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도 굵었던 한 주간의 대학농구 하반기 일정이 드디어 마무리 되었다. 코로나 시대 이후 본격 유관중으로 시작한 첫 시즌. 아쉬움도 즐거움도 기대감도 많이 남았던 시즌. 마지막 경기, 왕좌를 탈환하기 위해 7년만에 통합 챔피언에 도전하는 고려대와 플레이오프에서 초록색 돌풍을 일으키며 U리그 참가 첫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건국대와의 경기. 과연 승자는 누가 되었을까?
고려대학교 74 : 63 건국대학교
고려대
문정현 20득점 16리바운드 4어시스트
김태완 17득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 3스틸
이두원 13득점 8리바운드
김태훈 4득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
김도은 7득점 1스틸
건국대
조환희 24득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
프레디 13득점 17리바운드 1스틸 2블록슛
최승빈 11득점 2리바운드 4어시스트
백지웅 6득점 3점슛 2개 6리바운드 2어시스트
박상우 9득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
'안암골 호랑이' 고려대가 7년만에 통합 챔피언의 자리를 되찾으며 2022년 대학농구 가장 높은 자리에 우뚝 섰다. 건국대는 8강 전부터 이어져 온 조환희 - 백지웅 - 박상우 - 최승빈 - 프레디 베스트 5를 가동한 가운데 고려대는 그간 경기를 뛰지 않은 최성현을 스타팅 라인업에 넣으며 변화를 주었다. 큰 경기라는 부담감 때문일까? 양팀은 점프볼 이후 초반 서로 실책을 연발하며 답답한 공격을 보였다. 고려대나 건국대 모두 외곽이 풀리지 않았고, 건국대의 자랑인 프레디의 보드 장악력은 이두원의 치열한 박스아웃에 견제 당했다. 건국대와 고려대에서 공격의 숨통을 풀어준 것은 의외의 선수들이었는 건국대는 박상우가 고려대는 여준형이 각각 돌파와 투지있는 골밑 분투로 득점을 만들었다.
건국대는 수비에서 이두원에게는 최승빈을 문정현에게는 사이즈로 더 압박을 할 수 있는 프레디를 붙이는 변칙 수비 작전에 고려대가 전문 3점 슈터가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3점 라인에 너무 붙기 보다는 한발짝 떨어진 셰깅 디펜스를 선보였다. 고려대에게 돌파 득점을 최대한 적게 내주고 리바운드를 사수하겠다는 이 전략은 전반에 문정현이 외곽과 퍼러머티 슈팅에서 부진하며 어느정도 먹혀갔다. 다소 빡빡하게 흘러가던 경기는 오랜만에 경기에 투입되어 감을 찾지 못하던 최성현이 건국대 수비 빈틈을 노린 극적인 버저비터를 성공시키며 점수차를 1점차로 좁히며 1쿼터 15대 14 건국대의 1점차로 앞서며 마무리 되었다.
2쿼터는 긴장이 풀린 것인지 서로 장군 멍군이 이어졌다. 고려대는 문정현이 외곽 대신 스텝과 빠른 트렌지션 게임에서 득점을 올리며 공격의 물꼬를 텄고. 건국대는 조환희가 빠른 발을 이용한 돌파로 연속해서 득점을 만들어가며 따라갔다. 고려대는 문정현의 뒤를 이어 김도은과 김태완이 속공과 날카로운 돌파로 득점을 쌓았고, 건국대는 최승빈이 퍼러미터 점퍼를 성공시키고, 박상우의 묵직한 돌파 후 레이업이 성공을 시켰고 고려대의 타이트한 수비에 영점 조준이 영 되지 않던 백지웅도 3점을 터뜨렸다.
2쿼터 말미 각 팀의 돌격대장의 쇼타임이 돋보였는데 조환희가 이두원의 키를 넘는 멋진 플로터를 성공시키더니 김태완이 곧바로 백지웅와 최승빈 수비 두명을 뿌리치는 멋진 드라이브 인을 선보였다. 챔프전 답게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며 2쿼터 역시 1점차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3쿼터는 초반 건국대가 분위기를 이끌었다. 프레디가 다시 힘을 내면서 건국대 동료들이 만들어준 찬스를 놓치지 않았고, 리바운드에서도 힘을 냈다. 또 조환희가 여전히 득점에서 불을 뿜으며 한때 5점차 까지 도망가기도 했다. 하지만 고려대에는 에이스 문정현이 여전히 버티고 있었으니 건국대의 실책을 놓치지 않고 속공으로 연결시켰고, 전담 마크인 프레디를 속이고 골밑에서 득점을 만들어내며 따라갔다. 긴급하게 투입된 박무빈도 수비를 해집어 놓았다.
