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01 사순4주간 금 – 133위 106° 이유일 안토니오

[대흥봉수산순교성지]

220401 사순4주간 금 – 133위 106° 이유일 안토니오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를 돌아다니셨다. 유다인들이 당신을 죽이려고 하였으므로,

유다에서는 돌아다니기를 원하지 않으셨던 것이다.”(요한 7,1).

133위 106° ‘하느님의 종’ 이유일 안토니오

이름 : 이유일(李惟一) 안토니오

출생 : 1819년, 연풍

순교 : 1868년 6월 30일 이후, 물고(장사), 좌포도청

이유일(李惟一) 안토니오는 충청도 연풍(延豊)의 양반집에서 태어났으며, 일찍이 상경하여 서울 소공동(小公洞)에 거주하였다. ‘유일’은 그의 자(字)이다.

이유일 안토니오는 29세(1848년) 무렵에 부친에게 천주 교리를 배웠으며, 이진여(李辰汝)에게 대세(代洗)와 세례명을 받았다. 그리고 1858년 이전에 태평동(太平洞, 현 서울시 중구 북창동·서소문동) 베르뇌 주교의 집에서 다블뤼 주교를 만나 견진성사를 받았으며, 칼래 신부에게 여러 차례 고해성사를 받았다. 특히 다블뤼 주교는 이유일 안토니오를 부제(副祭)라고 부를 정도로 각별하게 생각했으며, 그는 다블뤼 주교의 복사로 활동하기도 하였다.[1]

이유일 안토니오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면서 이웃에 교리를 전하는 데도 노력하였다. 그는 남종삼(南鍾三, 요한), 권복(權複, 프란치스코)[1.1], 김정갑(金鼎甲, 바르나바), 민유배(閔裕培, 아우구스티노) 등에게 서적을 빌려주거나 천주교를 가르쳤으며, 대세(代洗)를 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베르뇌 주교와 다블뤼 주교를 자신의 집으로 모셔 와 신자들이 성사를 받을 수 있게 하였다.[2]

1865년 말부터 지도층 신자들은 방아책(防俄策), 곧 두만강 근처에 자주 나타나 통상을 요구하는 러시아의 세력을 방어할 책략을 마련하여 집권자 흥선 대원군(興宣大院君)에게 건의하였다. 조선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선교사들을 통해 프랑스나 영국과 동맹을 맺음으로써 러시아 세력을 견제하자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신앙의 자유를 얻으려는 의도도 들어 있었는데, 이때 이유일 안토니오[2.1]는 동료 홍봉주(洪鳳周, 토마스)[2.2], 김면호(金勉浩, 토마스)[2.3], 남종삼(南鍾三, 요한)[2.4][2.5] 등과 함께 여기에 참여하였다. 또 그는 흥선 대원군이 주교들과의 면담을 요청하자, 다블뤼 주교를 모셔 오고자 충청도 신리를 다녀오기도 하였다.[3]

그러나 흥선 대원군은 처음의 약속과 달리 선교사들과의 만남을 미루다가 1866년 초부터 병인박해를 일으켰다. 그러자 겁이 난 이유일 안토니오는 강릉 계촌(季村, 일명 굴아위)[3.1]으로 피신해 생활하였다. 그러다가 1868년 6월 24일(음력 5월 5일)[4]에 심능석(沈能錫, 스테파노)[4.1]과 함께 경포(京捕), 곧 서울의 포교에게 체포되었고, 서울 좌포도청으로 압송되어 문초와 형벌을 받은 뒤 6월 30일(음력 5월 11일) 이후에 물고(物故)로, 곧 형이 집행되기 전에 문초와 형벌 가운데서 순교하였으니, 당시 그의 나이 49세였다.[5]

[註]__________

[1] 『좌포도청등록』, 무진(1868년) 5월 11일.

