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비행기를 타고 낯선 도시에 툭! 떨어진 이방인은
얼떨떨하다.
모든 것이 너무나 낯설고 그래서 무섭기까지 하다.
이번에 중국여행을 앞두고 내 귀에 들어온 중국괴담은 그야말로
혀를 내두르고,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그런 괴담을 여기서 다시 반복할 필요는 없으리라.
"베이징에서 다리 아프면 택시타면 되지요"....라는 내게
주변의 누군가는 걱정스러운 듯 목소리를 낮추더니
그래서 큰 일을 겪은 사람이 있다며 절대로 그러지 말라고 충고한다.^^
어디는 위험하지 않을까....
내 집에서도 험한 일을 당하는 것이 요즘 세상일진대
그저 내쪽에서 조심하면 모든 위험은 산들바람처럼 나를 스쳐갈 것이요,
그래도 나를 덮칠 위험이라면 어쩌겠는가...
애초 베이징과 상하이 여행에서 좌충우돌하며 버스와 지하철, 택시
그리고 침대기차에서의 1박을 나름 충실하게 겪은 경험이 있어
일단은 안심이 되었다.
아, 그러고보니, 오래 전 북경역 외국인 전용창구에서
중국아줌마 직원과 대판 싸웠던 적도 있었다....
북경역이 지금도 그럴까마는
그 당시 기차표를 예매하러 역사에 들어섰을 때
나는 깜짝 놀랐었다.
기차를 타려고 대합실의 의자며 바닥에 검은 상의를 입은 중국인들이 빼곡하게
차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방인을 위해서는 외국인전용창구가 따로 방까지 마련되어 있어서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다들 아시겠지만 중국이란 나라는 월요일, 화요일.. 이렇게 '요일'이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
그러니 나는 어리벙벙해서 도대체 내가 북경을 떠나 상해로 가야 할 날이
무슨 요일인지가 감이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시간표를 들여다보면서 길동무인 두 청년들과 헤롱거리고 있는데
창구 안에 들어 앉아 있던 중국 아줌마가 눈을 부라리며
목청도 좋게 우리를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그 기세에 눌려 표를 샀는데
아차! 날짜를 잘못 봐서 하루 늦게 출발하는 표로 산 것을 나중에 알았다.
아무튼 일단 표를 구입한 뒤 돌아서서 나오는데
눈물이 찔끔 났다.
부아도 치밀었다.
아니, 내 돈 내고 표 사는데 왜 저 사람에게 굽신거려야 하는걸까?
게다가 여기는 외국인창구니까
직원이라면 영어를 할 줄 알거나 한국어를 할 줄 알거나
아니면 중국어만 할 줄 알아도 좀 부드럽고 친절하고 기다려줄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몸을 홱 돌려 창구로 다가갔다.
어쩌면 이 이야기도 중여동의 오래된 여행기에 실려 있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나는 그 창구 앞으로 다시 가서
턱!!! 섰다.
그 중국아줌마직원이 다소 놀라는 듯, 왜 또 왔냐는 듯 나를 쳐다보자
내가 창구를 손바닥으로 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봐요, 아줌마! 당신이 직원이면 제대로 일을 할 줄 알아야지!
응!!! 당신이 뭔데 표사는 사람에게 고압적이냔 말야!
우리가 무슨 죄졌어? 말해봐, 말해봐, 말해봐!!!"
손바닥으로 치면서 소리를 바락바락 질렀다.
물론 당연히 한국어로....
길동무인 청년들은 창피해서 어쩔 줄 몰라했지만
난 걍 무시하고 그 아짐을 혼내주기로 작정했던 것이다.
"당신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야!"라며 소리지르는 나를 보며
"으흠!"하면서 움찔하며 뒤로 물러서는 중국인 아줌마....
놀란 기색을 확인한 뒤
"앞으로 조심해, 알았지!"
한 번 더 다짐을 하고 나왔다. ㅎㅎㅎㅎㅎ
그 직원은 그날 내가 소리친 한국어를 어떻게 알아들었을까? ㅎㅎㅎㅎㅎ
하지만 10년이 지나 나도 적당히 늙고 지쳐서 베이징 거리를 유유히 다녔다.
예전에 나는 큰 종이에 내가 갈 곳 한자를 적어서 버스안내양에게 계속 디밀었다.
그녀는 중국어로, 나는 한국어로...
그래도 나는 그다지 실패하지 않았다.
하긴, 전혀 감을 잡지 못해서 버스정류장에 오두마니 서서
몇 대나 그냥 흘러보낸 적도 있기는 하다.
그리고 전문에서 버스를 탔을 때 중국남자들이 버스가 닿자 우르르 몰려들어
서로 타려고 몸싸움을 벌였는데 나는 다행히 버스에 한 발을 올려놓을 수 있었지만
이내 내 몸이 버스에서 뜯겨져 나오는 아픈 경험도 겪었다.
어떤 인간이 나를 들어내고 자기가 버스에 올라탔던 것이다.
그때는 어처구니 없어 치를 떨었지만 이게 얼마나 즐거운가.
