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나찰국의 공주를 애무하는 위소보
[녹정산에는 가지 않을 거예요?]
쌍아가 물었다.
[이번에는 가지 않겠소. 다음에 갑시다.]
그는 재물 욕심이 대단했으나 지니고 있는 재물도 평생 다 쓰지 못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녹정산에 소현자의 용맥이 있다고 생각하니 보물을 캐내고 싶지 않았다. 보물을 캐냈다가 소현자를 해치면 어떻게 하나 걱 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가 여덟 권의 사십이장경 속에 들어 있는 조각 난 양피지들을 꺼내서 지도를 짜맞추고 산천의 이름들을 알아 때까지는 매우 열의가 있었다. 그러나 녹정산에 이르니 두려운 생각이 들었고 무 슨 구실을 찾아서라도 녹정산에서 멀리 떨어지고 싶었다. 그것은 강희 에 대한 의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녹정산의 보물을 캐내는 것은 너무나 엄청난 일이었다. 만약 수천 명이나 되는 효기영의 관병들을 데리고 있 었다면 큰소리로 외쳤을 것이다.
[제기랄! 군사들은 녹정산으로 출발하라!]
쌍아는 순순히 따랐다. 위소보는 말했다.
[북경으로 돌아가되 외국 강도들과 맞부딪치지 않도록 강을 따라서 갑 시다. 배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봅시다.]
그는 즉시 숲속에서 나와 동쪽으로 향했다. 오후 내내 걸어서 커다란 강 가에 이르니 멀리 성채가 보였다. 위소보는 크게 기뻐서 생각했다. (성에 도달하면 배를 빌려 타는 것도 좋고 말을 빌려 타는 것도 좋다. 돈만 있으면 될 일이다.) 그는 재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수 리를 갔더니 다시 커다란 강이 서 북쪽에서 구불구불 흘러내려와 거센 파도가 이는 큰 강과 합류하는 것 이 보였다.
[상공, 이곳이 바로 아목이하와 흑룡강이에요. 그러면 저....저....저 곳이 바로 녹정산이에요.]
쌍아가 손가락으로 그 성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대는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아니오?]
쌍아는 말했다.
[지도에는 확실히 그렇게 그려 놓고 있어요. 하지만 지도에는 여덟 개 의, 빛깔이 다른 원이 그려져 있었고 성채가 있다는 말은 없었어요.] [녹정산에 성채가 있다니 정말 이상야릇한 일이군. 내가 볼 때 저 성채 는 녹정산이 아닌 것 같소. 우리는 역시 가지 않는 것이 좋겠소.] [믿을 수 없군요?] [저것 보시오. 성채의 머리에 한 떼의 음산한 구름이 감돌고 있지 않 소? 내가 보기에 성 안에는 요괴가 있을 것 같소.]
쌍아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어머! 저는 요괴가 가장 두려워요. 상공, 빨리 가요.]
바로 이때 말발굽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려퍼지더니 수십 필의 말이 큰 강을 따라 남쪽에서 올라왔다. 사방은 모두 평원이라 몸을 숨길 만한 곳이 없어 위소보는 쌍아를 끌고 허겁지겁 강변의 커다란 바위 뒤에 몸 을 숨겼다. 얼마 후 한 떼의 말을 탄 사람들이 질풍처럼 지나쳐 가는데 말 위에 탄 사람들은 모두 외국 관병이었다. 위소보는 혀를 내밀고 그 한 떼의 외국 병사들이 성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말했다.
[내 말이 맞지 않소? 저 성 위의 구름이 어쩐지 이상하다 했더니 외국 의 구름이었군.] [우리는 간신히 녹정산을 찾았는데 외국 강도에게 점거되었으니 정말 뜻밖이네요.] [아이쿠! 야단났어!]
쌍아는 그의 안색이 크게 변하는 것을 보고 재빨리 물었다.
[왜 그러죠?] [외국의 강도들은 반드시 지도의 비밀을 알았을 것이오. 그렇지 않다면 어찌 이곳까지 찾아왔겠소? 그 숨겨져 있는 보물과 용맥을 보존할 수 없게 되었소.]
쌍아는 한번도 보물과 용맥에 대해 들은 적이 없었다. 다만 한 폭의 지 도가 그토록 짝을 맞추기 힘든 것을 볼 때 녹정산에는 반드시 중요한 비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눈살을 잔뜩 찌푸리자 쌍 아는 위로의 말을 했다.
[상공, 외국의 관병들이 찾았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외국의 강도 들은 화기가 있고 흉악하기 이를 데 없으니 우리 두 사람은 그들을 이 길 수 없어요.]
