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보다 달콤하고 시원한 수요일이다. 오늘도 열혈 회원 6명이 사직벌에 나와 구슬땀을 흘렸다. 회장님 풀코스, 명예회장 이종상 샘, 꾸니 이진구 샘, 라지에로 이성심 샘, 김홍은 샘, 태암 하기상 등이다.
지난 수요일에 7부 바지를 입고 와서 역주에 시동을 걸었던 명예회장님은 오늘은 무릎이 드러난 4부 바지를 입고 가야지 에이스 주자들인 회장님, 꾸니 샘과 무리를 지어 역주를 하셨다. 명예회장님한테서 힘에서는 밀리지 않는 장사의 기운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꾸니 샘은 주말에 1박2일로 대마도국경마라톤에 다녀오셨는데 기운을 잃지 않고 오늘도 고속 질주를 하며 천천히 달리는 나를 몇 차례나 추월해 나갔다. 연령대별 경기에서 5위를 하였는데 대회 전날 밤늦도록 말술을 마다하지 않는 주당들과 대작을 하는 통에 대취하여 이튿날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신 것 같다. 기분좋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술잔이 입상을 한 발 두 발 멀어지게 했음이 분명하다. 대회에 참가한 부산 달리미들의 술자리 분위기가 얼마나 좋았는지 짐작이 간다. 달리기와 입상도 좋지만 함께하는 사람들끼리의 친목과 어울림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회장님은 내가 5km를 거의 다 완주할 때까지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는데 아마 나의 2배 거리인 10km를 달리신 것 같다. 김홍은 샘도 초반에 걷다시피 천천히 달리는 내 뒤에서 두세 바퀴를 달렸다. 올해 안에 나와 함께 5km를 걷지 않고 달려보자고 언약을 했다. 여섯 달의 긴 시간이 주어졌으니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나도 육상부 아이들을 지도하는 마음과 정성으로 김홍은 샘을 단단한 5km 주자로 만들어 드리고 싶다. 하여튼 오늘 비록 6명의 소수 회원이 출석하였지만 양껏 달리고 선의의 결의도 다졌다.
식사는 <청진동해장국>에서 배불리 먹었다. 회장님(해장님 아님. 해장국 생각에 오타가 날 뻔함)이 식사비를 계산해 주셨다. 고마운 마음이다.
회원님들 장마비도 내리고 막걸리 한 사발이 당기는 날인데 꾸니 샘을 유혹했던 술을 생각하며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윤태규의 <그놈의 술>을 들으면서 집에서 한 잔 해보세요.
忠員烈走
初夏六月暑氣勝
北上梅雨氣勢折
灰色雲脚遮蔽天
凌雨一陣瀉下來
今日陽現雲勢弱
社稷訓鍊無中斷
金井右肩夕陽光
忠員裂走送微笑
충직한 회원들 열심히 달리다
초여름 유월이
더위로 기승을 부리더니
북상한 장마에
기세가 꺾였다.
잿빛 구름발이
하늘을 가리더니
소나기도 한바탕
쏟아져 내렸다.
오늘은 다시 해가 나오고
구름의 세력이 약해졌다.
가야지 사직훈련은
끊기는 법이 없는데
쇠미산 어깨 위로
석양이 빛나더니
한결같은 회원들의 달리기에
햇님도 미소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