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응모 팁(?)
시를 쓰다가 문득 한 번쯤은 이런 글을 올려도 좋을 것 같아서 올립니다.
팁이라고 하니 좀 인위적인 냄새가 나긴 합니다만, 우리가 OO 문학상을 응모하기 위해 현장을 다 답사할 순 없으니 참고만 하시길요. 혹자는 그깟 문학상 한번 받아보겠다고 억지로 만들어낸 작품이 무슨 문학적 가치가 있냐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대개의 문학 작품은 억지든 뭐든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물론 현장에서의 사색과 경험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현실적 여건상 그게 힘든 분들을 위한 팁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또한 아무리 경험이니 뭐니 해도 결국 글은 책상에서 쓰는 거니까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OO 문학상의 스타일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그 지역을 소재로 해서 쓰는 것과 자유 주제인데 대개는 그 지역을 소재로 합니다. 그도 아니면 특정한 주제를 주고 그것에 관해 쓰라는 식입니다. 지금 제가 쓰고자 하는 글은 자유 주제는 빼고 지역 소재와 특정 주제로 쓰는 데 유용한 팁입니다. 설령 자유 주제라 할지라도 1/3은 그 지역을 소재로 쓰는 게 유리합니다. 실제로 <천강문학상> 같은 경우를 보면 지역 소재로 쓰면 가산점을 준다고 명시돼 있으니까요. 물론 제가 드리는 팁이 정답은 아니니 참고만 하시길요.
먼저 지역 소재로 쓰는 문학상입니다. 예를 들어 A 지역에서 열리는 A 문학상 공모전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 저는 가장 먼저 살펴보는 곳이 해당 지역 문화관광 홈페이지입니다. 홈페이지를 보시면 그 지역의 역사, 문화, 관광이 자세히 나옵니다. 그걸 읽다 보면 분명히 시의 소재가 될 만한 자료가 보입니다. 대체로 많이 알려진 것과 많이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소재가 있습니다. 많이 알려진 소재는 흔하기 때문에 그럴 땐 제목을 잘 잡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의령군의 천강문학상의 경우 '홍의장군 곽재우'가 유명하다고 해서 그냥 '홍의장군' 이렇게 제목을 잡으면 안 됩니다. 많이 알려진 만큼 조금은 특별하게 잡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천강홍의론(天降紅衣論)' 이렇게 잡았더랬습니다. 그럼 많이 알려지지 않은 소재의 제목은 어떻게 잡느냐, 그건 그 자체로 제목이 될 수 있습니다. 해당 지역에서는 아무래도 그 지역을 문화적으로 널리 알리려는 홍보 목적이 강합니다. 그러니 잘 알려지지 않은 소재는 그 자체로 홍보가 됩니다. 따라서 굳이 수식어를 써가며 꾸밀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 시의 소재가 될 만한 자료를 찾는 게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는 당선작을 많이 읽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 이건 잘만 쓰면 멋진 시가 되겠다, 그런 생각이 들 겁니다.
아무튼 해당 홈페이지의 자료를 다 보고 소재를 잡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 이제 Daum 지도를 열어 그 소재가 있는 곳을 찾아봅니다. 물론 이렇게 하는 이유는 그 소재가 있는 주변 지역에 무엇이 있는지 대략적으로 알기 위함입니다. 그 주변을 잘 알아야 시를 쓸 때 자연스럽게 시적인 문장으로 소재를 끌어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지도에서 보면 로드뷰가 있습니다. 마치 차를 타고 직접 가는 것처럼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확대하면 주변 가게의 전화번호까지 볼 수 있을 만큼 요즘은 로드뷰가 잘 돼 있습니다. 그럼 본인이 직접 그 길을 답사한다 생각하고 주변의 특정한 풍경을 메모해 둡니다.
홈페이지도 봤고, 지도상 위치에서 주변 지역에 뭐가 있는지도 봤고, 로드뷰까지 다 봤으면 이제 유튜브로 가서 쓰고자 하는 소재와 관련된 영상을 찾아봅니다. 저는 최소 3~4개는 찾아봅니다. 어떤 영상은 한 시간짜리도 있습니다. 지겹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한 시간이나 되는 만큼 시에서 활용할 만한 자료가 아~주 많이 나온다고 보면 됩니다. 해당 홈페이지에서는 짧게 언급한 것도 영상은 자세히 보여줍니다. 더구나 부연 설명까지 곁들여주니 아주 좋습니다. 또한 지도에서 로드뷰를 건너뛰더라도 영상에서 가는 길을 보여줍니다. 근데 제가 로드뷰를 보고 영상을 보길 권한 이유는 영상을 보기 전에 로드뷰로 익숙해지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로드뷰로 본 걸 영상으로 보면 마치 직접 다녀온 길을 보는 착각까지 들거든요.
더 여력이 된다면 같은 소재로 기성 시인들이 발표한 작품이 있다면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표절을 피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홈페이지, 지도, 로드뷰, 영상까지 다 본 상태라면 기성 시인이 쓴 작품에서 비슷한 감흥을 느낄 겁니다. 그러한 감흥에서 시인이 표현하지 않은 감흥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걸 본인 작품에 쓰면 됩니다.
이제 마지막입니다. 맨 마지막으로 응모하고자 하는 OO 문학상의 최근 당선작을 적어도 5년, 많게는 10년 치는 꼭 살피라는 겁니다. 대개의 응모자는 가장 먼저 기존의 당선작을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먼저 보지 말고 제가 말한 순서대로 보고 맨 나중에 보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처음에 당선작부터 보면 마음에 와닿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지역의 특정한 소재다 보니 예비 지식이 없으면 정서적으로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맨 나중에 보면 어느 정도 지역에 관한 자료도 읽었고, 유명 소재를 영상으로도 다 확인했기에 그와 관련된 당선작을 보면 쉽게 와닿습니다. 그때 당선작은 내가 느낀 감흥을 어떤 식으로 표현했는지 유심히 살피는 것도 공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특정 주제에 관해 쓰라는 경우입니다. 이 역시 특정 주제라고 하면 많이 알려진 것일 테고, 이런 내용은 검색하면 각종 블로그에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유튜브 영상으로 찾아보면 좋겠지요.
자유 주제는 말 그대로 평소에 써둔 작품으로 응모하시면 되겠습니다.^^ 제 경험상 자유 주제의 시를 잘 써야 특정한 주제를 줘도 잘 씁니다. 그러니 평소에 자유 주제로 습작들 많이 하시길요. 다 쓰고 보니 생각보다 글이 좀 길어졌는데 뻔한 소리 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첫댓글 신춘과 여러 문학상을 받은 메이트 <최형만 >학우가 올린 것을 옮깁니다
혹시 도움이 될까 하고
저역시 수박 겉모습만 보고 고르는 사람으로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이분도 재학중에 " 시산맥"에서 최종심에서 떨어졌다고 분통해서 제게 메일을 보냈던 학우인데 지금은 여러 공모전에서 이름을 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