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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광산기업,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니켈에 주목
◦ 전기차 배터리 원료인 니켈 생산에 박차 가해
- 최근 전기차 배터리와 완성차의 국내 통합 생산을 통해 세계적인 전기차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미래 비전을 선포한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인 니켈 제련 산업 투자 유치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9월 27일 인도네시아 중부 술라웨이(Central Sulawesi)주의 모로왈리 산업단지(IMIP, Indonesia Morowali Industrial Park)에 조성될 니켈 라테라이트 습식 제련소(hydrometallurgical nickel laterite) 기공식이 열렸다.
- 해당 사업에는 인도네시아 광산기업 QMB(PT QMB New Energy Materials)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인 한화(Hanwha), 중국 기업 칭샨(Tsinshan), GEM,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Co Limited) 등이 참여하며, 니켈 기반 배터리 재료 원료 중 하나인 니켈 망간 코발트 산화물(nickel manganese cobalt oxide)의 인도네시아 국내 생산을 목표로 한다. 사업 참여 기업들은 7억 달러(한화 약 9,800억 원)를 투자하여 니켈과 황산코발트(cobalt sulfate)를 제련·생산하게 된다.
- 루훗 빈사르 판자이탄(Luhut Binsar Pandjaitan) 인도네시아 해양투자조정부 장관은 제련소 건설이 끝나면 연간 5만 톤의 순정 니켈(pure nickel)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의 2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니켈 매장국이며, 니켈은 리튬 배터리 기본 재료의 40%를 차지하는 전략 광물이다.
◦ 술라웨시섬 니켈 광산에 투자 쇄도
-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니켈에 주목한 해외 광산기업들의 투자가 쇄도하고 있다. 9월 14일 브라질 광산기업 발레(Vale)의 인도네시아 법인은 중국 광산기업 저장 화여우 코발트(Zhejiang Huayou Cobalt) 및 미국 완성차 제조사 포드(Ford Motor) 등과 함께 86억 달러(한화 약 12조 원)를 들여 인도네시아 술라웨시(Sulawesi)섬의 소로와코(Sorowako) 광산에서 니켈 제련소 3곳을 짓기로 합의했다.
- 발레가 이번에 술라웨시섬에 건설하게 될 제련소 중 약 18억 달러(약 2조 5,400억 원) 규모의 니켈 제련소에서는 고압산침출법(HPAL, high pressure acid leaching)을 사용한 니켈 추출이 이뤄지게 되며,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중간재인 혼합 수산화물 침전물(MHP, mixed hydroxide precipitate) 니켈이 연간 6만 톤 생산 가능해진다. 발레 인도네시아 법인은 HPAL 제련소 건설을 2023년에 시작해 2026년까지 마무리짓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한편, 발레는 2022년 4월에도 인도네시아 남부 술라웨시주 포말라(Pomalaa)에 45억 달러(한화 약 6조 3,500억 원)를 들여 2025년까지 니켈 제련소를 건설하기로 하면서, 연간 12만 톤의 혼합 수산화물 침전물 니켈 생산 능력을 추가 확보하기로 한 바 있다.
☐ 높은 탄소배출량과 환경오염 문제 해결과제로 남아
◦ 니켈 가공할 때 석탄 의존 높아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 무의미
- 세계 광산기업들의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투자라는 연이은 희소식에도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 산업이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 남아있다. 8월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Jakarta)에서 개막한 니켈 정상회의(Nickel Summit 2022)에서 회의 참석자들은 인도네시아의 니켈 가공산업이 여전히 탄소 집약적(carbon-intensive)이라 탄소배출량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 국제 법무법인인 노튼 로즈 풀브라이트(Norton Rose Fulbright) 소속 변호사 앤드류 디게스(Andrew Digges)는 “인도네시아가 화력발전에 의존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탓에 니켈 가공 공정에 들어가는 전력 kwh당 탄소배출량이 높고, 2030년이면 인도네시아가 캐나다보다 kwh당 8~9배나 많은 탄소를 배출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도네시아의 니켈 집산지인 술라웨시와 할마헤라(Halmahera)섬에서 니켈 공정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현지에 다량 매장된 석탄을 통해 생산된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산 니켈로 만들어진 배터리로 전기차를 만들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공정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까지 발생
- 인도네시아에 매장된 니켈 원석 자체도 공정 과정에서 다량의 탄소를 배출한다는 주장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니켈 원석인 라테라이트 광석(laterite ore)을 전기차 배터리급 니켈인 클래스1(Class 1)로 가공하려면 캐나다·러시아·호주산 황화물 광석(sulfide ore)보다 더 많은 공정을 거쳐야 한다.
- 특히, 인도네시아가 고압산침출법(HPAL)을 통한 니켈 추출에 나서고 있는데, HPAL을 통해 니켈을 추출하면 탄소가 다량 배출될 뿐만 아니라 환경에 유해한 폐기물까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는 게 앤드류 디게스의 설명이다. 또 다른 니켈 전문가인 스티븐 브라운(Steven Brown)은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인근 지역의 산림 벌채가 심각한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고, 니켈 채광 과정에서 발생한 독성 침전물이 해안으로 유입되어 해양 생태계까지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 앤드류 디게스는 중국 광산기업 칭샨이 인도네시아 모로왈리 산업단지에서 계획하고 있는 니켈 선철(NPI, nickel pig iron)의 니켈매트(nickel matte) 변환 공정도 ‘에너지 집약도가 매우 높은 공정’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라테라이트에서 추출되는 니켈 선철은 스테인리스스틸(stainless steel) 제조에 쓰이는 원재료이기도 하다. 2021년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황화물 광석에서 니켈 1톤을 추출하면 이산화탄소가 약 10톤 발생하는 데, 같은 양의 니켈을 라테라이트 광석에서 HPAL 공법으로 얻어내면 이산화탄소가 약 20톤 발생하고, 니켈매트 변환 공정 사용 시에는 이산화탄소가 무려 약 60톤이나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한편, 황화물 광석이 현재 세계적으로 고갈되고 있어 인도네시아산 라테라이트 광석이 미래 전기차 배터리 원료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 감수 :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The Jakarta Post, Luhut launches integrated EV battery plant in Morowali, 2022.09.27.
Brookings, Indonesia’s electric vehicle batteries dream has a dirty nickel problem, 2022.09.21.
Nikkei Asia, Vale Indonesia embarks on $8.6bn nickel projects with Chinese firms, 2022.09.14.
Nikkei Asia, Indonesia's high-carbon nickel key challenge in global EV uptake, 2022.08.25.
Le Monde, Forte de ses réserves en nickel, l’Indonésie parie sur l’industrie de la voiture électrique, 2022.08.11.
[관련 정보]
1. 인도네시아, 모로왈리 니켈 제련 산업단지 기공식 거행 (2022.09.29)
2. 인도네시아 광산기업, 대만 테크기업 폭스콘과 전기차 연관 산업에 공동 투자 (2022.09.27)
3. 인도네시아, 브라질 광산기업으로부터 니켈 제련소 투자 약속받아 (2022.09.16)
4.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 산업의 높은 탄소배출 문제 지적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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