위소보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것 참 이상하군. 우리가 지도를 다 맞춘 후 태워 버렸는데 어째서 기밀이 누설되었을까? 저 외국 강도들이 이미 숨겨 놓은 보물을 파내고 소황제의 용맥을 깨뜨리지 않았는지를 반드시 알아내야하오.]
조금 전 외국 관병들이 숲속에서 사람을 죽이던 흉악하고 잔인한 모양 을 머리에 떠올리자 소름이 끼쳐 다시 말했다.
[나는 녹정산으로 가서 살펴보고 싶지만 위험하니 방법을 강구하지 않 을 수 없소. 쌍아, 우리는 날이 어두워진 후에 갑시다. 그러면 쉽게 발 각되지 않을 것이오.]
두 사람은 사슴의 고기를 말려 만든 육포를 먹고 강변에서 휴식을 취하 고 있다가 이경 무렵 슬그머니 성채 쪽으로 걸어갔다. 사방은 조용하여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달빛은 무척 밝았다. 그 성채는 커다란 목 재와 커다란 돌조각으로 쌓아올렸는데 그 둘레가 꽤나 넓은 것이 결코 일조일석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위소보는 생각했다. (이 성채는 옛날부터 이곳에 세워져 있었다. 누가 우리 지도롤 훔쳐 보 고 나찰국의 사람들에게 알려 주어 이곳에 이런 성을 쌓은 것은 아니구 나.) 그는 자기와 쌍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을 보고 몸을 부르르 떨 었다. 만약 나찰국의 병사가 성문에서 지키고 있다가 총을 쏘게 되면 위소보는 그만 위사보(韋死寶)가 될 것이다. 즉시 쌍아의 소매를 잡고 몸을 웅크리며 사방의 동정을 살폈다. 성채의 동남쪽에 조그만 나무 집 이 있었는데 창문에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것을 보아 그곳은 성을 지키는 병사가 거처하는 곳인 듯했다. 위소보는 쌍아의 귓가에 입을 대 고 나직이 말했다.
[우리 저쪽으로 가 봅시다.]
두 사람은 천천히 나무집으로 기어갔다. 막 창가에 이르니 갑자기 집 안에서 여자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 웃음 소리는 무척 음탕했다. 위소보와 쌍아는 서로 한번 쳐다보고 하나같이 이상하게 생각했다. (어떻게 여자가 있지?) 위소보는 목을 길게 빼고 창틈으로 안을 살펴보려고 했다. 그러나 이곳 은 날씨가 춥고 바람이 세기 때문에 창틈을 밀봉하고 있어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안에서는 끊임없이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남자와 여자 목소리인데 말을 하기도 하고 신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위소보는 한 쌍의 나찰국 남녀가 운우의 정을 나누고 있음을 알 수 있 었다. 마음이 격동되어 쌍아를 품에 안았다. 쌍아는 집 안에서 들려오 는 음탕한 신음소리에 가슴이 설레는 것을 느끼고 있는 중에 위소보에 게 안기자 집안에 있는 사람에게 발각될까봐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위소보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왼팔에 더욱 힘을 주어 껴안았고 오른손 으로 가볍게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쌍아는 몸에 맥이 풀리는 것을 느끼고 그의 품에 몸을 던졌다. 땅바닥에는 얼음이 얼어 있었으나 위소 보는 황홀하여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를 잊어 발을 잘못 움직이다가 미 끄러져 쿵, 하고 머리를 창문에 부딪히고 아이쿠, 하는 비명을 질렀다. 집 안에서 나던 소리가 갑자기 멈추고 남자의 호통치는 소리가 들렸다. 위소보와 쌍아는 땅바닥에 엎드려 어떻게 할 바를 몰랐다. 이때 빗장을 뽑는 소리가 들리더니 창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손에 등불 을 들고 바깥쪽을 비춰 보았다.
위소보는 번개처럼 몸을 일으켜 비수로 그의 가슴을 찔렀다. 그 사람은 찍, 소리도 내지 못하고 즉사했다. 쌍아는 재빨리 집 안으로들어갔다. 방 안은 텅 비어 있었고 아무도 보이지 않아 이상해서 말했다.
[어? 그 여자는 어디로 갔지요?]
위소보도 곧 뒤따라 들어갔다. 집 안의 한쪽은 방이었고 한쪽에는 나무 탁자와 나무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탁자 위에는 곰의 기름을 짜 내 어 만든 초가 한 자루 켜져 있는데 여자는 온데간데 없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빨리 찾아봅시다. 그 여자가 남에게 알리면 안 돼.]
