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1121 순천 초연정

[범고개]

1번 순환버스를 타고 교대앞에 내리니 12시가 다 된다.

먼저 도착한 종필이가 전화를 해 부지런히 걸어가니

영대가 특별히 가르치고 있는 초등학생들이 나오고 곧 영대도 내려온다.

종필이의 차를 타고 석곡 IC를 빠져 나온다.

그는 100km가 넘지 않게 운전하고 하이패스 카드가 찍히지 않자 사무실에 들어가 일을 보고 나온다.

주암 또백이 식당에서 쏘가리탕을 먹는다.

난 소주를 마시고 영대는 막걸리를 마신다.

충호형과 종필이는 마시지 않는다. 

가까이 오리축사를 짓고 있는 동귀의 공정이 궁금해 전화할까 하다가

혹시 하며 주인에게 물어보니 이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댄다.

충호형 차 한대로 초연정을 찾아간다.

주암호의 물이 파랗고 건너편 모후산이 우뚝하다.

옛송광초 앞에서 주암호를 건너 후곡리쪽으로 간다.

다리 위에 한번 쉬어 물 위의 풍경을 보고 간다.

화순쪽으로 가는 길을 두고 오른쪽으로 돌아 한참을 산속으로 들어간다.

양지바른 마을의 스레트 방앗간이 있는 회관 옆에 차를 세우고 걷는다.

다리가 불안한 형님은 스틱을 준비하고 종필이도 하나 얻는다.

영대와 난 산 다닌 이력으로 그냥 없어도 좋은 길이라고 모르면서 말한다.

잠깐 마을 시멘트 길을 오르니 철제 안내판이 나타나고 계곡으로 내려간다.

깊은 계곡의 축대 위에 정자 하나가 발아래 그늘을 거느리고 서 있다.

난 계곡으로 내려가 암반을 걷고 친구들은 암벽의 각자 앞으로 간다.

길없는 계곡을 위로 돌아 내려오니 물 위로 길이 없다.

친구들의 염려를 무시하고 바위 위를 잡고 내려간다.

송병선과 조씨들의 이름이 보인다.

깊은 골짝과 암반 나무들이 어울려 세상을 벗어난 초연한 삶을

즐길만 하겠다. 여름에 시원할 듯한데 사람도 없겠지만 윗쪽에 

커다란 비닐 하우스가 보여 조금 풍경을 해친다.

정자로 올라 사과를 깎고 있는 사이 난 뒤를 돌아 바위 속의 건물을 내려다 본다.

노랑 뽕나무가 보이고 한자로 '월청'이 씌여진 바위를 본다.

고욤나무도 본다. 열매가 검다.

바위를 다니다 친구들과 사과를 먹는다. 하얀 초승달이 앞산 나무 사이로 부지런히 가고 있다.

송광사로 가려던 일정은 시간에 쫒겨 다음으로 미루고 천은사 둘렛길을 걷기로 하고

다시 종필이의 차를 타고 구례로 간다.

[범고개]

최씨집안의 육연(수신가훈)

▲자처초연(自處超然): 스스로 초연하게 지내고
▲대인애연(對人靄然): 남에게는 온화하게 대하며
▲무사징연(無事澄然): 일이 없을 때는 맑게 지내며
▲유사감연(有事敢然): 유사시에는 용감하게 대처하고
▲득의담연(得意淡然): 뜻을 얻었을 때는 담담하게 행동하며
▲실의태연(失意泰然): 실의에 빠졌을 때는 태연하게 행동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