[1.1] 천주교 춘천교구·원주교구 공동 학술 심포지엄,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 춘천·원주교구 출신 순교자 연구(2016년), pp.32-33

¶“이외에 『추안급국안』의 권복(權複)의 심문 기록에서도 이유일은 언급되고 있다. 권복의 심문 기록에 의하면(국역 『추안급국안』 85권 181쪽), “을묘년(1855, 철종 6)에 양근에서 서울에 있는 셋집으로 거처를 옮겨 지낸 지 4,5년 되었을 때 이유일이란 사람이 찾아와서 의약에 대해 물으며 서너 차례 왕래하였습니다. 저는 본래 천주학을 요사스럽고 허무맹랑한 것으로 알았고, 아버지는 죽인 원수로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이유일에게 천주교 서적인 칠극(七克)이란 책을 얻어 보았는데 특별히 다른 이야기가 없고 끝에 가서는 무격(巫覡)의 말과 다름이 없었을 뿐입니다. 이 때문에 배우지 않았습니다. 그 뒤에 서양 사람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나라 인물을 보고 싶어서 이유일 집을 찾아가서 장경일(베르뇌 주교)을 만나 보았는데, 단지 얼굴만 보았을 뿐입니다, 영세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유일의 세례명은 안돈(安頓, 안토니오)입니다”라고 답하고 있어, 이유일에게서 천주학을 배웠음을 알 수 있다.”

[2] 『추안 및 국안』, 1866년 1월 18일 남종삼; 『우포도청등록』, 1872년 4월 26일; 『좌포도청등록』, 1868년 2월 11일, 4월 11일, 1870년 2월 27일.

[2.1] 천주교 춘천교구·원주교구 공동 학술 심포지엄,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 춘천·원주교구 출신 순교자 연구(2016년)

¶pp.32-33. 『이유일은 연풍 태생으로 1866년 강원도 계촌으로 피해 있다가 심능석와 함께 잡혔다. 이유일에 대해서 『치명일기』나 『병인박해순교자증언록』에는 언급이 없으나 또 다른 관(官)의 심문 기록인 『추안급국안(推案及鞫案)』에서 보인다. 『추안급국안』의 1866년 1월 남종삼의 국안(국역 󰡔추안급국안󰡕 85권 58쪽)에 의하면, 장 주교와 안 주교를 만나보게 된 연유를 묻는 질문에, 남종삼이 다음과 같이 답하고 있다. “이(유일)안돈(李安頓, 안토니오) 서로 만났는데, 이가(李哥)는 곧 양반으로 일컫는 명색이며, 안돈(안토니오)은 그의 세레명인 듯합니다. 6–7년 전에 (남종삼과 이유일) 서로 알아 왕래하였으며 중간에서 알선한 사람은 바로 일찍이 저의 집에서 심부름꾼 노릇을 한 장길범(張吉範)입니다. 장길범은 또한 일찍이 이가(유일)의 집에서도 심부름꾼 노릇을 한 놈입니다. 제가 시골로 내려올 때 바로 이가(유일)가 집에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한 이안돈(이 안토니오)의 이름과 자(字)는 무엇이냐는 심문에도 “그의 이름은 모르지만, 그의 자는 유일(惟一)입니다, 그의 나이는 47, 8세 정도 됩니다. 구레나룻이 조금 나고 얼굴색이 검습니다, 집은 상동 아래쪽에 있는데 평대문(平大門)의 기와집입니다”라고 답하고 있다. 또한 남종삼이 천주학을 배운 연유를 묻는 질문에도, “제가 배운 것은 바로 상제를 밝게 섬기고 임금에게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학문입니다. 공부한 책의 이름은 『진도자증(眞道自證)』(프랑스 예수회 선교사 샤바냑Émeicus de Chavagnac 沙守信이 한문으로 저술한 교리서. 1784년 이승훈에 의해 조선에 전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책은 천주교 수용과정에서 많이 읽혔으며 뒤에 한글로 번역되기도 하였다)으로 이 안돈 집에서 얻어 보았고, 그와 함께 장 주교에게 힘써 배우고 닦았습니다. 이 밖에 달리 진술할 만한 말이 없습니다”라고 하여 이유일의 집에서 천주학에 관한 책을 보았음과 더불어 그와 함께했음을 밝히고 있다.』