방 안에는 방문 외에는 다른 출구가 없었다. 그는 시체를 끌어들이고 방문을 닫았다. 죽은 사람은 외국 병사인데 바지를 벗고 있어서 하체가 드러나 있었다. 위소보는 고개를 들어 대들보 위를 쳐다보았으나 아무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럼 반드시 이 안에 있겠군.]
그는 상자 겉으로 다가가 상자 뚜낑을 열며 몸을 옆으로 날려서 그 나 찰 여인이 상자 안에서 총 쏘는 것에 대비하려고 했다. 그러나 상자 안 에서도 아무런 동정을 엿볼 수 없자 쌍아가 말했다.
[상자 안에도 없어요. 정말 이상하군요.]
위소보는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상자 안에는 털가죽들이 잔뜩들어 있 었다. 손을 집어 넣어 뒤적여도 밑바닥까지 털가죽이었다. 그런데 갑자 기 향긋한 냄새가 났는데 그것은 틀림없는 여자의 지분 향기였다.
[아무래도 수상해.]
그는 털가죽을 집어들고 방바닥에 던졌다. 그러자 상자 밑바닥에 커다 란 구멍이 뻥 뚫려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기뻐서 말했다.
[이곳에 있군.] [원래 이곳에 지하도가 있었군요?] [빨리 그 나찰국 여자를 가로막도록 합시다. 그녀가 전갈하면 많은 외 국 강도가 몰려올 테니 야단이 아니겠소?]
즉시 위소보는 신속하게 몸 위에 걸치고 있던 두터운 가죽옷을 벗고 손 에 비수를 들고 그 구멍으로 기어 들어갔다. 그는 외국의 병사에 대해 서 무척 두려움을 느꼈으나 외국 여인들은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 지하도는 비스듬히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어서 기어서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왜소하고 민첩했기 때문에 지하도를 무척 빠르게 기 어갈 수 있었다. 약 십여 장쯤 기어나가자 앞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 다. 그는 손발에 힘을 주어 더욱 빨리 기어가서 손을 내밀어 힘주어 잡 았다. 그러자 매끈한 다리가 잡혔다. 그 여자는 나직이 부르짖더니 재 빨리 앞으로 도망쳤다. 위소보는 크게 기뻐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칼로 너를 찔러 죽인다면 영웅호걸이 아니다. 훌륭한 남자는 여 자와 싸우지 않는다. 중국의 훌륭한 남자는 나찰국의 도깨비같은 여편 네와 싸우지 않는다. 외국의 남자 도깨비들은 많이 보았지만 외국의 여 자 도깨비는 어떤 모양인지 어디 한번 잘 살펴봐야지.)
그는 비수를 검집에 꽂고 앞으로 일 장 정도 달려나가 다시 두 손으로 그 여자의 다리를 잡았다. 지하도에서는 몸을 일으킬 수 없으므로 그 여자는 죽어라 하고 앞쪽으로 기어가려고 했다. 그 여자의 힘은 엄청나 게 세어 위소보는 그녀를 끌어당길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녀에게 잡아당겨져 일 장 정도 앞으로 나가게 되었다. 위소보가 두 발을 벌려 지하도 양쪽의 흙벽에 꼭 갗다 대자 앞으로 끌 려가지 않을 수 있었다. 갑자기 그 여자가 힘을 불끈 썼다. 위소보는 그녀의 다리를 놓치고 말았다. 여자는 신속히 앞으로 나가는데 위소보 는 훌쩍 덮쳐들어 대뜸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갑자기 머리 위가 텅 빈 것 같아 바라보니 비교적 넓은 곳에 와 있었다. 그 여자는 나직이 소리내어 웃더니 고개를 돌리고 그에게 입맞춤을 하는데 어둠 속이라 위소보의 코에다가 입맞춤을 하는 것이었다. 위소보의 코에 와닿은 것은 짙은 향기였고 품속에 안고 있는 것은 그 여자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뚱이였다. 그 여자는 자기를 얼 싸안는 것이 아닌가? 그는 황홀해지기 시작했다. 이때 쌍아가 나직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상공, 어떻게 되었어요?]
위소보가 대답하려고 하는데 품속의 그 여자가 입술로 그의 입을 막아 말을 할 수 없었다. 갑자기 머리 위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총독이 아극살(雅克薩)에 온 것을 알고 만나러 온 것이다.]
