.
-형님! 에쎄가 드디어 들어왔어요. 한국담배를 미얀마로 수입합시다.
또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들은 거야. 은근히 짜증이 일었다. 이 녀석은 사업 제의를 열 번도 넘게 했다. 차량 대여부터 화장품 수입, 화물차 전용주유소까지 거론하지 않은 게 없다. 미얀마에서는 J의 이야기도 골라서 들어야 한다.
-여기 담배가 1200원이다. 수입해서 몇 푼 남는다고? 판로는 있냐?
-가서 말씀드릴게요. 숙소에 계실 거죠?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고 점심이나 먹으러 와라.
그날 주방에선 가사도우미들이 회를 푸짐하게 썰어 넣은 비빔국수를 만들고 있었다. 국수 원료는 밀가루가 아니라 쌀이다. 미얀마의 국수는 카욱쉐라고 불린다. 모힝가부터 시작해서 카욱쉐쪼, 샨카욱쉐, 전부가 쌀을 재료로 한다. 쌀을 재료로 하니 우리나라 국수보다 색깔이 하얗고 면발이 가늘다. 국수 반, 회 반으로 푸짐하게 썰어 넣었다. 회는 이틀 전 J가 어떤 방법인지 몰라도 한국에서 공수해온 것이다. 그날 저녁에 안주삼아 먹다 남은 것을 냉장고에 넣어두었는데 비빔국수로 해 먹자고 가사도우미들에게 일러주어 점심을 만들던 참이다.
J가 도착하자 바로 점심이 차려졌다.
비빔국수를 그냥 먹는 게 아니라 상추에 싸서 한 입 미어지게 먹는 맛은 특별했다. 거기다가 한국에서 날아온 소주도 한잔 겻들이며 흘깃 보니 J는 무슨 말인가 하고 싶어 입이 간질거리는 눈치였다.
-먹고 얘기해.
무슨 말인가 꺼내려는 순간, 그 말로 J의 입을 두 번이나 막았다. 말문이 막히니 얼마나 답답했던지 가슴을 두드려가며 J는 국수를 먹어야 했다. 그렇게 느긋하게 골려먹는 재미도 보통이 아니다. J야 급했겠지만 나는 최대한 느긋하게 국수를 먹었다.
국수를 먹고 거실로 나와 담배를 물고 J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형님! 한국에서 에쎄 한 갑 원가가 얼마인지 아십니까?
-그런 걸 알아서 뭐해!
-한 갑 원가가 230원 든답니다. 한국 담배가 외국으로 수출 나갈 적에 700원 정도에 나간다고 하네요.
-거기다가 운송비 포함하고 도매 값으로 넘기면 별로 남는 것도 없겠네. 몇 보루나 수입하려고? 판로는 있냐?
-아! 형님 참 답답하네.
J는 그 답답하다는 말을 서두로 꺼내놓고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에어컨이 켜져 있건 말건 창을 열어놓고 담배를 줄기차게 피워가며 J가 거품을 물고 설명하는 가당치도 않은 프로젝트를 요약해보자. 나도 담배를 피우며 건성으로 들은 말이다.
담배를 몇 보루 단위로 수입하는 게 아니라 한 컨테이너가 되도록 수입한다는 것이다. J는 그 수량까지 계산하고 있었다. 백 보루로 된 박스 한 건터이너면 거의 이천 박스가 실린다는 것이다.
보루로 계산하면 이만 보루 곽으로 계산하면 이십만 곽, 원가로 계산하면 운송료를 포함해서 한 갑에 800원 잡고 십육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가 된다. 그 담배를 미얀마에서 팔지 않는다. 미얀마 국제부두에서 농산물 컨테이너랑 바꿔치기를 해서 다시 한국으로 들여가 담배 중간 도매상에 한 갑에 싸구려로 3000원에 넘기면 육십억 원이 된다. 그러면 마진이 얼마인가? 사십사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J가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설명했다.
-그거 불법이잖아?
J의 핏대를 세우면서 하는 설명을 다 듣고 초를 쳤다. J는 내 말에 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할 말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 한숨을 쉬는 녀석에게 초를 한 번 더 쳤다.
-쉬어터진 소리 그만하고 내일 스포츠 골프장 반값 할인되나 알아봐.
-형님! 지금 돈이 사십억 원이 눈앞에 있는데 골프장이 눈에 보입니까?