¶p.50, 註 50) 『이유일(1819-1868)은 30세에 입교, 다블뤼 주교를 수행하기도 하였다. 홍봉주, 김계호(토마스) 등과 교류하며 교회 일에 참여하였고 1866년 초 대원군에 방아책을 건의하였다. 1866년 1월 25일 내포에서 활동하던 다블뤼 주교를 서울에 모셔 왔다. 박해가 일어나자 강릉 계촌으로 피신했다가 1868년 6월 체포되어 포도청에서 심문을 받은 뒤, 옥사하였다.』

[2.2] 홍봉주(洪鳳周, 토마스, 1814∼1866) (‘한국가톨릭대사전’ 12권, p.9745)

순교자. 세례명은 토마스. 본은 풍산(豊山). 1801년에 순교한 홍낙민(洪樂敏, 루카, 혹은 바오로)의 손자이며 1840년의 순교자 홍재영(洪梓榮, 프로타시오)의 아들. 모친은 정약종(丁若鐘, 아우구스티노)의 형인 정약현(丁若鉉)의 딸이다. 1801년 신유박해(辛酉迫害)로 아버지 홍재영이 전라도 광주로 유배된 뒤 그곳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교리를 배웠으며, 심 바르바라와 혼인하였다. 1839년 기해박해(己亥迫害)가 일어나 가족과 함께 체포되어 부친과 부인은 순교하였지만, 홍봉주는 석방되었으며, 이후 충청도 예산으로 이주하였다. 1855년 초 그는 매스트르(J.A. Maistre, 李) 신부의 명에 따라 베르뇌(S.F. Berneux, 張敬一) 주교를 입국시키는 임무를 맡았다. 그래서 1855년 3월 서울을 떠난 홍봉주는 4월에 중국 상해(上海)에 도착하였고, 이듬해 1월 베르뇌 주교, 푸르티에(J.A.C. Pourthéi, 申妖安) 신부, 프티니콜라(M.A. Petinicolas, 朴德老) 신부와 함께 상해를 출발하여 3월에 서울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베르뇌 주교를 전동에 있는 이군심(李君心)의 집으로 인도한 뒤 예산 본가로 내려갔다. 그러다가 1861년 처자가 죽자 3월(음)에 상경하여 주교와 살며 주교의 일을 도왔고, 5월(음)에는 주교의 거처를 전동에서 태평동으로 이전하였다. 한편 1864년부터 러시아가 두만강 근처에 나타나 통상을 요구하자, 조선 정부는 이에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이에 홍봉주는 방아책(防俄策 : 러시아를 방비하기 위한 방비책)을 제시하여 신앙의 자유를 얻고자 하였고, 이를 위해 1865년 8월(음) 남종삼(南鐘三, 요한)을 방문하여 의논하였다. 그러나 남종삼의 소극적인 태도로 그만두었다가, 1865년 9월(음) 또다시 러시아인들이 통상을 요구해오자, 1866년 12월 하순에서 1866년 1월 초순 사이에 다시 김면호(金冕浩, 토마스), 이유일(李惟一, 안토니오) 등과 함께 흥선 대원군에게 방아책을 건의하였다. 즉 러시아의 위협에 대항하는 유일한 방법은 영국·프랑스와 동맹을 맺는 일이며, 이를 위해 조선에 와 있는 서양의 신부들과 주교들을 이용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원군의 반응은 미온적이었고, 이에 남종삼을 통해 다시 한번 방아책을 올린 결과 대원군은 주교들과 면담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대원군은 약속과는 달리 주교들과의 면담을 미루다가 박해를 일으켰고, 이에 홍봉주는 1866년 2월 23일(음 1월 9일) 베르뇌 주교와 함께 체포되었다가, 3월 7일(음력 1월 21일) 서소문 밖에서 참수형으로 순교하였다.