그 한마디 말이 귀에 들어오자 위소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말하는 사람은 바로 신룡교의 홍 교주가 아닌가? 어째서 홍 교주가 머리 위에 있는 것일까? 자기의 품속에 안겨 있는 이 나찰국의 여자는 어째서 이 토록 음탕하고 다정할까? 그는 품에 보드랍고 따뜻한 여자의 몸뚱이를 안고 마음속으로는 홍 교주가 자기의 힘줄을 뽑고 가죽을 벗기지 않을 까 두려워했다. 그는 급히 품속의 여자를 놓고 도망치려 했다. 그런데 그 여자는 그를 꼭 껴안고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위소보는 크게 초조해져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기리고노! 희리화랍! 호리호도!]
그 여자는 나직이 웃더니 그의 귀에 입을 대고 나직이 뭐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곧 손을 뻗어 그의 뺨을 한 번 꼬집었다. 바로 이때 머리 위 에서 한 남자가 뭐라고 외국 말을 했다. 그 소리가 멈추자 다른 한 사 람이 통역을 했다.
[총독 대인께서는 신룡교의 교주가 왕림해 주셔서 환영하는 바이며 영 접하지 못한 점 실례했으니 홍 교주께서는 용서하시라고 말씀하셨소. 그리고 총독 대인께서는 홍 교주가 백 살까지 사시고 다복하시기를 바 라며 매사가 뜻대로 되기를 바라고 홍 교주와 좋은 친구가 되어 합심협 력하여 함께 큰일을 도모하자고 하셨소.]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통역을 하는 사람은 학문이 짧구나. 영원히 천복을 누리고 수명이 하 늘처럼 길지어다라는 말을 백 살까지 살고 다복하라는 말로 바꾸었군.) 이때 홍 교주가 말했다.
[불초는 나찰국의 황상께서 만수무강 하시기를 빌며 총독대인께서 수복 을 누리시고 평안하시기를 바라고 높은 벼슬에 오르시기를 빕니다. 불 초는 성의를 다해 협럭하고 있으며 나찰국과 합심협력하여 큰일을 함께 이루려 합니다. 이제부터 복이 있으면 함께 누리고 어려움이 있으면 함 께 당하도록 하겠으며 쌍방은 영원히 맹약을 저버리지 않도록 합시다.]
그 통역관은 나찰국 총독에게 말했다. 그러자 총독은 잇달아 뭐라고 씨 부렁거렸다. 외소보는 그 여자의 곁에서 나직이 물었다.
[그대는 누구시오? 어째서 옷을 입지 않으셨소?]
그 여자는 나직이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누구지? 어째서 옷을 입었지?]
그녀는 위소보의 내의를 벗기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순간에 풍류를 즐길 마음이 생기겠는가? 그는 탕약망과 남회인이 중국말을 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있는지라 이때 그 여자가 중국말을 하는데도 별로 이상하 게 생각하지 않고 재빨리 말했다.
[이곳은 위험하기 짝이 없으니 빨리 나갑시다.]
그 여자는 나직이 말했다.
[움직이지 말아요. 움직이지 말아요. 움직이면 소리가 들려요.]
그녀가 말하는 것은 중국말이긴 하지만 어조가 매우 서툴고 딱딱해서 듣기에 매우 거북했다. 위소보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홍 교주와 나찰국의 총독이 상의하는 말을 들으니 그들은 오삼계가 운남에서 어떻 게 군사를 일으키고 쌍방이 어떻게 청나라를 협공하는지를 말하고 있었 는데 그들이 정해 놓은 방책은 그 몽고인 한첩마가 말한 것과 똑같았 다. 나중에 홍 교주가 다시 한 계책을 올렸는데 그것은 나찰국이 요동 에서 공격하려면 길이 멀고 연도에 청나라 군사들의 방비가 엄하니 차 라리 바다길로 해서 천진에 상륙하되 화기와 대포로 곧장 북경을 공격 하면 오삼계보다 먼저 북경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나찰국의 총독은 크게 기뻐서 좋은 계책이라고 말했고 홍 교주가 충성 심이 그토록 강하니 장래 반드시 중국의 몇 성을 잘라서 그를 왕으로 세워야 하겠다고 했다. 홍 교주는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위소보는 놀 람과 분노에 휩싸여 생각했다. (홍 교주 이 녀석 역시 대매국노로 오삼계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그의 계책은 악랄하기 이를 데 없다. 나는 빨리 소황제에게 이야기를 하고 천진 바다 쪽의 입구에 대포를 많이 설치해서 나찰국의 병선이 공 격해 올 때 쾅쾅 폭격을 하도록 해야지.) 이때 홍 교주가 말했다.