한번은 지하철을 탔는데 다리가 아픈데도 자리가 나지 않았다.
때마침 사람들이 다들 내려 자리가 나길래 얼른 앉았다.
그런데 문이 닫히지도 않고 떠나지도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플랫폼에 서서 나를 가리키며 뭐라뭐라 소리만 지르고...
난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다가 문득 슬며시 깨달음이 왔다.
이 차량은 그게 종점이었던 거다. ㅎㅎㅎㅎ
내가 안 내리니까 문을 닫지도 못하고 떠나지도 못한 것이었다. ㅎㅎㅎ
그런 추억을 안고 이번 베이징에서도 기대를 했다.
역시나
이번에 중국여행에서는 예상대로 정규호씨의 안내로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했지만
그전의 스릴 넘치는 경험은 거의 없었다.
다들 휴대폰에 죄다 코를 박고 있었을 뿐,
이방인의 가슴에 오래 남을 추억을 안겨줄
찌릿하고 어색하고 부끄럽고도 행복한 에피소드는 베이징에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내내
내게 찾아오지는 않았다.
예전과 달라지지 않은 게 하나 있다면,
버스안내양의 당당함이다.
노인이 타면 젊은이를 일어서게 하고,
심지어 버스 승객이 안내양의 좌석에 앉으면 그의 어깨를 탁 때리면서
"야! 일어나!"하고 승객을 일으켜 세우고 자신이 앉는 그 당당함...
그런데 이번에 보자하니
노인에게 자리 양보하라고 소리지를 때면
순박한 처녀는 얼굴을 붉히며 서둘러 일어서는데
귀에 이어폰을 꽂은 젊은이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노인이 타도 모른 척, 안내양이 자리 양보 좀 하라고 소리쳐도 안 들리는 척...ㅎㅎㅎ
결국 우리 일행 중에 자리를 양보받아야 할 분이
안내양의 채근에 자리를 중국노인에게 내주었다는 슬픈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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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버스와 지하철을 백퍼센트 이용해보면
나름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으리라.
다음에 또 한 번의 베이징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그때는 남편과 동행할 터이니 좌충우돌 기가 막힐 실수가 이어질 테지만
베이징을 제대로 느낄 참이다.
버스가 왔어요. 가운데 문으로 타면 됩니다.
버스 한 가운데에 자리한 안내양. 버스 안팎의 모든 상황을 다 지휘관리하기 때문에 운전수보다 더 멋져보인다.
지하철이 종점에 도착했을 때 한 컷! 판자위엔 가는 길..
지하철 역사 안..
시내에서 빌려탈 수 있는 자전거...
외국인도 가능할 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단다..
첫댓글 어처구니가 없으면 어찌 두부를 먹을 수 있겠어요? ㅎ
저는 중국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땐 목소리가 올라 갑니다.
그리고 빨리 말을 합니다.
몸짓도 커집니다.
그들은 저른 어느 시골띠기로 인정해 줍니다.
그래서 저를 지들 보다 더 막무가내로 인정하고... ㅎ
즐거운 여행기를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 합니다.
처음에는 중국사람들에게 화를 냈어요.
하지만 이내 깨달았답니다.
그저 내 사정만 통하면 그만이지, 내가 저 사람들에게 화를 낼 건 아니라는 걸요^^
그래서 요번에는 사람으로 붐비는 여자화장실에서
새치기하려는 어떤 여성보다 더 재빨리 새치기하면서(그것도 웃으면서)
내 급한 볼일을 무사히 마치기도 했답니다. ㅎㅎㅎ
즐감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중산길님...
여행기를 참 재미 있게 쓰시네요..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글이 눈앞에 펼쳐진 영상처럼 느껴집니다..
10년 전의 추억이 그토록 제 뼈에 콕 박혀 있는 줄 이번에 알았어요. 고맙습니다.^^
북경 지하철이 가격도 착하고, 여기저기 잘 연결되어 있어 혼자서 다니기에도 불편함 없이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찾아갈 곳과 지하철역만 메모해 가시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으리라 봅니다.
맞아요. 지명만 한자로 잘 메모해두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상하이에서는 버스를 탔는데 안내양이 나의 행선지가 적힌 메모지를 보더니
내게서 눈을 떼지 않더군요. 혹시 중간에 내릴까봐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더니 목적지에 도착하자 내게 손짓하면서 내리라고 일러주었어요.
그녀는 복 받을 겁니다. ㅎㅎㅎㅎ
네~우리나라 대중교통에도 그 당당한 안내양같은분이 있었음 바람입니다.
그럼 그렇는 니가하세요하면 에구머니나~~~
ㅎㅎㅎ
제가 하면 잘 할 것 같은데 말이지요^^
그 도시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것도 여행이 주는 큰 기븜중에 하나인것 같습니다.
전 일없이 하루죙일 버스 지하철만 타고 다닌적도 있는데 그게 기억에 많이 남더군요 ㅎ
그 재미도 참 크겠어요.
언젠가 저도 한 번 해보겠습니다.
특별한 명소가 아니라 사람사는 평범한 곳이 오히려 더 깊은 인상을 안겨주는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