[2.3] 김면호(金勉浩, 토마, 1820∼1866) (‘한국가톨릭대사전’ 2권, p.1178)

병인박해(丙寅迫害) 때의 순교자. 세례명 토마. 본관은 안동. 기록에는 계호(季浩) 또는 면호(冕浩)라고도 나온다. 경상북도 안동 박골의 양반 집안 태생으로 일찍이 서울 주동(鑄洞)으로 이주해 살았다. 19세 때인 기해년(1839)에 모친과 맏형 익례(翼禮), 둘째 형 응례(應禮)가 먼저 입교하였고, 그는 맏형으로부터 세례를 받고 입교하였다. 그 후 모친과 두 형은 기해박해 후 3년 이내에 모두 순교하였으며, 그는 약 1년간 다블뤼(Davelly, 安敦伊) 주교의 복사로 활동하였다.

그러나 원래 성격이 활달하여 놀기를 좋아했으므로 1849년이래. 10여 년 동안 냉담하다가 1866년 초에야 회두하여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였다. 그리고 그동안의 잘못을 보상하는 길은 오직 순교하는 길밖에 없다고 굳게 다짐하면서 자주 보속 행위를 하였다. 이후 그는 남종삼(南種三, 요한), 홍봉주(洪奉周, 토마), 이유일(李惟一, 안토니오) 등과 교류하면서 교회 일에도 참여하였다. 이 무렵 제정 러시아(俄羅斯)가 남하 정책의 일환으로 조선의 국경을 침범하며 통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김면호는 홍봉주, 이유일 등과 상의하여 흥선 대원군(興宣大院君)에게 방아책(防俄策)을 제의하는 서한을 보내기로 하였다. 이 책략은 조선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선교사들을 통해 영불(英佛)의 힘을 빌리고, 이들로 하여금 러시아를 견지하자는 것이었다. 대원군에게 서한을 보내기에 앞서 김면호는 제4대 조선교구장인 베르뇌(Berneux, 張敬一) 주교를 만나 사실을 보고하고 필요하면 대원군을 만나겠다는 답변을 얻어냈으며, 대원군의 사돈인 조기진(趙基晋)을 통해 서한을 전달하였다. 그러나 대원군은 처음에 이를 거절하고, 김면호는 두려운 마음에 지방으로 피신하였다. 이때 홍봉주는 남종삼과 협의하여 다시 방아책을 건의하였고, 마침내 대원군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게 되었다. 이에 김면호는 지방 교우촌을 순회 중인 베르뇌 주교를, 이유일은 다블뤼 주교를 서울로 모셔 오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러시아가 물러가자 대원군은 오히려 1866년 2월 23일(음 1월 9일) 베르뇌 주교를 체포하는 등 이른바 병인박해를 일으켰다. 김면호는 8월 27일(음 7월 18일)에 체포되었다. 그는 심문에서 천주교 신자임을 분명히 밝히고 여러 차례의 심문을 이겨냈다. 그리고 9월 10일(음 8월 2일) 김문원(金文遠, 바오로)와 함께 새남터에서 군문 효수형을 받고 순교하였다.

[2.4] 남종삼(南鍾三, 요한, 1817∼1866) (‘한국가톨릭대사전’ 2권, pp.1317-1319)

성인, 축일은 9월 20일. 세례명은 요한, 본관은 의령(宜寧), 자는 증오(曾五). 호는 연파(煙波) 또는 중재(重齋). 조선 후기의 남인계 학자로 1817년(순조 17년) 탄교(坦敎)의 아들로 태어나, 장성한 뒤 백부인 상교(尙敎, 아우구스티노. 호는 雨村)의 양자로 들어갔다. 그의 조부는 통덕랑(通德郞)을 지낸 이우(履佑)이고, 부친 상교는 정약용(丁若龍, 요한)의 학통을 이은 농학자(農學者)로 충주 목사와 돈녕부(敦寧府) 동지사(同知事)를 지냈다. 남종삼의 학문과 사상 형성, 그리고 훗날 천주교에 입교한 데에는 부친이 많은 영향을 주었다. 22세 때인 1838년(헌종 4년)에 문과에 급제한 이후 홍문관 교리(校理), 영해 현감 등을 거쳐 철종 때 승지(承旨)에 올랐으며, 고종 초에는 학덕을 인정받아 왕실에서 교육을 담당하였다.