팽팽하던 승부는 3쿼터 후반 최대의 변수를 맞이하고 마는데 문정현이 이른 시간에 파울트러블에 걸려버린 것이었다. 3쿼터 초반 이미 3파울로 조심조심 경기를 치루며 프레디에게 골밑을 내주고 있던 차에 오펜스 파울을 범하면서 코트에서 잠시 떠나게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건국대는 이 찬스를 십분 활용하지 못했는데 문정현의 대신 투입된 여준형과 신주영이 맡던 프레디 쪽에 제대로 볼을 공급하지 못하며 프레디 쪽의 빈틈을 살리지 못했고, 고려대는 전방 압박 수비를 내세워서 건국대를 흔들었고, 건국대가 오히려 어우선한 틈을 놓치지 않고 동점에 성공하며 4쿼터를 마무리 짔는다
동점과 역전을 성공시킨 것도 이날 숨은 공신이었던 김태완이었다. 건국대의 팀 파울 상황을 고려하여 빠른 트렌지션 후 유로스텝 돌파가 통하면서 앤드원을 얻어냈다. 운명의 4쿼터가 시작되고 건국대는 박상우가 만들어준 기가막힌 찬스를 조환희가 앤드원으로 연결시키며 기분좋게 시작했다. 고려대는 이두원이 다시 골밑에서 힘을 내며 득점을 올렸고, 김태훈이 칼 같은 스틸로 속공 득점에 성공하며 계속 원포지션 차의 게임이 이어졌다.
건국대는 잠잠했던 백지웅이 역시 박상우가 몸을 아끼지 않으며 얻어낸 공격 리바운드를 3점으로 연결시켰다. 승리로 이어지진 못했으나 건국대 박상우의 이날 투혼과 소금 같은 활약은 눈부셨다.
하지만 건국대의 추격은 여기까지 였다. 베스트 5를 받혀줄 백업이 부족한 탓인지 수비에서는 계속해서 고려대에게 공격리바운드를 헌납하였고, 공격에서도 박상우가 프레디에게 만들어준 기가막힌 이지슛 골밑 찬스를 놓치고 와이드 오픈 찬스에서는 박상우가 3점을 빗나가면서 마지막 추격의 동력을 잃었다.
이후 건국대는 배성재의 두번의 오픈 찬스 3점도 빗나갔고 고려대는 김태완이 쐐기를 밖는 스탑 점퍼 뱅크슛을 성공시켰고 이후 이두원이 스틸 이후 나온 찬스에서 멋진 덩크슛을 그리고 또 김태완이 오픈 3점슛으로 경기를 11점차로 벌리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건국대는 조환희가 뒤늦게 3점을 성공시켰으나 시간과 체력이 모두 부족하였다.
챔프전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양팀 모두 치열한 승부로 보답하였다. 건국대는 프레디가 최선을 다했으나 8강, 4강과 달리 강력한 박스아웃으로 견제를 한 이두원의 존재 때문에 그간 보여주었던 압도적인 보드 장악력을 선보이지 못했고, 잘 터졌던 외곽 슛도 부진하였다. 오픈 찬스에서 한두개만 더 들어갔어도 경기는 몰랐을 것이다. 그래도 조환희가 고려대의 타이트한 수비를 뚫고 25득점을 올리며 선전했고 박상우도 수치에 드러나지 않는 소금같은 활약을 선보인게 위안이었다.
고려대는 문정현이 여전히 잘해준 가운데, 문정현의 파울트러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3학년 가드 김태완이 멋진 활약을 선보이면서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간 집중력에서 좀 흔들린다는 평가를 받던 김태완이었는데 이날 만큼은 결단력있는 활약이 눈부셨다. 이두원과 김태훈 그리고 여준형도 제각각 포지션에서 제몫을 다하였다.
어제의 대학농구
여자부에서는 치열한 접전끝에 단국대가 광주대를 74대 72로 뿌리치고 U리그 참가 이후 첫 우승에 성공하였다. 시즌 중 지도자로 부임한 백지은 감독은 성공적인 감독 첫 시즌을 보내게 되었다.
글을 마치며
짧은 기간이었지만 언젠간 해보고 싶었던 데일리(아닌 데일리...) 리뷰 글을 마무리 짔습니다. 이제 대학농구 4학년 선수들에게는 가장 큰 관문인 드래프트가 남았는데 많은 선수들이 프로행으로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글 잘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추석 이후에는 대학농구 결산과 드래프트 프리뷰로 돌아오겠습니다. 모두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첫댓글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건대 프레디 선수 기량에 대해 궁금합니다~
대학농구에서는 분명 상위권 빅맨인데 프로에서는 얼마나 먹힐지 모르겠네요. 일단 자유투를 끌어올려야 하고 2대2도 늘려야합니다
경기를 다시 본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늘 애정어리면서도 날카로운 분석 감사합니다.
요즘 대학 농구를 겉으로만 잠깐 보면 실력이 떨어지는 것 같지만
사실 전보다 수비가 강해졌다고 봅니다.
대학 농구는 대체로 공격력이 들쭉 날쭉하고 견고하지 못하기에
막농구 한다고 생각이 들게 하는 순간들이 있지만
잘 보면 고려대를 비롯하여 팀마다 수비력이 사실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번 플옵은 각 팀마다 수비 전술과 그걸 깨뜨리려는 공격 변화가 보여서 재밌었네요. 결국 빡빡할때 에이스가 얼마나 해주냐에 따라서 향방이 많이 갈렸다 봅니다
농덕후라면 대농도 좋아해야죠
건대의 끈질김도 인정하지만 역시 체력이 ㅠ
프레디가 막판에 점프가 안되더라고요... 움짤도 있었지만 거의 떠먹여준 패스도 체력이 부족해서 골대 팅을 ㅜㅠ
킹콩마스터님은 프로농구만 전문가이신 줄 알았는데 아마농구에 대한 식견도 훌륭하시네요. 결승전을 다시 본 듯한 멋진 후기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에휴 과찬입니다. 그낭 시간 나면 농구보는 1인입니당. 잘 봐주서서 감사합니다
@킹콩마스터 올리시는 글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