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문을 닫습니다. 한 쪽에 공포감 조성용 막대기를 제 안경과 함께
내려 놓습니다. 그리고
서 선생님이 쓰고 있던 안경인지 시계인지를 끄르더군요. 왜 있잖습니
까. 조폭들이 상대를
철저하게 밟아 주기 전에 하는... 웃통을 벗어 제낀다든지 하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
습니다. 시계 하나 끄르는 것 하나로만 해도 이미 전 충분히 자지러지
는 상태였으니까요.
삐딱한 자세로 허리춤에 손을 짚고는 물으십니다.
"그래, 할 말이란게 뭐야. 이 XXX.."
온 몸이 욱신거리는 것을 간신히 추스려서 힘겹게 말합니다. 또 말하
다가 맞지나 않을는지
떨면서 여쭈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아직도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제
가 잘못한 것이 있다
면 바르게 가르쳐 주십시오. 그게 합당하다고 생각되면 제가 무릎끓
고 잘못을 빌겠습니다."
기가 차다는 듯이 또 웃어 제낍니다. 그리곤 일단 몇 대 더 맞는 것으
로 시작했습니다. 물
론 전 처음부터 끝까지 손과 발로 맞았고, 특히 주로 손으로 상체를
많이 맞았기 때문에, 치
밀어 오르는 수치심과 분노로 제정신은 이미 아니었습니다. 한참을 맞
다가도.. 저는 굴할 수
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당하기를 수 분이 지나서, 서 선생님이 드디
어 제게 화가 난 이유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 XXX같은 년아, 내가 아까 니 때문에 기분이 나빴어. 알어? 그게
이유야. 그럼 됐냐? 됐
지?!!"
..서 선생님에게 무언가 교사로서의 양심을 조금이라도 기대했던 제
가 잘못입니다. 해도 정
도껏 해야지, 더 이상은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습니다. 계속 원하는 대
답을 하지 않아, 맞고
있다가 어디를 어떻게 잘못 맞았는지 제 시계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습
니다. 상당히 튼튼해
서 물에 들어가도 빼놓지 않았던, 아끼는 것이었습니다. 버클이 빠졌
나 봅니다. 주먹으로 팔
을 내리라고 후려치는 것이 어떻게 잘못 되었나 봅니다. 이 시계는,
나중에 교실에 올라가서
J양이 고쳐 주었습니다. 그 것의 상태는 온 반의 아이들과 저희 담임
선생님도 보셨습니다.
떨어진 시계를 신경쓸 겨를도 없이 연타를 당하고, 급기야는 옆구리
를 두어 대 맞고 발길
로 채인 후 저는 후들거리는 다리가 풀려 버렸습니다. 주저 앉게 되었
습니다. 거기서도 역시
구석으로 몰려서 맞다가.. 서 선생님은 일어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땐 제 의지로는, 도저
히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발로 몇 번 채였습니다. 앉은 저를
효과적으로 가격하는
것은 아무래도 키가 있으니, 손보다는 발 쪽이 훨씬 더 쉬웠겠지요.
이미 맞는 것엔 무감각
해 진 상태였지만, 발길로 채이는 인격적 모멸감은 정말 감당해 내기
가 힘이 들었습니다. 마
구 맞았습니다. 계속 고집을 피운다는 이유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여
기에서 죄도 없이 잘못
했다고 하면, 앞으로 학교 생활은, 암담했습니다. 정신적으로는 계속
버티고 있었지만, 이미
많이 상한 제 몸은 그게 버거웠습니다. 무의식중에 소리를 질렀나 봅
니다.
"그래, 목 터지게 소리를 질러라, 이 개년아. 어디 너 오늘 나한테
한 번.."
찢어 지는 듯한 비명 소릴 듣곤 누군가가 화급히 문을 열었습니다. 눈
물이 앞을 가리고 고
개를 숙이고는 있었으나. 처음 방에 계셨던 Y2 선생님의 목소리란 걸
금방 알 수가 있었습
니다.
쓰러질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맞은 것 보다 정신적인 충격이 더 컸습
니다. 그러나 곧 Y2
선생님은 서 선생님에게 의해, 거의 떠밀다시피 내보내어 졌습니다.
"냅둬요. 이런 개 같은 년들은, 달래 줄 필요가 없어. 달래 주면 더
하지. 좀 패야 말을 들
어."