-네 말대로라면 밑천으로 십육억 원이 있어야 하는데 그 돈이 있냐? 돈이라곤 모조리 땅에 다 쑤셔 넣었지? 이건 단지 수치상의 계산일뿐이야. 상상은 그윽하고 아름답다.
-그러니까 투자자를 모집하자는 거 아닙니까?
-야! 불법에 누가 투자를 해? 쉬어터진 소리 그만해라. 리스크가 도처에 깔려있는 일이야.
-방법은 강구하면 됩니다.
녀석의 말대로라면 한국의 투자자에게 미얀마의 부동산을 산다고 하고 투자를 받아서 일을 마치면 곱절로 내줘도 떡고물이 떨어진다고 했다. 미얀마 부두나 세관에서 하는 일은 돈이 조금만 들면 아주 쉽고, 한국 세관에도 한두 명 구워삶아서 통과되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일은 간단해서 투자에서 이윤을 손에 쥐기까지 석 달 안에 끝나는, 단기 사업으로는 수익이 그만이라고 했다. 컨테이너가 미얀마에 도착하면 컨테이너 입구에 있는 담배를 내리고 참깨나 땅콩으로 입구를 막아서 다시 한국으로 들여가는 방식이라고 구체적으로 뇌까렸다. 그 따위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표면적으로 우리는 여기서 한국 담배를 수입하고 미얀마 농산물을 한국으로 수출하는 겁니다. 일테면 무역이죠.
-그따위 무역하다가 감방에서 팍 사그라지는 놈들 많이 보았다.
-저는 할 겁니다. 형님 얼마를 투자하시겠어요? 세 곱장사인데?
-안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알아서 하세요. 저는 이제 낮잠이나 한숨 때리겠습니다.
그 말을 기화로 탁자에 있던 담배를 쥐고 내 방으로 들어가서 에어컨을 켜고 침대에 누웠다. 저렇게 핏대를 올릴 땐 피하는 방법이 최고의 전략이다. 녀석은 침실까지 따라와서 구체적으로 투자자가 정해지면 다시 내 지분을 거론하자고 했다.
-그거 참! 턱도 없는 소리 말고 부동산 중개나 잘하세요.
J는 그 날 그렇게 퇴박만 받고 돌아갔다. 그런 소릴 들었으니 낮잠이 올 리가 없다. 정신은 몸을 지배하고 또 지배를 받는다. 낮잠이 올 리가 없었다.
J가 현관으로 나가는 소리를 듣고 바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담배와의 전쟁이 선포된 것이다. 녀석이 무시무시한 일을 저지르려고 하는데 말릴 방법이 없을까? 그걸 궁리하느라 건성으로 검토하는 도면이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투자자의 돈이 그야말로 담배연기처럼 사라질지 모르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프로젝트다. 그러나 걱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투자자를 구하다가 제 풀에 지치면 또 유야무야 그만두게 되어있다.
J가 미얀마에서 하는 일은 부동산 컨설팅이다.
어디에 땅이 나면 한국투자자들을 붙여 구입하고 택지나 공장부지로 조성해서 수익을 남기고 되파는 방식이고 현지에서 공장을 하려는 작자들에겐 용도를 변경해서 공장부지로 허가를 내어주는 일이다.
한국에 있을 때도 부동산을 했고 글로벌시대에 발맞추어 국제 시장으로 눈을 돌려 몽골에 들어가서 울란바트로에서 육 년간 부동산을 주물럭거리며 땅값을 잔뜩 올려놓은 인물이다. 나도 역마살을 달래느라 그 시기에 몽골을 들락거리며 중기임대업을 했지만 거기에서는 J를 알지 못했다.
미얀마에 들어와서 초기에 환치기하는 인물을 찾다가 알게 되었다.
개인투자자가 해외사업을 하려면 사업자 등록이 나오기 전까지는 돈을 가지고 나올 방법이 없다. 무조건 환치기를 통해야 한다. 그게 한국 외환관리법의 맹점이다. 해외사업자 등록증이 나와야 현지 계좌를 만들고 정상적으로 해외투자자 신고를 하고 자금을 송금할 수가 있다.
미얀마에 들어가서 초기에 회사 설립 자금을 보내기 위해 환치기를 찾다가 J를 만난 것이다. J는 부동산 컨설팅을 하며 환전소와 환치기를 겸하고 있었다. 만나서 얘기를 하다 보니 같은 시기에 몽골에 있었고, 동향이고,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인물이라 급속히 친해져서 무료한 자투리 시간에 만나 당구치고, 골프장 반값할인 되는 날을 골라서 같이 골프치고 술을 마시며 형님, 동생하게 되었다. 그게 벌써 삼 년이다.