[총독 대인께서 멀리 중국으로 오셨는데 총독께 바칠 좋은 물건이 없구 려. 이곳에 대동주(大東珠) 백 알과 초포 백 장, 인삼 백 근이 있소. 이것을 총독 대인께 드리는 바이며 나찰국의 황상께는 달리 공품(貢品) 을 바칠 것입니다.]
위소보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 늙은 개가 그토록 많은 예물을 구하다니 제법 신통력이 있구나.) 갑자기 그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 여자가 뺨을 붙여오는 것이었다. 곧이어 그녀가 손으로 자기의 사타구니를 어루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위소보는 나직이 말했다.
[그대가 나를 만지니 사양하지 않겠소.]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주물렀다. 여자는 킥, 하고 웃었다. 이 렇게 되자 그 웃음소리를 홍 교주가 듣게 되었다. 그러나 총독대인의 방 안에 여자 하나쯤 숨기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 못들은 척했다. 몇 마디 인사치레의 말을 하고 내일 다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 후 인사를 하고 나갔다. 위소보는 갑자기 머리 위에서 팍, 하는 소리가 들리고 눈앞에 눈부신 광채가 빛나는 것을 느꼈다. 자기와 그 여자는 서로 얼싸안은 채 커다 란 나무상자 안에서 웅크리고 있었는데 상자 뚜껑이 열어젖혀진 것이 다. 그 여자는 히히덕거리고 웃으면서 나무상자에서 뛰어나가더니 옷을 집어 몸 위에 걸치고 위소보를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
[나와요,나와요.]
위소보는 천천히 나무상자 안에서 걸어나갔다. 체구가 우람한 외국 군 관이 검을 들고 상자 옆에 서 있었다. 그 여자는 웃었다.
[또 하나 있지!]
쌍아는 본래 상자 안에 숨어 있을 작정이었다. 그리고 위소보에게 위험 한 일이 닥치면 방법을 강구해 구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그와 같이 말하자 부득이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위소보는 그 여자의 황금빛 금발이 어깨까지 드리워져 있고 한 쌍의 눈 동자가 파란 것을 보았다. 피부의 색깔은 눈처럼 희었으며 용모는 무척 아름다웠으나 코가 너무나 높고 키도 자기보다 훨씬 컸다. 위소보는 외 국 여자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그녀의 나이가 정확히 몇 살이 나 되었는지는 알지 못하고 이십여 세쯤 되었으리라 짐작했다. 그녀는 싱글싱글 웃으며 위소보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대 같은 어린애가 나를 만지다니, 히히히.]
그러자 총독은 얼굴을 찌푸리고 뭐라고 한참 동안 이야기를 했다. 그 여자 역시 뭐라고 말을 했다. 그러자 그 총독은 공손한 태도로 허리를 구부리고 인사롤 했다. 그 여자가 다시 위소보를 손가락질 했다. 총독은 문을 열고 다시 중국인 통역관을 불러 들어오게 했다. 위소보는 집 안에 적지 않은 털가죽이 널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침대 위에 도 금빛이 나는 여자 옷이 놓여 있는 것이 보였는데 그 여자는 희디흰 젖가슴을 반쯤 드러내고 있었다. 두 다리의 피부색이 곱고 윤기가 흐르 는 것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조금 전 내가 저 여인을 품에 안고 있었을 때 왜 얼렁뚱땅 몇 번 만지 고 끝냈을까? 좋은 기회를 놓쳤군. 나야말로 홍 교주에게 놀라서 멍청 이가 된 것이야.) 그 통역관이 입을 열었다.
[공주와 총독께선 그대에게 물으십니다. 그대는 누구냐고?]
위소보는 기이하여 말했다.
[그녀가 공주요?]
그 통역관은 말했다.
[이분은 나찰국 황제의 누님으로서 소비아 공주 전하이시고 이분은 고 리진(高里津) 총독 각하이시니 빨리 끓어 엎드려서 절을 하시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공주 전하가 어째서 그토록 형편 없다지?) 그는 즉시 강희의 누이동생인 건녕 공주가 형편없기로는 이 나찰 공주 에게 지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했다. 황제의 누이나 누나는 모두 아름다 우면서도 형편없는 짓을 곧잘 하는 모양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공주는 틀림없이 진짜라는 생각이 들어 그는 히히덕거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공주 전하, 안녕하시오? 그대는 정말 아름답기 이를 데 없구려. 마치 하늘의 선녀가 내려온 것 같소이다. 우리 중국에서는 그대와 같은 미녀 가 없었소.]
소비아는 약간의 간단한 중국말을 알고 있었다. 위소보의 말을 듣고 흐 뭇해서 말했다.
