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앙의 말이라면
문제 3년에 문제의 동생인 회남왕이 벽양후 심이기를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뿐 아니라 당시 회남왕의 오만방자함은 눈뜨고 못 볼 지경이었다.
보다 못한 원앙이 문제에게 아뢰었다.
"교만한 제후를 처벌하지 않으면 반드시 화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회남왕을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뒤 회남왕의 횡포는 더욱 극심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모반 사건이 발각되었는데, 취조하는 과정에서 회남왕의
관련 사실이 밝혀졌다.
그때서야 비로소 문제는 회남왕을 직접 취조하고, 그를 귀양보냈다.
이때 원앙이 다시 아뢰었다.
"폐하께서 평소에 감독을 소홀히 하셔서 이러한 사태까지 빚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귀양을 보내시면 그 멀고 먼 귀양길을 회남왕이 견딜 수 있을까
걱정됩니다.
만약 도중에 회남왕의 신변에 일이 생기는 날이면, 폐하께서는 광대한 천하를
다스리면서 동생 하나 포용하지 못하고 죽였다는 오명을 벗기 어렵습니다.
아무쪼록 재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문제는 또 그 의견을 묵살하고 귀양을 강행시켰다.
그런데 원앙의 예언대로 회남왕은 귀양길에서 그만 병이 들어 죽고 말았다. 그
소식을 들은 문제는 식사를 하다가 젓가락을 떨어뜨리며 통곡했다. 원앙은 문제
앞에 엎드려 자기가 좀더 강력히 요청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사죄하였다.
"무슨 말을 하는 거요. 나야말로 당연히 그대의 의견을 들었어야 했소."
"폐하, 이미 지나간 일이오니 너무 자책하시지 마옵소서. 이 정도로 폐하의 높은
명예가 더럽혀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폐하께서는 세상에 비길 수 없는 세 가지의 훌륭한 공적을 남기셨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 공적이라니, 무슨 공적이오?"
그러자 원앙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첫째, 폐하의 높으신 효도이옵니다. 폐하께서는 모후이신 박태후께서 3년
동안이나 병석에 누워계실 때 잠도 제대로 주무시지 않은 채 간호하셨고, 약은
반드시 먼저 맛본 후에 드리셨습니다. 이는 효자로 이름난 증삼을 능가하는
효도이옵니다.
둘째, 폐하께서는 여시 일족의 횡포가 끝난 직후 변경 지방에서 장안까지 고작
6대의 수레로 달려 오셨습니다. 당시 장안은 그야말로 무엇이 숨어 있는지 알 수
없는 복마전과 같은 불안한 곳이었습니다. 그런 곳에 맨몸으로 달려오신 페하의
용기에는 용기의 화신이라 하는 맹분이라도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셋째, 폐하께서는 천자의 자리를 다섯 번이나 사양하셨습니다. 고결한 선비로
추앙받는 허유조차도 한 번밖에 사양하지 않았는데, 폐하께서는 그보다 네 번이나
더 사양하는 미덕을 보이신 것입니다.
이번 일도 단지 회남왕의 과오를 깨우치려 한 목적이었는데, 병사하신 것은
전적으로 호위 관리의 잘못이었던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문제는 기분이 풀리는 듯했다.
문제는 다시 원앙에게 물었다.
"그러면 뒷수습을 어떻게 해야 좋을까?"
"회남왕의 세 아드님을 잘 대우하십시오."
그리하여 문제는 회남왕의 세 아들에게 각각 왕위를 주었다.
그 뒤 원앙의 명성은 천하에 드날리게 되었다.
한편 어느 날인가 문제가 황후와 신부인을 데리고 상림원에 나들이를 나갈
때였다. 그때까지 신부인은 황후와 똑같은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상림원을 지키던 관리들도 예전처럼 두 사람의 자리를 나란히 준비해 놓고
있었다. 그런데 원앙이 그것을 보고는 신부인의 자리를 한칸 내려놓았다. 그러자
신부인은 화가 나서 궁궐로 돌아가 버렸다.
문제도 기분이 잡쳐 그대로 궁궐로 되돌아가 버렸다. 그런데도 원앙은 태연한
표정으로 궁궐로 들어와 문제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었다.
"신분의 상하를 엄격히 구분해야만 상하의 관계가 원만해지는 법입니다.
폐하께 황후가 계시는 이상 신부인은 측실입니다. 정실과 동렬의 지위에
있어서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좋으라고 하신 일이 도리어 해를 입힐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옛날 여태후와 척부인의 '사람돼지' 사건을 설마 잊고 계시지는 않겠지요."
이 말을 들은 문제는,
"듣고 보니 정말 맞는 말이오."
하며 즉시 신부인을 불러 원앙의 깊은 뜻을 설명해 주었다.
그랬더니 신부인은 원앙에게 고맙다며 금 50근을 선물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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