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2~13.
삶의 새로운 경험.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친구따라 강남... 은 아니고, "대삼치낚시"에 따라가다.
옛부터 우리집은 불도가 강한 불자의 집이라 당연 살생 금지로
낚시할 이유가 1도 없었다. 지금 이 나이 먹을때까지...
오죽하면~ 예전에 한참 스쿠바 할 때에도
멍게,해삼 등~ 잡은 것을 한번도 집에 갔다드린 적이 없었다.
머러케일까 너무 겁이 나서....ㅎㅎ
그랬던 나인데...
오늘 얼마나 설레고 떨리고 궁금하겠는가?
토요일 아침엔 유유자적 식구들과 삼필봉 산행하며 즐거움 나누고,
오후엔 하산주 술에 째려 필살적으로 도망 나와서...
친구 따라 구룡포로 넘어간다.
산꾼이 낚시따라 가는게 뭐 자랑이라고 주변에 말도 안하고
조용히 따라갔다.
나 혼자 가는 줄 알았는데 친구의 친구도 같이 간다고 하네~
처음보는 친구의 친구. 당연히 낯설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수컷끼리 가지게 되는 서먹서먹하고 멋쩍은 분위기는
산을 비롯한 취미 얘기를 나누고, 소주를 더하니~ 금세 해결된다.
동물과 다른 인간의 특징,
이렇게 대화를 나누며 친해질 수 있다는거에 대해 참으로 고마운 생각이 들더라~
소주 한병에 까치복어탕. 저녁으로 간단히 먹고,
숙소, 모텔에 회 포장해 와서
빤스한장 달랑 입은체 소주 한잔 던지며 남자들만의 세계로 빠져본다.
캬아... 이게 인생이다.
삶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
대화의 범위와 내용이 참으로 다양하고 스펙타클하다.
산에서부터 수영, 야구, 스쿠버 등의 스포츠부터 정치, 가치관 등등
삶의 여러 모습까지...
그래서 여러 모습의 삶을 경험하며 살아야할 필요가 있는거 아니겠나?
밤은 깊어가고...
내일을 위해 누웠는데 잠은 안오고 미치겠다.
몸은 미칠듯 피곤한데 잠을 못이루니~ 고통스럽다.
예민한 성격은 내겐 큰 "트라우마"다.
결국 이른 아침까지~ 옳게 깊은 잠을 못 이룬체 꼬무작거렸네.
새벽 4시에 힘겹게 일어난다.
새로운 경험을 위해선 알쥐? 제대로 느껴보자.
생생히 기록해본다.
아침이 밝았다. 깜깜한 바다만 보인다.
양포항 도착, 낚시대 빌리고, 미끼 구입해 배에 오른다.
22인승 배에 18명의 낚시꾼이 탔다. (평소 보통 10명 정도 탄다고 한다)
많이 태운 이유로 사람들의 간격이 조금 좁았다.
낚시방법 등 기초 설명을 들으며, 저 검붉은 바다로 나아간다.
캬아~ 해가 막 떠오르려 하는 장엄한 순간.
살아있음에 뿌듯한 고마움을 느끼며...
20분을 달려가 세워주면 그때부터 낚시를 할 수 있다.
내가 뭘 할줄 알겠는가~
별 기대없이 낚시질 시늉을 한다.
쉬워보여도 던지고 릴을 감아돌려 당기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물론 자꾸 반복하다보니 조금은 되는데
아직 영 어설프다. ㅠㅠ
옴마야?
뭔가 묵직한게 묘~ 하다. 막 밑에서 끌어당기듯 안땡겨지네.
챔질하고(당기고) 감고.. 땡겨놓고 감아내고...계속 무한 반복을 해야한다.
근데 감겨져야 감지, 뻑뻑히 안 감기네?
뭐가 걸렸나?
아니다.
챔질을 잘 못해서 낚시줄이 엉켜서 릴이 안돌아갈뿐이다.
그렇게 낚시와 관련한 기초 테크닉들을 익혀간다.
던지고~ 모쭐한 메탈 찌무게로 깊숙이 미끼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챔질, 당기고~ 기다렸다가 다 내려갔다 싶으면 낚싯대를 확 댕겨놓고,
감고~ 그 느슨한 사이에서 릴을 돌려 감아 당기고~
당기고 감고를 계속 반복.
바닥에서 수면으로 미끼가 올라오는 그 와중에 삼치가 밥인줄 알고 확 물고, 그걸 우리가 낚는다.
[요게 한 싸이클]
지겹도록 이 싸이클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이게 뭐 좋다고~ 쯧쯧.
오늘은 평소보다 잘 안잡힌다고 다들 불평들이 터져나와
자리를 옳기고, 또 옮겼는데...
어?
또 릴이 제대로 안감긴다. 당겨보니 너무 무거버서~ 줄이 터질 것같다.
낚시줄이 걸렸나 보니 그건 아닌거 같고 뭔가 문거같다.