[어린애. 무척 좋아. 상을 주겠어.]
그녀는 탁자 곁으로 가더니 서랍을 열고 열 몇 냥의 금화를 집어서 위 소보의 손에 쥐어주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고맙소.]
촛불 아래서 보니 공주의 다섯 손가락은 옥을 다듬은 것같이 아름다워 위소보는 손을 뻗쳐 그녀의 손을 잡고 입가로 가져가 입맞춤을 했다. 그 통역관은 깜짝 놀라 호통을 내질렀다.
[무례한 행동은 하지 마시오.]
손에 입맞춤하는 인사법은 서양에서 성헹하는 예의였다. 고귀한 여자들 에 대한 존경의 표시였다. 위소보는 아무것도 모르고 제대로 한 셈이 되었으나 손등에 해야 하는데 소비아 공주의 손가락에 매우 급하게 입 을 맞춘 것이었다. 소비아는 간드러지게 웃으며 손을 뿌리치려고 하지 않았다. 소비아는 웃으며 물었다.
[어린애, 무엇 하는 사람이지?] [어린애. 사냥꾼.]
돌연 문 밖에서 한 사람이 낭랑히 소리쳤다.
[그 어린애는 중국 황제의 흠차대신이니 그에게 속아서는 안 되오.]
바로 홍 교주의 음성이었다. 위소보는 그만 깜짝 놀라 혼비백산했으며 쌍아의 소맷자락을 잡고 문 밖으로 달아나려고 했다. 그러나 문을 열자 마자 홍 교주가 두 팔을 벌려 문 입구를 막아 서는 것이 아닌가? 쌍아는 몸을 날려 주먹을 한 대 내질렀으나 홍 교주는 왼손으로 밀어 내고 오른손을 들어 그녀의 허리를 짚었다. 쌍아는 윽, 하는 소리와 함 께 땅바닥에 쓰러졌다.
[홍 교주 어르신께서 선복을 영원히 누리시고 수명이 하늘처럼 길기 바 랍니다. 부인께선 어떻게 되셨습니까? 부인께서도 오셨나요?]
홍 교주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왼손으로 그의 뒷덜미를 잡고 방 안 으로 끌어들이며 말했다.
[공주 전하와 총독 대인께 말씀드립니다. 이 사람은 위소보라고 하는데 소황제가 가장 신임하는 대신이며 황제의 시위 부총관, 효기영 도통, 흠차대신에다가 일등 자작에 봉해져 있는 사람입니다.]
그 통역관은 그의 말을 옮겼다. 소비아 공주와 총독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린애, 대신 아니다. 대신 가짜다.] [불초에게 증거가 있습니다.]
그는 고개를 돌리고 분부했다.
[그 녀석의 옷을 가지고 오너라.]
육고헌이 보따리 하나를 들고 들어와 펼쳐 놓았다. 놀랍게도 위소보가 입고 있던 복장이었다. 위소보는 놀람과 의아함을 느꼈다. (이 의복이 어찌하여 그들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지? 홍 교주는 정말 신 통력이 대단하구나.)
홍 교주는 육고헌에게 분부했다.
[그에게 입혀 쥐라.]
육고헌은 대답하고 옷을 들더니 위소보에게 입혀 주기 시작했다. 그 옷 들은 황마괘까지 모두 숲속의 가시나무에 찢겨지긴 했으나 몸에 걸치자 꼭맞았다. 모자를 쓰고 깃털을 꽂자 아니나다를까 청나라 조정의 대관 모습이 완전히 드러나게 되었다. 이 옷들과 모자가 만약 위소보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 세상에 이처럼 작게 만들어진 대관의 복색이 있을 수 없 었다. 위소보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홍 교주, 그대의 재간은 적지 않구려. 나는 길을 오면서 옷을 내버렸 는데 그대는 따라 오면서 주웠구려.]
홍 교주는 육고헌에게 분부했다.
[그의 옷을 뒤져 보게. 혹 다른 물건이 있는가 없는가?] [그대가 수색할 필요는 없소. 내가 꺼내서 보여 주지.]
그는 품속에서 한 묶음의 은표를 꺼냈다. 그 액수는 엄청났다. 총독은 요동에 있은 지 오래 되어 은표를 알아보았다. 몇 장 뒤적여 보더니 크 게 놀람과 의아함을 나타내고 공주에게 뭐라고 수군거렸다. 그것은 마 치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 같았다.
[이 어린애는 정말 내력이 있소이다. 몸에 이토록 많은 은자를 지니고 있구려.] [이 꼬마는 교활하기 이를 데 없으니 그의 몸을 살펴보게.]