[교회 활동]

남종삼이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인 시기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지 않지만, 부친이 일찍부터 입교하여 신앙을 지켜 온 사실에서 볼 때 그의 양자로 들어간 지 얼만 안 되어 천주교 교리를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입교한 뒤에도 드러나게 활동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자신의 관직 때문이었을 것이다. 기록에 나타나는 최초의 교회 활동은 1861년에 입국한 리델(Ridel. 李福明) 신부에게 조선말을 가르친 것이나, 이전부터 이미 베르뇌(Berneux, 張敬一), 다블뤼(Daveluy, 安敦伊) 주교 등과 교류하면서 교회 일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후 남종삼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되는 시기는 고종 초 러시아인(俄羅斯人)들이 조선 국경을 넘느냐던 때부터였다. 당시 러시아는 1860년의 북경조약(北京條約)으로 연해주(沿海州) 지역을 차지함으로써 조선과는 두만강을 경계로 하게 되었는데, 이를 기회로 러시아인들이 자주 조선에 월경하거나 통상을 강요하였다. 특히 조선에서는 고종 원년(1864)과 다음 해에 걸쳐 국경을 침범한 러시아 선박으로부터 통상 서한을 받게 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고, 당시 고종의 부친으로 조선의 실질적인 집권자로 있던 흥선 대원군(興宣大院君)도 이 문제 해결에 부심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되었을 때, 일찍부터 천주교에 입교하여 선교사들과 가깝게 지내던 조선 신자들은 이것이 신앙의 자유를 얻을 수 있는 호기라고 생각하였다. 즉 조선에 잠입하여 활동하고 있던 프랑스 선교사들로 하여금 프랑스의 힘을 끌어들이도록 하면 같은 서구 제국주의 세력인 러시아를 저지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1865년 말에 이르러 그와 같은 ‘이이제이’(以夷制夷)의 방아책(防俄策)’을 최초로 대원군에게 건의한 신자들은 홍봉주(洪鳳周, 토마스)·이유일(李惟一, 안토니오)·김면호(金勉浩, 토마스) 등이었다. 그러나 대원군은 여러 차례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종삼이 이봉주 등과 뜻을 같이하고 대원군에게 다시 방아책을 건의하게 된 것은 1865년 11월 말(음)이었다. 당시 그는 프랑스 주교들을 통해 프랑스·영국 등 서구 열강들과 조선이 동맹을 맺으면 러시아의 남하를 막을 수 있으며, 조선은 문호를 개방하여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게 되고, 천주교 신자들은 신앙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때 그는 궁중에 머무르고 있었으므로 직접 상소문을 작성하여 대원군에게 올리는 한편, 국내에 있는 프랑스 선교사들과의 회동도 건의하였다. 이번에는 대원군도 그 건의를 받아들여 선교사들을 만나 방아책을 논의해 보겠다는 결심을 표시하였고, 이에 남종삼은 홍봉주·이유일 등과 함께 이 소식을 베르뇌와 다블뤼 주교에게 전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주교들과 대원군의 만남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주교들이 비밀리에 지방을 순회하고 있었으므로 거처를 알기 어려웠고, 지방으로 주교들을 만나러 갈 여행비용을 마련하는 데고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던 남종삼 일행에게 비용을 대준 사람은 대원군의 사돈(대원군 딸의 시아버지) 조기진(趙基晋)이었다. 이때 베르뇌 주교에게는 김면호가, 다블뤼 주교에게는 이유일이 소식을 전하였으며, 이에 따라 다블뤼 주교는 1866년 1월 25일(음 12월 9일)에, 베르뇌 주교는 1월 29일에 상경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대원군의 마음은 이미 바뀌어 있었다. 남종삼이 주교들이 도착 시각을 알리러 가자 그는 오히려 냉대하면서 남종삼에게 낙향을 권유하기까지 하였다. 이렇게 대원군의 마음이 변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조속한 회동을 기다리던 대원군의 마음에 초조감이 생겨났을 뿐만 아니라 천주교 세력에 대한 의혹이 일어나게 되었고, 둘째로 러시아의 월경 행위가 사라져 잠잠해져 위협이 사라지고 있었으며, 셋째로 자신이 천주교 접근으로 인해 반대파 대신들인 조두순(趙斗淳)·정원용(鄭元容)·김병학(金炳學) 등으로부터 정치적 공세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럴 뿐만 아니라 때마침 청나라에서 천주교 박해가 일어나고 있다는 와전된 소식이 동지사행(冬至使行)을 통해 조선에 전해지면서 대원군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더욱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에 그는 정치적 문제를 천주교 박해로 풀어 보려고 생각하게 되었고, 마침내는 1866년 정월(음)을 기해 서양 선교사들에 대한 사형 선고와 천주교 신자들에 대한 체포령을 선포하기에 이르렀으니, 이것이 유명한 병인박해(丙寅迫害)의 시작이었다.

