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을 조금 사야 되지 않겠나?”
“반찬 다 드셔 가나요?”
“아, 안 사도 됩니다. 냉장고에 다른 반찬하고 형수가 준 깍두기가 남았습니다.”
“깍두기요? 형수님이요?”
“응. 시장에 국밥집에 형수.”
“깍두기를 주셨어요?”
“응. 나 먹으라고 주시더라고.”
“감사하네요. 자주 사 먹으러 가야겠어요.”
“응. 그래야지.”
월평빌라가 있는 남상면은 거창읍과 차로 10분 남짓한 거리에 있다.
자전거를 타는 이민철 씨가 월평빌라에서 거창읍을 오가려면 대략 20분,
왕복 40~5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것도 꽤 가까운 거리이기는 하지만, 자전거이고 시골이다 보니
날씨나 시간 등 외출하려면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이민철 씨가 읍으로 이사하고 얻은 유익 중 하나는 좋아하는 단골 식당이
걸어가기에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낮이든 밤이든, 비가 오고 눈이 와도, 냉장고에 내키는 반찬이 없을 때,
식사 준비가 귀찮을 때, 설거지하고 싶지 않을 때면 언제든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이민철 씨가 이사 가고 읍에 살며 식당에 가는 날이 많다. 한식을 좋아하는 이민철 씨이기에 국밥집에 가는 날이 많은데, 갈 때마다 이민철 씨를 친절히 잘 대해주시는 것 같다. 가끔 외상도 봐주시고. 추석 인사 전할 때 처음 사장님을 뵀다. 이민철 씨와 정답게 인사 나누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추석이 지나고 오늘 처음 이민철 씨가 국밥집에 갔었나보다. 사장님은 그때 고마웠다며 이민철 씨에게 따뜻하고 맛있는 국밥 한 그릇을 내주셨다고 한다. 소식 전하는 이민철 씨 목소리에서 왠지 모를 뿌듯함과 기쁨이 느껴졌다. 아마 오늘 있었던 일을 자랑하고 싶어 전화한 걸지도 모르겠다. 밥을 먹고 돌아가는 이민철 씨 배가 평소보다 더 든든하겠다. 「이민철, 주거 지원 23-16, 국밥 한 그릇(2023. 10. 14., 박효진 기록)」 발췌
이번에도 선물 받은 깍두기를 자랑하고 싶어 반찬 이야기를 꺼낸 걸지도 모르겠다.
국밥 한 그릇에 이어 깍두기 한 통. 발전이라면 발전이랄까.
이민철 씨는 여전히 자신의 동네에서 이웃들과 잘 살고 있다.
2024년 5월 3일 금요일, 박효진
그러네요.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와 읽으니 은은한 이민철 씨 자랑이 묻어나는 듯합니다. 손님이라는 이유만으로 반찬을 주지는 않을텐데, 오가며 인사 나누고, 이런저런 소식도 주고받으며 지내는 단골이니 가능한 일이겠지요? 사람살이에 시선을 두고 귀히 여겨 기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정진호
동화처럼 사시네요. 단골 국밥집에서 깍두기를 주셨다니, 자취하는 민철 씨 형편을 아시고 주신 거겠죠. 감사합니다. 월평
이민철, 주거 지원 24-1, 혼자여도
이민철, 주거 지원 24-2, 태어나 처음
이민철, 주거 지원 24-3, 거창, 나의 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