육고헌은 위소보가 몸에 지니고 있던 물건들을 모조리 꺼냈다. 그 가운 데는 강희가 친필로 쓴 비밀의 유시가 들어 있었다. 유시에는 다음과 같은 명령이 있었다. <흠차대신(欽差大臣) 영내시위부대신(領內侍衛副大臣) 겸효기영정황기 만주도통(兼驍騎營正黃旗滿州都統) 흠사파도로용호(欽賜巴圖魯勇號) 사 천황마괘(賜穿黃馬掛) 일등자작위소보전부요동일대공간(一等子爵韋小寶 前赴遼東一帶公幹) 연도문무백관(沿途文武百官) 청후조견(聽候調遣).> 유시의 내용은, 흠차대신이며 영내시위부총관에다가 효기영의 정황기도 통에다가 파도로라는 호를 하사 받고 황마괘를 하사받은 일등 자작 위 소보가 황제의 명을 받고 요동으로 가서 일을 처리하니 연도의 문무백 관들은 그의 지시를 따르라는 내용이었다. 그 유시에는 어보(御寶)가 찍혀 있었다. 통역관은 나찰국 말로 통역을 했다. 그러자 소비아 공주와 고리진 총독은 혀롤 차며 희한해 했다.
[웃으실 일이 아닙니다. 중국의 황제는 어린애라서 어린애에게 큰 벼슬 주기를 좋아합니다. 이 어린애는 중국의 소황제와 유희를 하며 장난을 치고 또 아첨을 잘하고 허풍을 잘 떨기 때문에 소황제는 이 녀석을 좋 아하고 있습니다.]
소비아는 아첨을 하고 허풍을 떤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라 통역관 에게 물어보고 히히 웃으며 말했다.
[나 역시 다른 사람이 허풍을 떨며 아첨하는 것을 좋아해요. 당신도 그 렇지 않나요?]
위소보는 낄낄 웃었다. 홍 교주의 안색이 확 일그러졌다. 소비아는 다 시 물었다.
[중국 소황제, 몇 살?]
위소보는 말했다.
[중국 대황제, 열일곱 살.]
소비아는 웃었다.
[나찰의 대사황(大沙皇)인 나의 동생 역시 어린애, 스무 살. 쟁이 영 감, 아니야.]
(뭐가 쟁이 영감이야? 그렇군! 그녀가 잘못 얘기를 했군. 영감쟁이를 쟁이영감이라고 했구나.) 그는 손가락질하면서 말했다.
[나찰의 아름다운 공주. 쟁이영감 아니다. 매우 좋다.]
그는 자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중국의 대관, 쟁이영감 아니다. 무척 좋다.]
그는 홍 교주를 가리키며 말했다.
[중국의 나쁜사람, 쟁이영감이다. 좋지 않다. 좋지 않다.]
소비아는 깔깔거렸다. 나찰국의 총독 역시 삼십 여 세의 젊은이라 큰소 리로 웃었다. 홍 교주는 온 얼굴이 시퍼러죽죽해져서 단칼에 위소보를 죽이고 싶었다.
[중국 어린애 대관, 이곳에는 무엇하러 왔지?] [중국 황제는 나찰국의 대인이 요동에 온다는 것을 알고 나를 보내 만 나 보라고 했소. 황상은 나찰국의 황제 역시 쟁이영감이 아닌 것을 알 고 나찰 공주가 선녀처럼 예쁜 것을 알고 소인을 보내 선물하게 했는데 그 선물이 바로 대동주 이백 알과 인삼 이백 근이외다. 그런데 뜻밖에 도 길에서 이 대강도를 만나서 예물을 빼앗겼소....]
위소보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홍 교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듯 오른손을 쳐들어 위소보의 머리를 내려치려 했다. 위소보는 홍 교주가 적지 않은 진귀한 예물들을 총독에게 준다는 말을 들었는지라 일부러 배나 더 불려서 황제가 선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이야기를 하면서도 잔뜩 정신을 차리고 홍 교주를 지켜보고 있다가 그가 손을 쳐 들자마자 즉시 구난이 전수해 준 신행백변의 경신법을 펼쳐서 소비아 공주의 등 뒤로 돌아가 숨었다. 그 순간 우지끈, 뚝, 하는 커다란 소리 가 들리면서 나무의자 하나가 홍 교주의 장력에 부서져 넘어졌다. 고리 진은 깜짝 놀라서 단총을 뽑아들고 총구를 홍 교주에게 겨냥하며 함부 로 움직이지 말라고 호통을 내질렀다. 조금 전 위소보가 한 말은 너무 나 길어 공주가 알아듣지 못해 통역관을 시켜 말을 전하도록 했다. 그 말을 전해 듣자 공주는 홍 교주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대의 예물은 어린애의 것을 빼앗은 것. 자기가 반을 차지한다는 것, 좋지 않아요.]
