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가까운 곳 이인면 신흥리 보살님들이
산신제를 지내는데 법사로 와주십사 해서
아침나절 다녀왔습니다
오년여전부터 그동안 지내오던 산신제를 폐하고
제를 지내던 바위 밑으로 농업용 수로가 생긴뒤
대략 삼십여분의 노소남녀가 돌아가게 되니
마을에서는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간 끝에
마을에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끊어졌던 산신제를 지냈으면 한 것입니다
백여가구가 사시는 신흥리인지라
뜰도 넓고 양명한 기운이 감도는 까닭에
올해는 이름 그대로 새로이 흥성하는 마을 되시라
덕담을 하니 노보살님들이 매우 흡족해 하십니다
오후에는 계룡면에 볼일이 생겨 갔다가
홀로 사시는 친구의 어머니를 찾아 뵈니
거실이며 방이며 완전 냉골입니다
아마도 한겨울을 그렇게 불을 안넣고 사신듯 한데
방에 이부자리에는 옥매트 한개만 달랑 있습니다
아니 세분 아드님들이 보내 드리는 용돈 아낀다고
이렇게 지내시다가는 병원에 들어 가는 돈이
더 많이 들것인데 어찌 이렇게 지내시느냐 물으니
나 혼자 사는데 어떻게 보일러를 돌리느냐 하시며
손사래를 치십니다
아주 여유롭지는 않아도 자식들이 다
자기들 앞가림은 할만큼 열심히 살고
또한 경제적으로 홀로 계신 어머니를 위해
다소의 경비를 보태는 것으로 아는데
그리 사시는 것을 보니 마음이 영 편치않습니다
더구나 작년에 위암 수술까지 하셨으니
더욱 몸을 잘 추스리셔야 할것인데
그나마 내가 들어 간 때가 저녁 무렵인데
홀로 드실 진밥을 하시는 가스불 소리에
식사는 거르시지 않는구나 싶어 조금 안심이 됩니다
아마도 시골 지역에 사시는 독거 노인들의 삶이
대부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인데다가
구제역등으로 인해 외부 출입마저 제약을 받으면서
종종 오던 방물장수 트럭조차 출입을 사양하다 보니
고적하기가 그지없는 시골이 되었습니다
산신제를 지내면서 신흥리 노인들이
스님 고사상에 놓이는 돼지 머리는 어찌할까요
하시기에 불가의 예법으로 모시는 산신제니
굳이 안놓으셔도 될것입니다
더구나 요즘 축생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삼색 과일과 편과 백미 공양으로
맑고 청정한 산신제를 지냄이 좋겠습니다 하니
노보살님들은 흔연히 그리 하겠다 합니다
제를 마치고 마을 회관에 내려와
끓여 주시는 국수 한그릇 먹고
노인분들이 방안 가득 와 앉으셨기에
산신제의 의미를 조금 말씀드리고 나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을 하시라 하고
어느댁에 노보살님은
천타불 만보살 줄타불 떼보살
하고 염불하시다
편안히 극락세계로 가시더라는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는 돌아 오는데
마음 한구석에 짐을 내려 놓은듯
얼굴에 좋아하시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보름날은 우리 절 산신각에도
조촐하게 맑은 공양물을 갖추어서
신묘년 산신제를 지내려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 금강에 나가 보니
이름만 비단강일 뿐
중장비의 굉음 소리만 울리는
흙탕물로 이뤄진 죽음의 강물이 다 되었습니다
강을 모두 파헤치니 수신들 집을 잃고
산신들 집에 의탁하고 더부살이 하는 것을 생각하면
요즘 나라의 전세 대란이니 전염병 난리니 하는 것들이
아무런 까닭없이 생겨난 것이 아님을 알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목숨을 담보 잡히고서야
나라가 안정을 되찾을지
정말로 끝이 보이지 않는 요즘입니다
우리 불자님들의 마음을 모아
간절히 기도하고 정진하시자 부탁드립니다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