J가 돈이 없는 게 아니다. 단지 손에 쥐고 있는 현금이 없을 뿐이다. 요지에 좋은 땅은 현지인 이름으로 여러 군데 사두고 적당한 작자를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가지고 있는 땅이 갑자기 한 덩어리 팔리면 담배수입을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경제력이 된다. 하지만 꼭 이윤에 확신이 서는 사업은 나를 끼워 넣어주고 싶어 한다. 담배 프로젝트에 동참하지 않겠지만 일단 그 점은 고마운 일이다.
하긴, 다른 각도에서 보면 녀석의 말도 맹랑한 소리만은 아니다. 한국의 담뱃값 인상은 국민 건강을 고려한 게 아니라 흡연자의 등골에 빨대를 꽂은 정부의 얄팍한 수법이다. 그런 국면에서 볼 때 녀석의 말마따나 담배 역수출은 의적행위에 다름 아니다. 너무 비약적인가?
녀석은 일례를 들었다. 인천의 동인천역 뒤에 가면 담배가 4,500원이 아니라 3,500원하는 곳이 있단다. 단지 시중의 담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면세용이라고 적혀 있단다. 그 문구가 적히지 않았다면 더 받을 수도 있는데 그 문구 때문에 3,500원으로 결정되었단다. 그게 어떤 루트로 들어오느냐?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상들이 면세점에서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담배를 사가지고 나가서 들어올 때 그대로 가지고 들어와서 그곳에서 웃돈을 조금 얹어 판다고 했다. 그게 무슨 돈이 되느냐 싶지만 한 달에 열 번 나갔다가 오는 걸로 계산하면 한 번의 경비가 빠지는 일이라고 했다. 보따리상 아줌마들 수입으로는 빼놓을 수가 없고 판로가 확실하니 빼놓지 않고 들여온다고 했다. 언제 그런 것까지 조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입으로 나오는 담배는 면세라는 문구가 적히지 않고 시중에 파는 담배와 똑 같다고 했다. 면세용이라는 문구도 적히지 않은 한국 담배 그대로란다. 한국에서 들어간 에쎄를 나도 사보았는데 한국 담배와 상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니 범법행위가 아니라면 그런 역수출을 해도 무리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그렇게 J를 보내고 나도 그 담배에 대한 이야기는 잊고 미얀마를 오가며 일을 했다. 그게 지난봄이었다.
그 후로 미얀마에 나가서 J를 여러 차례 만났지만 말이 없어 유야무야 담배 역수출에 관한 이야기가 끝난 줄로 알았는데 J의 제의가 또 들어왔다. 미얀마에는 열대몬순 기후의 우기가 닥쳐 비가 줄기차게 내리던 날이었다. 기습적으로 내리는 그 폭우를 뚫고 J가 숙소로 찾아온 것이다.
-형님 투자자 셋을 구했는데 형님께서 얼마를 투자할 것인지 말씀하세요.
-이런 씨....... 자다가 홍두깨네! 무슨 투자?
-담배 역수출에 관한 투자, 전번에 말씀 드렸잖아요. 세 곱장사라고?
-그거 아직도 유효한 거냐? 난 빠지련다. 투자자어르신들과 알아서 해라.
-아이고, 참! 형님 모양새가 안 납니다. 같이 합시다.
-너는 툭하면 모양새를 들먹인다. 그 모양새가 사람 잡네. 한다면 나는 어느 역할을 담당하는 거냐?
-그냥 투자만 하세요. 형님이 무슨 일을 해요?
-모자라는 돈이 얼마냐? 그 부분을 내가 충당할게.
-고맙습니다. 복 받으시겠습니다.
녀석의 말에 뭔가 모르게 낭창한 뉘앙스가 녹아 있었다. 순간적으로 놀리는 기분이 들었다.
-너 지금 사람 떠보는 거냐?
-형님! 상황이 이미 종료되었습니다.