[순교와 사상]

박해가 내려지기 이전에 대원군으로부터 낙향을 권해 받은 남종삼은 베르뇌 주교를 방문한 다음, 신앙을 위해 관직을 버리고 충청도 제천(堤川) 땅 묘제(山尺)에 은거하고 있는 부친 남상교[2.5]를 찾아갔다. 여기에서 부친의 격려를 받은 그는 순교를 각오하고 다시 상경하기로 작정한 다음 이웃 배론(舟論)의 신학당을 찾아가 고해성사를 받고 서울로 향하였다. 이 무렵에는 이미 박해가 시작되고 있었고, 그에게도 체포령이 내려져 있었다. 도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남종삼은 형세를 관망하기 위해 일시 피신하고자 하였으나, 1866년 3월 1일 서울 근처의 고양(高陽) 땅 잔버리들이란 마을에서 체포되어 의금부로 압송되었다. 당시 의금부에는 베르뇌 주교와 홍봉주, 그리고 여러 선교사가 투옥되어 있었는데, 남종삼이 체포된 후 함께 국문하라는 지시에 따라 다음날부터 국청(鞠廳)이 개설되었다. 국청에서 남종삼은 모두 6회에 걸쳐 심문받았다. 그러나 모진 매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신앙을 지켜나갔으며 모진 고문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신앙을 지켜나갔으며, 오히려 천주교가 정도(正道)라는 호교론(護敎論)을 펴나갔다. 그에게 있어 천주교 신앙은 ‘밝히 상제를 섬기는’(昭事上帝) 학문이요, ‘충과 효를 다하는’(忠君孝父) 학문이었다. 그러므로 배교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여러 차례 신문은 이미 지니고 있던 순교 의지만을 굳어지게 해줄 뿐이었다. 이러한 신심과 함께 그는 자신의 죄를 얻어 죽을지언정 나라의 위급함을 도외시할 수 없었다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의 사상도 가지고 있었다. 앞서 대원군에게 건의한 적이 있는 방아책이나 서양과의 통교도 바로 이와 같은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그에게 내려진 죄목은 사학도(邪學徒)의 우두머리요 통외(通外)의 흉악한 계책을 꾸몄다는 것이었지만, 그 자신은 이를 철저히 부정하였다. 서양과의 통교를 건의한 것은 매국의 계책이 아니라 ‘충성하는 마음과 애국하는 마음’(忠國愛國之心)에서 나온 것이었으며, ‘오랑캐로서 오랑캐를 공격하도록 하는 뜻’(以蠻攻蠻之意)에서 나온 방책이었다. 남종삼이 이와 같은 사상을 지니게 된 데에는 부친의 영향뿐 아니라 서양 선교사들이나 동료 신자들의 영향이 컸다. 이들과 교유하면서 교회 서적을 넓게 접하고 조선의 상황이나 세계적 추세를 파악함으로써 이를 자신의 신앙과 안목에 접합시킨 것이다. 그는 나라가 어려울 때 자신의 안전만을 생각하지 않고 함께 나서서 구국의 방도를 내세운 인물이요 천주교 신앙을 끝까지 지킨 신자였다. 그러나 당시의 조선이 현실은 그를 올바른 의자(義者)로 보지 않고, 단지 요언(妖言)을 퍼뜨리며 도적을 불러들이는 무리의 하나로 파악하였다. 그 결과 그는 모반부도(謀叛不道)의 죄목으로 참수형을 선고받고, 1866년 3월 7일(음 1월 21일) 서소문(西小門) 밖 네거리에서 동료인 홍봉주와 함께 순교하였다. 그 후 남종삼의 시신은 홍봉주의 시신과 함께 용산 왜고개(瓦峴)에 매장되었다가 1909년 유해가 발굴되어 명동성당에 안치되었고. 시복을 계기로 다시 절두산(切頭山) 지하 성당으로 옮겨져 안치되었다. 한편 그가 순교한 뒤 남은 가족들도 모두 체포되었는데, 이때 부친 남상교는 공주로 압송되어 순교하였고, 장자인 남규희(南揆熙)는 전주에서 순교하였다. 그럴 뿐만 아니라 처 이소사(李召史)와 자식들은 각처로 유배되어 노비 생활하였다. 그중 이소사는 유배지 창녕현(昌寧縣)에서 훗날 순교하였으니, 그의 가문은 3대에 걸쳐 4명의 순교자를 탄생시킨 셈이었다. 남종삼은 그 후 1885년에 이르러 조정의 조처로 모반부도죄를 벗게 되었고, 1968년 10월 6일 로마 베드로 대성당에서 복자(福者)품에 올랐으며, 1984년 5월 6일 교황 바오로 2세에 의해 시성되었다.

