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체시(禁體詩) 歐陽文忠公守潁州時 雪中約客賦詩 禁體物語 凡玉月梨梅練絮白舞鵞鶴銀飛鹽鷺蝶等 皆請勿用 仍不使皓皚潔素等字 於艱難中 特出神奇 其後蘇子瞻禱雨張龍公 得小雪 與客飮聚星堂 歐公二子又適在郡 因擧前令賦詩 此殆千古盛事也 獨恨坡公詩不能不犯白字 又兩公皆用雪字 僕生於數百載之下 每讀之 不能無憾 適値歲暮 寒齋夜雪 忽憶二公之擧 歆羨不能自抑 忘其鄙拙 輒申前令 各次二公之韻 合二首 遂不復用雪與白字 但坡韻押雪字 雖不得避 亦不敢用本意焉 九原可作 二公亦必莞爾而笑曰 若汝者 乃眞不持寸鐵者也-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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到樊里。登見一樓有感。樓名盖取唐詩 相逢盡道休官去。林下何曾見一人之語。自誇其獨能。而實不見故云。
誰家郊榭剩繁華。特地風光占得多。林下一人今不見。樓名見一意維何。
무명자집 시고 제1책 / 시(詩) / 번리에 당도하여 견일루에 오르자 감회가 일어〔到樊里 登見一樓有感〕
누각 이름은 당시(唐詩)의 “만나는 이들 모두 벼슬 버리고 떠난다지만, 산림에 은거하는 사람 본 적이 있던가.”라는 말에서 따온 것이니, 이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만은 벼슬을 버릴 수 있다고 자랑하지만 실제로는 은거하는 사람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한 말이다.
뉘댁의 누각인지 화려함이 넘쳐나고 / 誰家郊榭剩繁華
특별한 풍광을 많이도 차지했네 / 特地風光占得多
산림 속에 한 사람도 보이지를 않으니 / 林下一人今不見
누각 이름 ‘견일(見一)’은 그 무슨 뜻이런가 / 樓名見一意維何
[주-D001] 번리에 …… 일어 : 앞 시에 이어 지은 작품이다.
번리(樊里)는 지금의 서울시 강북구 번동의 옛 이름이다.
제목 아래의 원주(原注)에 인용된 시는 중〔僧〕 영철(靈徹)의 〈위단에게 답한 시〔答韋丹〕〉에 보인다. 《三體詩 卷1》
이 시는, ‘見一〔한 사람을 보다〕’이라는 이름에 따르자면 산림에 은거하는 사람이 한 사람은 있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고 하여 그 허명(虛名)을 풍자한 내용이다.
제1구(華)에 평성 ‘麻’운을 쓰고 이와 통운(通韻) 되는 평성 ‘歌’운으로 제2구(多)ㆍ제4구(何)의 운을 맞추었고 제1구의 제2자(家)가 평성인 평기식 수구용운체 칠언절구이다.[주-D002] 누각 : 원문은 ‘郊榭’로, 본디 ‘교외의 누대’라는 말이다. 견일루(見一樓)가 도성 밖에 있기 때문에 이렇게 지칭한 것이다.[주-D003] 특별한 : 원문은 ‘特地’로, 백운봉이 두드러지게 높이 솟아 있는 형태를 표현한 말이다. 작자는 본서에서 ‘特地’를 모두 네 차례 사용했는데, 이 구와 ①“뉘 집의 누각인지 화려함이 넘쳐나고, 특별히 좋은 풍광 많이도 차지했네〔誰家郊榭剩繁華 特地風光占得多〕”(《詩稿 冊1 到樊里登見一樓有感》) ②“자연스런 기계 놀림 바삐 회전하는데, 특히나 멋진 광경은 변화가 신속한 것〔自然機栝紛回轉 特地景光倐變移〕”(《詩稿 冊3 觀燈賦長律》)에서는 ‘특별하다’는 뜻으로 썼고, ③“안개에서 또렷이 산이 나오고, 모래톱이 홀연히 배를 삼키네〔霧産分明岫 沙呑特地舟〕”(《詩稿 冊1 斗尾峽》)에서는 ‘홀연히’라는 뜻으로 썼다.
ⓒ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 강민정 (역)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