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바위”는 ‘교묘한 수법으로 남을 속여 돈을 따는 노름의 하나’라고 설명합니다.
예전, 70년대 초반만 해도 유원지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어김없이 야바위꾼들이 있었습니다.
대개 사기잔 안에 구슬이나 주사위를 넣고 엎어놓은 세 개의 사기잔 중 어디에 구슬이 들어 있는지 맞히는 노름인데 즉석에서 돈을 걸면 잔을 뒤집어 승패를 가리는 수법인데 주변에는 바람잡이들이 있고 꾼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사람들을 교묘히 속여 돈을 가로챘고 어리숙한 사람들이 이런 야바위꾼에게 걸리면 하루 쓸 돈을 다 털리기 십상이었습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속임수로 돈을 따는 중국 노름의 하나'라고 소개돼 있고, 다른 뜻은 '협잡의 수단으로 그럴듯하게 꾸미는 일'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발음이 일본어 같아서 어원을 일본어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닌데,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일본어에서 유래된 것처럼 그럴싸하게 올려놓은 글들이 많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야바위’의 어원을 '불명'으로 밝혔기 때문에 일본어로 많이 보는 것 같은데 야바위의 어원은 바로 중국 노름의 하나인 '야바오(壓寶)'에서 온 것이 맞을 겁니다.
야바위는 ‘남을 속이기 위해 협잡의 수단으로 그럴듯하게 꾸미는 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오늘 이재명의 단식과 불체포 동의 부결 호소를 ‘야바위 정치’라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셀프 인질극’은 일단 비극으로 끝났다.
단식까지 하면서 체포동의안 가결을 막아보려 했지만, 지난 2월과 달리 이번엔 실패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영장실질심사에서 뒤집기를 노릴 수 있고, 거기서 또 밀려도 옥중 정치와 재판 투쟁이 가능하다.
그러는 사이에 집권 세력이 헛발질을 하면 정치 풍향은 금방 바뀐다. 이 대표는 스스로에 대해 더 나쁠 수 없는 인생의 밑바닥에서부터 기어올라 왔기 때문에 어지간한 일에는 눈도 깜빡하지 않는 겁 없는 사람,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지금까지는 통했다. 심각한 실정법 위반 혐의들은 물론, 말 바꾸기, 가족 간 욕설과 김부선 파문 등 어지간한 정치인이라면 그중 하나만으로도 매장됐겠지만, 이 대표는 여전히 개딸 등 강력한 지지층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일격을 맞았다.
의원들로부터 탄핵을 당한 셈이다. 단식은 감동을 주지 못했고, 당원도 국민도 더는 속지 않을 조짐을 보인다. 국민을 우습게 보고 혹세무민 재주를 뽐냈던 억지와 선동의 부메랑이다.
지난 6월 19일 이 대표는 국회 대표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 소환한다면 100번이라도 응하겠다.”
3개월 만에 180도 달라졌다. 표결을 하루 앞둔 20일 SNS에 이렇게 썼다. “윤석열 검찰이 표결을 강요한다면 당당히 표결해야 한다. 올가미가 잘못된 것이라면 피할 것이 아니라 부숴야 한다.” 불체포특권 수호 지령이다.
왜 그랬을까. 특권 포기 연설이 나올 당시엔 이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위협받고 있었다. 1차 체포동의안(2월 27일)은 가까스로 부결됐지만, 돈봉투 사건과 김남국 코인 사태까지 겹치면서 전면 쇄신 요구가 비등했었다. 임박한 이낙연 전 대표 귀국도 신경 쓰였다. 그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특단 카드였던 것이다.
여기까진 괜찮았는데, 검찰 수사가 예상보다 심각하게 흘러갔다. 측근들로 이뤄진 최후 방어선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눈에 띄게 흔들렸다. 영장실질심사에서 이길 자신이 없어졌다.
단식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문제는, 그런 방식이 통할 것이라는 인식이다. 이 대표는 수십 권의 심리학 서적을 읽으며 ‘사람의 마음’을 연구했다고 밝혔다. 기상천외한 출퇴근·병상 단식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을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다. 동해는 물론 태평양과 수산물을 핵물질로 오염시켜 인류를 도륙할 ‘제2 태평양전쟁’이라고 했다. 목포에서 가진 오염수 방류 규탄대회에서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 때문에 이 세상을 하직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국민항쟁”을 외치기 직전에 횟집에서 회식하는 도착적 행태도 보였다.
이 대표는 지난달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인동초 정신”을 거론하면서 “그 길을 따라 전진하겠다”고 했다. DJ는 어떤 경우에도 개인 비리를 방어하기 위해 당을 방탄용으로 활용하거나 단식을 한 적이 없다.
1992년 대선에서 평생의 라이벌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깨끗이 물러나 국민의 부름을 기다렸을 뿐, 온갖 편법을 동원해 출마하고 당권을 장악하고 당헌은 바꾸는 등의 일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죽이려 했던’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화해에 앞장섰으며, 일본과의 획기적 관계 개선도 이뤄냈다.
만약 DJ가 야당 대표라면, 대장동·백현동·성남FC·법카 사건 등과 연루된 이 대표를 출당시켰을 것이다. 그런데도 인동초 정신을 둘러대면 호남 민심을 잡을 수 있다고 보는 발상이 놀랍다. DJ도 호남도 모욕하는 일이다.
속임수 정치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도 뒤지지 않는다. 통계 조작,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4대강 보 해체,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이 불법과 편법을 총동원해 이뤄졌다.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서는 그런 짓을 저지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에이브러햄 링컨이 말한 대로, 소수를 오래 속이거나 다수를 잠시 속일 순 있어도, 다수를 계속 속일 수는 없다. 야바위 정치를 버리지 않으면 이 대표의 재기는 어렵다.>문화일보. 이용식 주필
출처 : 문화일보. 오피니언, 시론. 이재명 ‘야바위 정치’ 사필귀정
이재명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데는 저도 이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그의 언행 불일치를 보면서 저는 희대의 사기꾼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지자들이 많다는 것은 그를 믿는 사람도 많다는 얘기일 겁니다. 제가 ‘허경영 신도’라는 사람들 얘기를 종종 듣고 있는데 아마 ‘이재명 신도’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지지자들이 이재명을 지지하는 것은 그들의 일이지만 이런 언행불일치의 인간을 국정의 책임자로 앉히는 일은 나라를 말아먹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래서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이 필요한 세상일 겁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