J의 말을 요약해보자. 그 담배 역수출을 위해서 투자자를 현지에서 모집하니 두 명이 일억씩을 내겠다고 했단다. 부동산 투자가 아니라 담배 역수출이라 바른대로 얘기했다고 했다. 세 곱이 되는 장사지만 주관자에게 떨어질 떡고물을 감안하여 두 배 반으로 하여 작전이 끝나면 이억 오천씩 주기로 했단다. 판로는 부산의 담배 도매상 세 곳에 이미 구두로 합의를 보았다고 했다. 담배 도매상이라면 그 정도는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충분하다고 했다. 헌데 문제가 생긴 건 그 작업을 은밀히 구상하며 진행하는 과정에서 선수를 친 놈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 놈이 미얀마의 누구냐고 물었다. 내 물음을 형님은 뉴스도 안 봐요? 라는 말로 일축시키고 설명을 했다. 미얀마에서 아는 사람이 아니라 베트남 교민이었다고 했다. 인천항에서 출발하여 베트남으로 가는 담배를 부산항에서 하역하고 보세구역에 보관하던 중 들통이 나서 뉴스에 크게 보도가 되었다고 했다. 하여 담배 수출에 경비가 삼엄해졌다는 설명이다.
-우리 대신에 다른 놈이 연습을 해주었군. 아주 멋진 실험이었어. 너? 일억씩 돈을 받았냐?
-한 사람은 구두로 약속을 했고 한 사람은 통장으로 들어온 돈을 오늘 되돌려주고 오는 길입니다.
-담배연기로 날아간 사업구상이었구먼. 잘 됐다. 속 비워라! 속을 비우니 쓰리지? 밥 먹자.
둘은 한국에서 날아간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며 담배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게 지난 우기였다.
우기가 지나고 건기에 들어서자 일이 바빠졌다. 그 동안은 한 달은 미얀마 한 달은 한국에서 생활했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되고부터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미얀마에서 벌인 일은 빌라를 짓는 일이다. 땅을 사서 건축업자를 붙여 중저가 빌라를 지어서 현지인에게 분양하는 일인데 땅을 사고 건축허가를 받는데 꼬박 이 년이 걸렸다. 공사를 감독할 마땅한 인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미얀마에 계속 붙어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한국의 일은 막내 여동생이 맡아서 이십 년 노하우로 완벽하게 한다지만 내가 없는 자리에 표시가 난다. 거친 공사현장 관리와 결코 보드랍지 않은 중기기사를 관리하는데 여자의 몸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내가 미얀마에 있어도 매일 문자를 받고 지시를 하지만 그것 또한 한계가 있다. 현장 소장이나 대리인들과 밥도 먹어야하고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수시로 둘러보며 확인도 해야 한다. 미얀마도 한 달 동안 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가 잘못된 공사를 다시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궁리 끝에 보름은 한국, 보름은 미얀마에서 생활하기로 하니 몸이 고단할 수밖에 없고 항공료가 많이 든다. 일주일 단위로 왔다 갔다 하면 좋으련만 몸이 따르지 않을 것 같아 보름을 주기로 결정을 했다.
미얀마에서 사오는 담배에 길을 들이니 몸에 이상이 생겼다. 일본에서 들여간 메뷔우스는 가래가 많이 생긴다는 점이다. 하여 지난번에 나가서 J와 담배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가 한국의 에쎄를 파는 곳을 알려달라고 했다. 시내에 있는 담배도매상인데 크기는 작은 구멍가게지만 세계의 담배가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한국의 에쎄를 찾으니 지금은 없다고 했다. 주문하면 내일 들여놓을 수가 있다고 했다. 에쎄는 한국에선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거기선 모두가 같다고 했다. 같이 간 J가 에쎄 골드와 골든 리퍼를 열 보루씩 주문하고 내 전화번호를 일러주었다.
-이왕 사는 거, 한국에서 비싸게 팔리는 담배로 사야죠.
당연한 말이다. 나는 에쎄를 피우지 않아서 에쎄 가격에 대해선 모르지만 이왕이면 한국에서 비싸게 팔리는 것이 선물로 좋겠다는 생각으로 두 종류를 피워보고 결정하자는 심산이었다. 다음날은 혼자서 일삼아서 시내에 담배도매상을 찾아갔다. 주문한 담배가 도착해 있었다. 가격은 1200원, 주문한 스무 보루를 차에 싣고 와서 이것저것 피우다가 남은 담배를 다 들고 한국에 들어왔다. 에쎄 골드를 피우는 권 박사에게 두 보루를 주니 입이 찢어질까 두려울 정도로 좋아하며 그 날 저녁 술값을 흔쾌히 권 박사가 냈다. 원가는 이만사천 원인데 팔만 원에 가까운 술값을 권 박사가 냈으니 간접적인 이득을 본 셈이다. 권 박사 입장에서도 결코 손해가 아니다. 시가 십만 원어치 담배를 받고 팔만 원어치 술을 사고 잘 먹었다는 소릴 들었으니, 가만히 생각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따로 없었다.