홍 교주는 다급히 말했다.
[아니오. 저 녀석은 터무니없는 말을 잘 지껄여 대니 공주께선 저 녀석 의 말을 듣지 마오.]
그는 나찰 총독이 단총을 들고 자기를 겨누는 것을 보았다. 서양의 화 기가 무섭다고 하지만 그는 무공을 믿고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 나 대사를 도모하려는 이때 나찰국의 큰 세력에 도움을 의지해야 할 판 이었고 일시의 분노를 참지 못해 총독의 비위를 건드려서는 안 되기 때 문에 천천히 문 가로 물러났다. 고리진은 단총을 거두며 몇 마디의 말을 했다. 통역관이 말했다.
[총독 대인께선 홍 교주께 성을 내지 마시라고 했소. 그는 이 어린애가 터무니없는 말을 지껄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소. 소비아 공주는 비밀 리에 동쪽으로 온 것이니 중국 황제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오. 또한 중국 황제가 나찰국 황제에게 예물을 드릴 리도 없소.]
홍 교주는 노기가 가라앉아 미소지었다.
[총독 대인께선 정말 영명하시어 냉정히 보시는군요. 역시 저 녀석에게 기만을 당하시지는 않는군요.]
고리진은 위소보의 내력을 물었다. 홍 교주는 그가 어떻게 오배를 죽이 고 어떻게 황제의 누이동생을 운남으로 데리고 가서 혼례를 올리려 했 으며 어떻게 아첨을 하고 허풍을 떨었으며 또 얼마나 많은 못된 짓을 하여 강희에게 총애를 받게 되었는지를 있는 말 없는 말 다 보태서 이 야기했다. 그리고 최후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저 녀석은 소황제의 오른손이라고 할 수 있소. 우리가 이 녀석을 죽이 면 소황제는 틀림없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할 것이오. 우리가 군사를 일 으켜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훨씬 빨리 성공할 수있을 것이외다.]
그가 말하면 옆에 있는 통역관이 끊임없이 통역을 해주고 있었다. 싱글 벙글 웃으면서 위소보를 바라보는 소비아 공주는 그에게 큰 흥미를 느 끼는 것 같았다. 홍 교주가 위소보를 나쁘게 묘사할수록 그녀는 더욱 재미있어했다. 고리진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홍 교주에게 물었다.
[중국 황제는 이 어린애를 매우 좋아하오?] [그렇소. 그렇지 않다면 어린애에게 어찌 그처럼 큰 벼슬을 내렸겠소?] [이 어린애는 죽일 수 없소. 편지를 중국 황제에게 보내어 금은주보를 많이 가져와서 바꿔 가도록 해야겠소.]
소비아 공주는 크게 기뻐서 고리진의 뺨에 입맞춤을 하고 몇 마디 말을 했다. 이 몇 마디의 말을 통역관이 옮기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그 를 총명하다고 칭찬한 것 같았다. 위소보는 속으로 기뻐했다. (나를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 좋다. 소황제가 금은보화를 가지고 와서 내 몸을 되돌려 받는 것이 더 좋은 일이다.) 홍 교주의 안색은 언짢아 보였으나 어떻게 하지는 못했다. 위소보는 그 한 묶음의 은표를 세 묶음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한 묶음은 소비아 공 주에게 주었고 다른 한 묶음은 고리진에게 주었다. 그리고 세 번째 묶 음에서 일백 냥짜리를 두 장 꺼내서 통역관에게 주고 나머지는 자기 품 속에 집어넣었다. 소비아, 고리진, 통역관은 매우 기뻐했다. 소비아는 통역관에게 혜아려 보라고 하며 그에게 사람을 보내 은자로 바꾸어 오 라고 당부했다. 은표를 헤아려 보니 십만 냥 남짓해서 큰 횡재를 한 셈 이라 소비아는 흐뭇해진 나머지 위소보를 안고 그의 뺨에 연신 입을 맞 추며 말했다.
[은자는 충분하군! 이 애를 돌려보내요.]
위소보는 지금 자기를 놓아 준다면 반드시 홍 교주에게 다시 붙잡혀 가 죽이 벗겨질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재빨리 말했다.
[나는 이처럼 아름다운 공주를 본 적이 없소. 그러니 며칠 더 머물면서 보고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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