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方[3523]月沙先生- 애한정 팔영(愛閑亭八詠) 8수
원문=月沙先生集卷之十六 / 倦應錄 上
월사집 제16권 / 권응록 상(倦應錄上)
愛閑亭八詠。爲朴益卿 知謙 作。
朝來爽氣入虛簷。起向前山捲却簾。
濃抹澹粧俱有態。農人閑作雨晴占。
右松嶽晴嵐
池面輕風細細吹。淸香偏與夜涼宜。
天公更借氷輪影。高葉繁花光陸離。
右荷塘夜月
仄仄柴扉短短籬。人家多在夕陽陂。
臥看小野煙光合。知是西疇餉饁時。
右孤村暮煙
日脚銜山銀柱明。輕陰天際漸看生。
溪東翠壁迎斜景。紅紫蔥籠畫不成。
右蒼壁落照
山腰一逕細縈雲。筇影依依帶夕曛。
犬吠前村歸不遠。兒童應已候柴門。
右石磴行人
浦口時看點點篷。霧開人語櫓聲中。
呼船欲問東華信。爲是前江與漢通。
右江浦商船
古寺居隣溪上山。老僧元與主人閑。
春風花發南岡路。 杖屨隨緣去又還。
右佛寺尋僧
灘下深潭潭下梁。水風吹面釣絲長。
靑蓑帶雨歸來晩。自醱松醪勸客嘗。
右槐灘釣魚
애한정 팔영(愛閑亭八詠).
박익경(朴益卿) 지겸(知謙) 을 위해서 지은 것이다.
아침 나절 서늘한 기운이 빈 처마로 들어 / 朝來爽氣入虛簷
일어나서 앞산을 보며 드리운 발을 걷노라 / 起向前山捲却簾
짙고 옅은 색채들이 모두 자태를 뽐내니 / 濃抹澹粧俱有態
농사꾼 한가로이 이를 보고 날씨를 점치누나 / 農人閑作雨晴占
위는 〈송악의 맑은 날 산기운〔松嶽晴嵐〕〉이다.
못 위에 가벼운 바람이 솔솔 불어오니 / 池面輕風細細吹
맑은 향기가 서늘한 밤공기와 몹시 잘 맞누나 / 淸香偏與夜凉宜
천공이 다시금 얼음덩이 같은 달 빌려주어 / 天公更借氷輪影
높은 잎새 활짝 핀 꽃의 빛이 흐드러지도다 / 高葉繁花光陸離
위는 〈연꽃 핀 연못에 비친 달〔荷塘夜月〕〉이다.
기우뚱기우뚱 사립 나직나직한 울들 / 仄仄柴扉短短籬
인가는 많이 석양의 비탈에 서 있구나 / 人家多在夕陽陂
누워서 보니 작은 들판에 안개가 가득해 / 臥看小野煙光合
논밭에 새참을 나를 때인 줄 알겠노라 / 知是西疇餉饁時
위는 〈외딴 마을의 저녁 연기〔孤村暮煙〕〉이다.
햇살이 은빛 기둥처럼 환히 산에 내려 꽂히더니 / 日脚啣山銀柱明
하늘 저편 가벼운 구름이 점점 이는 게 보이어라 / 輕陰天際漸看生
시내 동쪽 푸른 절벽이 비낀 석양을 맞이하니 / 溪東翠壁迎斜景
울긋불긋 어린 노을 그림으로도 못 그릴레라 / 紅紫蔥籠畫不成
위는 〈푸른 벼랑에 지는 낙조〔蒼壁落照〕〉이다.
산 중턱 한 가닥 오솔길 구름 속으로 휘도는데 / 山腰一逕細縈雲
지팡이 짚고서 느릿느릿 석양을 띠고 걷는다 / 筇影依依帶夕曛
앞마을에 개 짖으니 사람이 돌아오는가 봐 / 犬吠前村歸不遠
아이들이 아마도 벌써 사립에서 기다릴 테지 / 兒童應已候柴門
위는 〈돌길을 가는 행인〔石磴行人〕〉이다.
포구에서 때때로 점점이 뜬 배들이 보이노니 / 浦口時看點點篷
안개 걷히자 말소리가 노 젓는 소리 속에 들려라 / 霧開人語櫓聲中
배를 불러서 대궐의 소식을 묻고자 하노니 / 呼船欲問東華信
이 앞 강이 바로 한강과 통해 있기 때문일세 / 爲是前江與漢通
위는 〈강 포구에 떠 있는 상선〔江浦商船〕〉이다.
옛 절이 시냇가 산에 이웃으로 있으니 / 古寺居隣溪上山
늙은 스님은 원래 주인과 서로 친한 사이 / 老僧元與主人閑
봄바람에 꽃이 핀 남쪽 묏부리의 길에 / 春風花發南岡路
느긋하게 지팡이 짚고서 갔다가 돌아오누나 / 杖屨隨緣去又還
위는 〈절에서 승려를 찾다〔佛寺尋僧〕〉이다.
여울 아래는 깊은 물이요 물 아래는 다리 / 灘下深潭潭下梁
수면에 바람이 불 제 낚싯줄 길게 드리운다 / 水風吹面釣絲長
푸른 도롱이 입고 비 맞으며 저녁에 돌아와 / 靑蓑帶雨歸來晩
스스로 송료 빚어서 손님에 맛 보라 권하누나 / 自醱松醪勸客嘗
위는 〈괴탄에서 낚시하다〔槐灘釣魚〕〉이다.
[주-D001] 송료(松醪) : 솔잎이나 솔뿌리를 넣고 빚은 탁주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하 (역) |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