[2.5] 남상교(南尙敎, 아우구스티노, 1783∼1866) (‘한국가톨릭대사전’ 2권, p.1305)

순교자. 조선 후기의 남인계 농학자(農學者). 세례명은 아우구스티노. 본관은 의령. 자는 문숙(文叔). 호는 우촌(雨村). 성 남종삼(南鐘三, 요한)의 백부이자 양부. 충북 제천군 백운면 화당리(花堂里) 출신이며, 통덕랑(通德郞)을 지낸 이우(履佑)의 아들로 정약용(丁若鏞, 요한)의 학통을 이어받았다. 순조(純祖) 때 진사시에 합격한 뒤 헌종(憲宗) 때 충주 목사와 돈녕부(敦寧府) 동지사(同知事) 등을 역임하였다. 그가 천주교에 입교한 시기는 분명하지 않으나 일찍부터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되며, 이후 아들 남종삼의 신앙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아들 종삼이 이른바 방아책(防俄策)을 대원군에게 진언한 사실을 말했을 때, “너는 충성스러운 백성의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이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네 사형 선고에 서명을 요구하면 천주교에 대한 욕된 표현은 모두 지우도록 명심하여라.”라고 하여 천주교 신앙에 대한 굳은 신념을 보였다. 1866년 병인박해(丙寅迫害)가 일어나고 아들 종삼이 서소문 밖에서 참수된 뒤 거주지인 제천 묘재(山尺)에서 체포되어 공주(公州) 감옥에 수감되었다가 아사함으로써 순교하였다. 저서로 《우촌시고(雨村時稿)》가 전한다.

¶천주교 춘천교구·원주교구 공동 학술 심포지엄,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 춘천·원주교구 출신 순교자 연구(2016년), p.31.

