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는 휘게로 유명하다. 휘게는 편안하고 아늑한 상태를 추구하는 덴마크의 라이프스타일이다. 휘게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덴마크의 행복 요소라고 전해지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한국인들이 덴마크의 휘게에 관심이 많다. 하도 경쟁속에 치이다 보니 덴마크의 편안하고 안락한 상황에 마음이 이끌렸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지 않은 나라 가운데 한 곳인 한국인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덴마크의 휘게에 마음이 쏠리는 것은 아마도 당연한 일이라고 판단된다.
덴마크는 겨울이 긴 나라가운데 하나이다. 북유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그렇다. 겨울이 길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가정에서 긴 시간을 보내다 보니 가족끼리 유대관계가 돈독하지 못하면 견디기 어렵다. 그래서 덴마크 사람들은 가족애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세계에서 양초의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가 바로 덴마크이다. 가정에서 뭔가 색다르고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데는 양초만한 것이 없다. 뭔가 따뜻하고 포근한 그런 느낌을 주지 않는가.
하지만 단순히 덴마크가 겨울이 길어서 가정적인 면이 강조되는 것은 아니다. 가정은 사회생활의 기본이요 시발점이다라고 덴마크인들은 판단한다. 가정에서 배운 지식이야 말로 산교육이라고 느낀다. 덴마크인들은 자식들에게 요리하는 법을 제대로 가르친다고 한다. 가족끼리 같이 요리를 만들고 그것을 즐기고 뒷설거지도 같이 처리한다고 한다. 아버지부터 막내까지 모두 힘을 보태니 일도 빨리 끝날 것이요 가족끼리 유대감도 더욱 깊어지지 않겠는가.
덴마크인들의 이런 가정적인 성향과 그로 인한 휘게는 덴마크인들의 삶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덴마크에서는 혼자만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행복을 방해하면 안된다고 교육 받는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을 짓밟는 그런 극한 이기주의적인 경쟁국가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다. 타인은 불행하고 자신만 행복하면 그것이 무엇인가라는 뜻을 어릴 때부터 교육받는다. 이웃이 가난하고 불행한데 그 속에 혼자만 유독 행복하고 부유한 것이 참다운 행복인가하는 의미를 마음속 깊이 새긴다는 뜻이다. 남과 경쟁에서 이겨야만 생존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약간의 탈법과 불법의 동원도 필요악이라고 교육받는 나라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다.
덴마크는 세금이 많기로 유명하다. 수입의 거의 30~40% 정도를 세금으로 낸다. 하지만 세금에 대한 불복종적인 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일부 과다세금에 대한 불만족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덴마크 국민들은 세금을 충실히 납부한다. 그 세금이 공동체를 윤택하고 하고 이웃의 불행을 막을 수 있고 함께 건전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탈세를 할 것인가 온갖 궁리를 하는 나라 사람들과는 근본이 다른 것이다.
덴마크의 휘게속에는 편안한 공간이 중요하다. 가정도 그렇고 이웃도 그렇다. 그렇지만 오로지 나만의 집속에 함몰되지 않는다.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속에 좋아하는 이웃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휘게의 중요한 부분이다. 결코 요란스럽지 않고 돋보이지도 않는 상황속에 친한 이웃끼리 편안한 시간을 공유하는 것도 무엇보다 귀중한 요소이다. 나혼자 홀로 유유자적하겠다고, 혼자 즐기겠다며 가족도 뒤로 한채 산속으로 산중으로 떠나는 이른바 나는 자연인을 동경하는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덴마크의 휘게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덴마크의 내부사정은 외부에서 보듯이 그다지 평등하지만은 않다. 소득배분은 매우 평등하지만 자산 보유를 볼 때 상위 20%가 전체 부의 99%를 차지하고 있어 빈부 격차가 큰 국가중 한 곳이다.
덴마크도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하고 수출 등으로 먹고 사는 나라이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에 기반을 둔 혼합 경제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북유럽에 있어 비교적 추운 지역이다. 그래서 강인하게 자라야 한다. 경쟁도 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만을 생각하고 나만 홀로 성공하기를 바라지를 않는다. 바로 건전한 가정과 건강한 이웃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같은 경쟁을 하지만 나만 잘먹고 잘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극한 이기주의적 가정과 사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다. 덴마크의 휘게를 동경만 할 것이 아니고 한국 사회도 이웃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해야 할 때이다. 나만 생각하고 내 가족만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와 사회에 덴마크식 휘게는 절대 공존할 수 없다. 영원히 그렇다.
2023년 12월 2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