-이거 담배 장사를 해도 재미가 쏠쏠하겠는데?
-가지고 올 수만 있다면 곱절장사는 쉽게 되는 거지.
권 박사가 거들었다. 권 박사에게 두 보루를 주고도 나에게는 열다섯 보루의 담배가 남아 있었다. 헌데 본격적으로 담배장사를 생각한 건 그 다음 날이었다.
장 기사가 인사차 찾아온 것이다. 장 기사는 벌써 오 년 전에 나에게서 퇴사한 기사다. 정밀공장을 하던 제 형님 빚보증을 섰다가 알거지가 되어 나에게 포클레인 기사로 와서 육 년을 일했던 기사다. 포클레인 기사가 한 자리에서 육 년을 일했다면 장기근무를 한 셈이다. 고향이 경북 청도라 이곳이 객지인 녀석은 육 년 근무하는 동안은 중기 사무실 일 층에 딸린 골방에서 생활했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저녁이면 늘 장 기사를 데리고 길 건너편 재래시장, 돼지국밥집에 가서 소주를 마셨기에 정이 듬뿍 든 녀석이다. 제 고향에 일자리가 났다면서 거기서 터를 잡아야한다며 퇴사한 지 오 년이 넘었건만 명절 때면 꼭 술을 들고 인사를 오는 잔정이 넘치는 기사다. 모든 기사가 장 기사 정도만 된다면 중기임대업도 보람을 가지고 할 만 한 사업이다. 포클레인 조수로 시작해서 기사가 되고 차주가 되어 업을 하는 사십 년간, 가르치고 거쳐 간 기사를 다 모아서 세우면 한 운동장은 되겠지만 명절이라고 술을 사들고 찾아오는 녀석은 장 기사가 유일했다.
제 형님 설거지 하느라 마흔이 넘도록 노총각이던 녀석은 알거지에서 벗어나자 베트남 처녀와 국제결혼을 하고 아랫배가 부른 색시를 데리고 인사를 왔었다.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었기에 그날 저녁은 내가 푸짐하게 샀다. 그리고 일 년쯤 지나자 아이 돌잔치에 오라는 연락을 받았고 장수하라고 두꺼비가 새겨진 반지 하나를 사서 청도를 다녀왔다.
꼭 명절 때뿐이 아니라 수시로 왔다. 이쪽에 볼일이 있으면 와서 차를 한 잔 마시고 가고 그 쪽에 일거리가 있으면 도급공사를 요청하는 나에겐 첩보원 역할을 했다. 그런 장 기사가 그날 안면이 있는 정비사를 하나 데리고 사무실에 왔다. 나는 다음날 배차 상황을 파악하고 권 박사와 술추렴을 나가려고 담배를 챙기던 참이었다. 사장님은 외국 계실 것 같아서 못 뵐 줄 알고 커피나 한잔 마시려고 들렀는데 사장님을 뵈니 고향에 온 느낌이라고 했다. 어쩐 일로 정비사를 대동했냐고 묻자 이쪽 현장에 있는 친구의 중기가 고장이 나서 유압회로를 테스트 하고 오는 길이라며 사무실을 지키는 여동생에게 더 예뻐졌다는 입에 발린 인사를 서글서글하게 뱉어냈다.
담배를 피우며 얘기하자고 내 방으로 불러들였다.
-사장실을 참하게 꾸며 놓았네요.
-사장실이 아니라 흡연실이다.
원래는 한 층을 통으로 쓰던 사무실이었다. 담뱃값이 오르고 매스컴에서 금연 열풍을 때리자 담배만 물면 동생이 계절과 날씨를 불문하고 창문을 죄다 열어젖히곤 해서 마당에 내려가 담배를 피우다가 올 봄에 생돈을 들여 중간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분리시켜놓았다. 중기 사무실은 열 받는 일이 많다. 열 받으면 담배를 물어야 한다. 전화를 받다가 담배를 무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화를 받다가 마당으로 내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알고 있겠지만 그래서 사장실이 아니라 흡연실이라는 사연을 장 기사에게 설명했다.