순간 묘한게 미치겠네
"우짜노 줄이 잘 안당겨지는데" 카며 물어보니
계속 그렇게 하란다. 끝, 그게 끝이다.
-_-';
결국 죽으라 땡기고, 감고해서 올려보니 뭔가 바다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때 옆에 친구가 더 큰소리로 반긴다.
씨알이 크다며 중삼치라고~
대박~!
어름한 놈이 사건 친다꼬... 중자 45센치 삼치하나 건져올린다.
내 삶에 첫 획득한 인생고기.
있지? 고기를 잡아도 문제다... 워쩔줄 몰라서~
펄떡대는 삼치 바라보며 버벅대고 있으니
옆에 친구가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와서 완벽하게 처리(?) 해준다.ㅎㅎ
그렇게 초반 기세 한번 올려주고,
그 다음은 여유를 가지고 띄엄띄엄 잡아낸다. 스스로 대견해 하면서~!
대단하지 않나? 처음인데~ ㅎㅎ
근데...이게 참 할짓이 못된다.
손맛도 소문과 달리 별거 없고, 그저 힘만들고 그랬다.
낚시랑 나랑은 원래 안맞는 관계였나보다.
실실 사진이나 찍고 놀며, 대강대강 보냈는데
남들은 눈 뻘거이~ 집중에 집중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데도 우째 한마리를 못잡네?
억시로 대조적 모습을 보니 괜히 미안터라.ㅋㅋ
꾸벅꾸벅~ 몸이 피곤함을 알려준다. 자꾸 잠이 쏟아지며 힘들어지는데..
계속 잠을 못자서 생긴 피곤증 같다 .
낚시도 체력이 많이 필요한 스포츠임을 깨닫는다.ㅎ
그렇게 놀다~ 메탈미끼가 끊겨서 공갈 메탈미끼를 다시 갈고
선장이 귀찮은듯 갈아준다. 다 돈이다. ㅎㅎ
이제는 정신차려 잡아봐야지 각오하며~ 쑥 던져 내려놓으니...
깊은가?
찌가 밑으로 하염없이 내려간다.
수심 50미터.(낚시줄 풀리는 시간이 대략 60초)
챔질하며(당겼다) 감고, 당겼다 감고 하는데...
어? 거의 반틈이상 다 당겼나 싶은데
그때, 뭔가 큰물체가 갑자기 등장, 엄청난 힘으로 줄을 땡기기 시작하네.
새로운 줄다리기 선수 등장.
지금껏 강도와는 쨉이 안되는 강력한 뭔가의 남다른 포스다.
낚싯대가 90도로 확 꺾여 휘어버린다.
옴마야~ 얘는 도저히 내가 버텨낼 게 아니다. ㅠㅠ
야야, 야야 친구~!
바로 친구를 불러 낚싯대 자체를 넘겨 버린다.
내 목소리가 하도 커서 다들 나만보는데 바보가 된 기분이다.
이 맛(건져올리는 그 손맛)에 낚시를 한다지만 내겐 괴로움이다.
물론 친구도 내가 겪어보라고 양보하려다 워낙 심각해보여
받기는 했는데 역시 버거워 하네!
내 힘으로 잘 안 땡겨지는데 제아무리 전문가라도 쉽게 땡겨지겠냐 말이다.
우여곡절 겪어가며 한참을 땡겨보니...
얼핏 참치같다. 우와아~ ㅎㅎ
선장님 뜰채까지 동원해 힘겹게 건져내 보니 ~ 크다고 난리났다
근데, 에이... 대방어란다.
노랗고 하얗게 생긴 줄무늬가 있는게 하두 커서 난 진짜 참치인줄 알았다.
인생낚시 첫술에 운좋게 대박~!
이기 어데고? ㅎㅎ
보트낚시는 계속 포인트를 옮겨가며 6시부터 11시반까지 약 5시간 동안을
대략 2~30분 간격으로 머물다 계속 옮겨 다닌다.
그 사이에 많이 잡는 사람은 50마리. 적게 잡는 사람은 0마리.
천차만별이다.
나는 과연 몇마리를 잡았을까나?
쨔잔? 안 가르쳐주지, 결과가 뭐 중요해.
태어나 처음 경험한 낚시에서 무려 7마리나 잡았다는거 아냐~!
( 대방어 포함 총 7마리.)
이 모든건 비밀이다.
우리 어무이 알면 난리난다는 거~!
나는 절대 안했는기다. 그래... 난 기냥 구경만 했는기다.
딱 버텨야 산다.
이게 완전 참치지, 대방어라고 생각하겠나? ㅋㅋ
이건 중삼치~ (최소 50센티는 넘겨야 대삼치라 한다)
여기서 미끼와 낚싯대를 빌린다.
새벽에 떠나는 배 옆모습 낭만적이다.
하늘의 구름이 예술이다. ㅎㅎ
배타러 쿨러들고 들어가는길
요게 7천원짜리 메탈 미끼이다. 모쭐한게 내려가서 올릴때 삼치가 먹이로 보고 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