“또한 강원지역 순교자 중 횡성에서 많은 영향을 끼친 박도현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횡성 태생인 박도현은 의업에 종사하면서 1843년경에 제천에 있는 남상교(남종삼 양부)의 병을 보러 갔다가 그의 권유로 입교하였다고 되어 있다. 남상교는 병인박해의 원인이 되는 <방아책 건의문>의 양식을 갖춘 형태인 <새 건의문>을 작성해서 흥선 대원군을 만난 남종삼의 아버지 (남상교)이다. 박도현이 제천에 있는 남상교의 병을 보러 갔다가, 그의 권유로 서양 서적을 보고, 그 학문에 매료되어 입교하고 이후 횡성으로 돌아와 횡성 지역에 이들에게 천주교를 전파했음을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3] 「칼래 신부의 1866년 병인박해 보고서」, A-MEP Vol. 579, ff. 1041-1043; 『좌포도청등록』, 1868년 7월 18일.

[3.1] 오늘의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계촌(桂村)은 본디 강릉 땅이었다. ‘계골’, ‘계촌’, ‘지골’ 등으로 불리다가 1906년 평창군에 편입되었다.

[4] 『병인치명사적』, 23권, 160면. (이유일) 안토니오가 1867년 4월에 체포되었다는 기록도 있다(『병인치명사적』, 23권, 119면).

[4.1] 천주교 춘천교구·원주교구 공동 학술 심포지엄,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 춘천·원주교구 출신 순교자 연구(2016년)

¶pp.14-15. “심능석은 본디 횡성 태생으로서, 을사년(1845)에 용인 산의실(山義室)에 이접(移接)하였다. 그리고 성교는 무술년(1833)에 처음으로 이미 죽은 광주에 살던 박성고(朴性皐)에게 배웠고, 그때 양인 정(鄭, 샤스탕) 신부를 그의 집에서 만나 이내 영세·작호하였다. 그 후 또 서양인 고(高, 페렐을) 주교)를 그의 집에서 만나 견진하였고, 서양인으로는 강(칼래) 신부, 김(대건) 신부, 장 (베르뇌) 주교를 각처(各處)에서 만나 뵙고 간간이 고해하였다. 그러다가 임술년(1862)에 다시 강릉 계촌(季村)으로 이접(移接)하였다가 이제 잡히었는데, 어찌 감히 죄가 없다고 변명하리오. 배교(背敎) 한 가지만은 어찌할 수가 없으며, 소위 교우들은 재작년 춘옥(春獄)시에 위풍에 겁을 먹고 살려고 도피하였으니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생각에는 빨리 죽여주기를 바란다.”

¶p.27. “심 스테파노는 『박순집증언록』과 『치명일기』, 『포도청등록』에 나온다. 심능석 스테파노에 대해서 『박순집증언록』에는 비교적 자세한 설명이 있는데, 무진 5월에 강릉에서 잡혔고, 나이는 49세로 되어있다. 반면에 『치명일기』는 29세로 되어 있으며, 무진 5월에 강릉에서 잡힌 것은 동일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심 스테파노에 대해서 『포도청등록』에는 이름은 심능석이며, 세례명은 스되왕(스테파노의 옛 표기)이고 횡성 태생으로 되어 있다. 또한 무진 5월 11일에 치명한 것으로 되어 있으며, 나이는 50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심능석이 천주교를 배운 후에 세례와 견진 등에 대해서 비교적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각각의 책이 나이를 표기하는 것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동일 인물을 나타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5] 『좌포도청등록』, 1868년 5월 11일; 『병인치명사적』(23권, 119면)에는 “(이유일) 안토니오는 잠시 마음이 약해졌는데, (심능석) 스테파노의 권면에 힘입어 회두하고 순교하였다.”고 한다. 순교 당시 이유일 안토니오의 나이는 약 50세로도 나온다(『병인치명사적』, 23권, 12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