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시기 전례
예수 성탄은 예수 부활에 버금가는 대축일이기에 부활 때와 마찬가지로 8일 동안 성대하게 성탄을 경축하는 8일 축제를 지냅니다. 그뿐 아니라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심을 기념하는 주님 세례 축일까지 성탄시기로 지내면서 하느님께서 인류 구원을 위해 사람이 되신 신비를 묵상합니다.
◇ 성탄 대축일 : 성탄 대축일에는 밤 미사와 새벽 미사, 낮 미사, 이렇게 세 번 미사를 드립니다. 각 미사마다 고유한 기도 양식이 있습니다. 이것은 교황이 성탄 미사를 드리던 풍습에서 유래합니다.
교황은 원래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성탄 대축일 낮 미사 한 번만 거행했습니다. 그러다가 5세기에 로마 시내 성 마리아 대성전에 베들레헴 성탄 동굴 모양의 경당이 세워지면서 교황은 성 마리아 대성전에서 밤 미사를 봉헌하기 시작했습니다. 구유에 아기 예수를 안치하는 구유 예절은 밤 미사 전에 합니다.
또 로마 시내에는 성녀 아나스타시아에게 봉헌된 성당이 있었는데 12월 25일이 이 성녀 축일이어서 교황은 성 마리아 대성전에서 밤 미사를 거행한 후 아나스타시아 성당으로 가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이 미사가 성탄 새벽 미사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 성탄 8일 축제 : 성탄을 8일 축제로 지낸다는 것은 구세주 성탄의 기쁨과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기간에는 대축일과 축일만 허용되는데 주요한 축일로는 첫 순교자인 성 스테파노 축일(12월 26일), 사도이자 복음사가인 성 요한 축일(12월 27일), 아기 예수를 찾지 못한 헤로데가 베들레헴의 아기들을 모조리 살해한 것을 기념하는 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 축일(12월 28일)이 있습니다. 또 성탄8일 축제 기간에 주일이 오면 그날을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로 지냅니다(올해는 12월 31일). 성탄 8일 축제는 1월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끝납니다.
◇ 주님 공현 대축일 : 주님 공현 대축일은 동방의 세 왕(또는 박사: 발타살, 가스발, 멜키올)이 구세주로 탄생한 아기 예수를 찾아 경배한 것을 기념하는 축일로 1월 6일에 지냅니다.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1월 2일과 8일 사이의 주일에 지냅니다. 2024년은 1월 7일) 이로써 예수님이 참된 왕이심이 공적으로 드러나게 됐다는 의미에서 공현 대축일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1월 6일은 원래 동방 교회(서방 교회, 즉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갈라져 나간 동방의 교회들)의 성탄 대축일이었습니다. 이것은 율리우스력을 따른 로마와는 달리 이집트와 아라비아 등지에서는 1월 6일을 동지로 지낸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 주님 세례 축일 : 예수님께서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심을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세례 때에 하늘로부터 음성이 들려오고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오셨다는 점에서 주님 세례 축일은 주님 공현 대축일과 마찬가지로 예수님의 메시아이심을 드러내는 축일입니다.
이 축일로 성탄 시기가 끝이 나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는 예수님의 공적 활동을 일상 생활에서 되새기며 실천하는 연중 시기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이날 저녁 미사를 마치면 성탄 구유를 치웁니다.
주님 세례 축일은 주님 공현 대축일 다음 주일에 지내지만 주님 공현 대축일이 1월 7일이나 8일인 경우에는 바로 그 다음 날(월요일)에 지냅니다. (2024년은 1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