그날 장 기사는 낭보를 들고 왔다. 다름 아니라 중기 차주가 되었다는 것이다. 기사노릇을 하던 그 중기를 그대로 인수받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잘했다. 그럼 일거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 중기는 기종이 뭐냐? 몇 년 식이고? 얼마에 인수했느냐?
그런 말들을 주고받다가 장 기사는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잠깐만요, 하고 받았다. 내용을 들어보니 담배가 어쩌고 하며 에쎄 순은 지금 없는데 한 보루에 삼만 원! 하는 말에 귀가 번쩍 띄었다. 담배장사를 시작한 모양이다. 언젠가 베트남 아내가 대구에서 베트남 물건을 파는 슈퍼를 차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네 집사람이 베트남 슈퍼를 차렸나?
전화를 끊는 장 기사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그럼, 담배장사를 하나?
-아! 예, 그게 사실은.......
그렇게 입을 연 장 기사의 말을 요약해보자. 베트남 아내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건 다름 아니라 담배를 사 모으는 일이란다. 담배를 어디에서 사는가? 베트남인들과 페이스 북을 하는데 베트남에서 유학생이나 취업자가 들어오면서 베트남 현지에서 파는 한국 에쎄를 다섯 보루, 열 보루 단위로 가지고 들어오게 해서 그걸 택배로 받고 송금을 해준다고 했다. 담배를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은 곱절 장사가 되게 이만 사천 원을 송금해주니 베트남인으로서는 쏠쏠한 벌이가 되고 그 담배를 장 기사가 주위의 지인들에게 삼만 원에 팔아서 그 돈을 아내에게 준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돈이 되겠냐 싶지만 택배가 매일 오고 사가는 사람도 한 보루를 사가는 게 아니라 싹쓸이해서 가기에 목돈을 만진다고, 주문은 늘 밀려있고 마누라가 그렇게 좋아한다고 했다.
-사장님! 이 담배 한번 피워보세요. 이천사백 원짜리입니다. 면세점보다 쌉니다.
장 기사는 주머니에 들어있던 에쎄 라이트를 꺼내 내 앞으로 내밀었다.
-너도 정부가 흡연자 등골에 꽂은 빨대를 빼서 던졌구나? 하지만 너 지금! 고양이 앞에서 쥐 좆 자랑하는 거라는 거 알고 있냐? 나는 천이백 원짜리 담배를 핀다. 바로 이 담배다.
탁자위에 놓여있던 에쎄 골드를 가리켰다.
-아! 참 사장님은 미얀마에 다니시지? 미얀마도 에쎄가 들어갑니까?
-사람 사는데 다 똑 같아. 나에게 지금 이 담배가 열 보루 이상 있는데 사 갈래?
-그래요? 당장 사죠!
나는 장난스럽게 던졌지만 장 기사는 정색을 하고 대답했다.
-얼마에?
-보루 당 이만 사천 원에 사야죠. 그래도 택배비가 득인데.......
흥정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간단하게 합의를 보았다. 나는 일어나서 내 집무용 책상 아래 넣어둔 박스에서 담배를 열 보루 꺼내고 덤으로 한 보루를 더 꺼냈다. 그도 서너 보루가 남았으니 혼자 피우면 다음 주에 미얀마 나갈 때가지는 충분히 남아돈다.
-여기 열 보루는 돈을 받고 파는 것이고, 한 보루는 자네 아내에게 주는 선물이야. 살다보니 베트남 여자에게 담배선물도 다 하네? 담뱃값은 내 계좌로 송금해라.
-아니, 지금 현금 있습니다.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뒷주머니의 지갑을 꺼내 지폐를 헤아려 탁자위에 얹어놓았다. 돈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야! 우리가 무슨 밀수하는 것 같다. 그치?
-아닙니다. 이 정부가 비열하게 흡연자의 등골에 꽂은 빨대를 빼버리는 자기방어의 행위입니다. 보름마다 다니신다니 다음부터 왕창 사다주십시오. 판로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야! 고래 잡는 칼을 새우 잡는 데 쓰란 말이냐?
말은 그렇게 하고 오른손 손바닥을 펴서 쳐들었다. 장 기사가 무슨 뜻이지 알고 내 손바닥에 제 손바닥을 냉큼 부딪쳤다. 언젠가 J가 말했던 담배 역수출에 관한 계약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누가 내 등골에 빨대를 꽂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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