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군 서화면 천도리.
민통선이 있는 마지막 동네로 군인이 민간인 보다 많은 곳입니다.
몇 년전만해도 이곳에는 '왕다방'이라는 유명한(?) 다방이 있던 곳입니다.
왕년에 인제 원통에서 군복무하신 분들은 이 다방이 무엇으로 유명한지 다 아실 것입니다.
이곳에 '글라렛천도리공소'가 있고 한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이 부부는 냉담중인 천주교신자였습니다.
천도리 제일 높고 전망좋은 곳에서 숯불갈비집을 운영합니다.
젊고 돈있고 능력있는데 하느님은 왜 필요합니까?
하느님 얘기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들립니다.
고기가 먹고싶어서가 아니라 왠지 모르게 자주 이 가족이 마음에 걸려 방문합니다.
바쁘면 애들만이라도 신앙생활하게 하라고.
그런데 지난 여름에 잘생기고 공부잘하고 건강하던 6학년짜리 아들이 물놀이하다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다른 세사람과 함께 급류에 휘말려 실종되는 사고가 생겼습니다.
한달 보름만에 아들의 시신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이 부부의 완전히 실성한 듯 망연자실한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예수님은 "죄인들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습니다."(루가5,32).
회개는 죄와 죽음에 처해있는 이가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와 하느님 나라의 참된 행복과 평화와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세리 레위가 예수님의 부르심을 듣습니다. "나를 따라 오너라."
이 부르심에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나섭니다.
이것이 회개입니다.
세리 레위는 큰 잔치를 베풀고 예수를 모십니다.
이것이 그가 누리는 구원의 삶,
하느님 나라의 참된 행복과 평화와 자유를 누리는 삶입니다.
사무실 창너머로 기계톱 소리가 들립니다.
수도원 운동장 한켠에서 남편 바오로 형제가 기계톱과 도끼로 화목을 준비하느라 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창너머로 보이는 정경이 행복과 평화와 자유로 보입니다.
천도리 이 부부 바오로와 데레사는 전망좋은 숯불고기집 산촌가든을 처분하고
지금은 글라렛천도리공소 식구로 예수님 안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버릴 것이 많을수록
행복에 이르는 길에는 많은 아픔이 있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