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끼칠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미스터리의 여제! 우사미 마코토의 충격의 걸작!
“빈곤보다, 굶주림보다 무서운 것이 이곳에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절망이었다.”
『어리석은 자의 독』은 녹음 짙은 무사시노의 숲속 저택과 잿빛 폐광 마을에서 연이어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미스터리다. 범죄 소설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미스터리로, 장르의 범주를 뛰어넘어 인간 보편의 내면과 절망, 어두움과 괴이함을 작가 특유의 문체로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야기는 고급 요양원 ‘유즈키’에 있는 할머니의 회상에서 시작해 총 3장의 구성으로 복선 형식으로 전개된다. 1장에서는 2015년과 1985년의 두 이야기가 오고 가며 우연히 생년월일이 같은 두 여성, 기미와 요코의 만남을 그린다. 동생 부부가 자살을 하자 어린 조카 다쓰야를 떠맡아 키우게 된 요코는 1985년 우에노의 직업소개소에서 기미를 만나게 된다. 그 후 기미와 요코는 부담 없이 수다를 떠는 친구 사이로까지 발전해 요코는 기미의 소개로 거대 저택에 입주 가정부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집의 아들 유키오를 남몰래 동경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저택의 당주가 의심스러운 죽음을 맞게 되고, 순식간에 과거의 업보가 그들을 집어삼킨다.
2장에서는 기미의 처절하고 강렬한 과거를 다룬다. 이제는 폐쇄된 탄광 마을인 지쿠호 지방에서 나고 자란 이들의 절망과 무력감, 고도 성장기의 이면에 존재하는 나약한 이들의 비극을 농밀하게 묘사한다. 기미와 유키오의 영혼을 집어삼킨 과거의 업보 역시 이 장에서 등장한다. 시대의 어둠에 몰려범죄를 선택하게 된 자들, 그래서 그 죄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는 자들의 절망이 꽤 묵직하게 그려진다. 어딘가 뒤틀려 버린 그들의 운명은 전부 1965년 지쿠호 지방의 폐광 마을에서 벌어진 음산한 살인사건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3장에서는 어떠한 계기로 유키오가 자신의 업보에서 해방되며 앞서 등장한 모든 복선이 회수된다. 이 험난한 여정을 굳건히 견뎌온, 또 받아들여온 이들의 최후는 무엇일까. 모든 것이 딱 맞아떨어졌을 때 느껴지는 전율과 그 무시무시함에 탄식을 내지를 정도다. 이처럼 『어리석은 자의 독』은 범죄 소설의 형식을 빌린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니라 한 편의 인간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시대의 이면에 드리워진 어둠을 피하지 못한 자들의 이야기를 깊은 호흡으로 한번 마주해 보시기를 권한다.
읽을수록 숨 막히는 흡인력! 전율의 반전!
“‘인간을 향한 관심’에서 작품을 쓰는 힘이 나옵니다.”
미스터리의 여제 우사미 마코토는 그 명성에 비해 국내에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에서는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1957년 일본 에히메현에서 태어났다. 2006년 『룸비니의 아이』로 제1회 ‘유幽’ 괴담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지방 도시에서 전업주부로 살아온 경험을 살려 인간의 부정적인 측면을 괴담으로 끌어내는 작풍이 특징이다. 특히 인간에게 잠재된 어두운 감정을 묘사하는 솜씨가 탁월하다. 또한 언제나 일상에 도사리고 있는 괴이함을 통해 인간 내면의 어둠을 교묘하게 드러내는 재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이러한 작가가 환상소설이나 괴기소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가 된 것은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이며, 그 외에 레이 브레드베리, 스티븐 킹, 토머스 쿡 등의 작품에서도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듯 작가는 데뷔 이후, 『일곱 색의 동화』, 『들어가지 않는 숲』 등 호러 색이 짙은 작품을 선보이며 두각을 나타내다가 2009년 돌연 작가로서의 활동을 멈춘다. 그러다 2016년 다시 등장해 이전까지 썼던 작풍과는 다른 분위기의 호러와 심리 서스펜스, 미스터리와 휴먼 드라마를 융합한 작품을 쏟아 놓기 시작한다. 특히 2017년 『어리석은 자의 독』으로 제70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 및 연작단편집 부문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복귀탄을 쏘아 올린다. 『어리석은 자의 독』은 인간의 절망과 내면을 농밀하고 묵직하게 담아낸 충격적인 걸작으로 범죄 소설과 미스터리, 호러의 경계를 자유분방하게 활보한다. 더 나아가 인간의 처절한 심리와 업보, 비극을 담아낸 한 편의 휴먼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우사미 마코토는 어느 인터뷰에서 다음의 질문을 받는다. 일상을 초월한 괴이를 소재로 공포 작품을 써 오다가, 『어리석은 자의 독』 이후부터 기이한 사건보다는 현실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그리고 있는데, 무언가 심경의 변화가 있느냐는 물음이다. 이에 그녀는 사실 자신 안에서 그만큼의 변화는 없다고 말한다. 애초에 괴이함을 그린 이유는 두려움을 느낀 인간 존재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에 따르면 일상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괴이를 눈앞에 둔 사람들은 제각각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다. 어떤 이는 겁먹은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허세를 부리는가 하면, 공포에서 벗어나려 하다가 당황하는 자도 있다. 그 안에는 숨길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이 있고, 그녀는 그런 인간의 모습에 흥미를 느껴 작품을 써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녀의 관심은 괴이함이 나타나지 않는 작품에서도 변함없다. 가령 범죄를 소재로 하는 미스터리의 경우에도 그녀의 관심은 범죄에 이르는 인간의 존재인 것이다. 즉 인간을 그린다는 점에서 호러나 미스터리나 다르지 않다는 게 그녀의 기본적인 태도인 것이다.
이렇게 작가는 작품을 대하는 자신의 일관적인 태도를 관철함으로써 2019년 출간된 『전망탑의 라푼젤』은 야마모토 슈고로상 후보에 오르기도 하며 현재 일본에서 미스터리 여제로 등극한 듯하다.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로 정체성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는 우사미 마코토. 그녀가 자아내는 농밀한 내면의 깊이와 처절함, 비애와 비극을, 또 시대의 풍파와 운명 앞에 무력한 인간과 그러한 인간의 강인한 의지를 『어리석은 자의 독』을 통해 총체적으로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책장을 덮고 나서 밀려오는 그 무게감을 오롯이 감당해 보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