그 정신없는 와중에서도 달래 줄 필요 없다고, 더 패야 한다는 말은
제 뇌리에 똑똑히 박
혀 들어 왔습니다. 결국 Y2 선생님께선 그만 나가시더라고요. 다시
그 현장의 문은 닫겨 졌
습니다.
잠깐 일으켜 세워졌다가는 또 다시 주저 앉고.. 서 선생님이 저에게
무릎을 끓고 앉으라고
했습니다. 굴종의 표시가 아닌, 더 이상은 서서 버티기가 너무 힘들어
서 시키는 대로 따랐습
니다. 그 만큼 힘들었습니다. 조금만 더 구타가 가해졌다면 전 될 대
로 되라는 심정으로 뻗
었을 지도 모르지요.
"너 이 XXX, 끝까지 고집이야? 썅.. 뭐 이런 개같은 년, XXX같은 년
이 다 있어?!!"
술집 작부들에게 흔히 하는 것.. 손가락 끝으로 제 턱과 이마를 꾹꾹
찍어 누르며.. 갈겼다
가.. 떼다 밀었다가.. 또 갈기고.. 하는... 그 행위를 당했습니다. 울
면서 소리쳤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당해야 하는 데요!! 저 학교 오늘 자로 그만 두겠습
니다. 그러니까 전 이
순간부터 이 곳의 학생이 아닙니다. 더 이상 저 건드리지 마세요!!"
그러자.. 더 심한 구타와 함께 돌아온 말이 있었습니다.
"이 개 같은 년아.. 그래? 너 학교 다니는 게 유세야? 유세냐? 니가
지금 잘났다는 거야?"
"......"
"야, 학교 그만두고 싶음 맘대로 해. 근데 나도 마침 이 선생질 그만
두고 싶었는데,
나도 오늘 학교 그만둔다. 됐냐? 그럼 됐지? 너 좀.. 하고 나서 같이
짤리면 돼! 아우~ 이
XXX가 이제 못하는 말이 없네!!"
"그래, 학교를 그만 둔다는 의미가 뭔데? 학교 그만 둬서 니가 날 어
쩔 건데?! 왜!"
"....학교는.. 지식 이전에 인성을 배우고 사회화를 가르친다 들었습
니다. 그러나 전 이렇게
두들겨 맞아 가면서 수업받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에겐 더 이상 이 성
덕이라는 곳이 학교로
서의 의미가 없습니다............. 퍽!"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맞았습니다.
"이 XXX 이거 진짜 XXX 아니야? 뭐 이런 독한 년이 다 있어?"
"..니 같은 것한테 인성이란 걸 가르칠 수 있냐? 야, 이 년아. 너 같
은 거 인성 가르쳐 놓으
면 바로 요 모양 요 꼴이 되는 거야.. 너 같은 년은!! 그딴 거 다 필
요 없어. 너 같은 년은
오직 주먹이랑 몽둥이가 아니면 아무런 교육이 안 돼. 알겠어?"
주먹이랑 몽둥이.. 교육.. 자퇴.. 같이 학교 그만두면 된다.... 말 같
지도 않은 말에 치가 떨리
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는 제가 먼저 대화를 포기했습니다. 말 하
면 말대꾸한다, 안 하면
무시한다, 그냥 나중엔 야 라고 몇 번 부르길래 '대답해도 됩니까' 라
고 되물은 적도 있습니
다.
그때.. 다시 문이 열렸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어렴풋이 짐작한 듯,
아까 그 방의 키를 내
어 주셨던 Y1 선생님을 역시 목소리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야? 이제 좀 그만 좀 해요.."
그러나 별 말도 없이 그 분도 곧 나가셨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서
선생님은 완전히 동물적
인 상태였고 저 역시 몰골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
장 중요한 건 저와 Y1선
생님과 그리 친분이 없었습니다. 저를 가르치신 적도 없으니 저를 모
르셨을테지요.
벌써 두 분의 선생님들이 들어 왔다가 나가시자.... 현저하게 때리는
것과 난무하던 욕설이
줄어 들었습니다. 서로 지치고, 서 선생님도 남의 이목이 신경쓰이셨
겠지요. 끝까지 말을 안
하자 이젠 저의 담임 선생님께 인터폰을 했습니다.
"여보세요? 박 선생님? 여기 애XXX 하나 때문에.... 아니 암튼.. 암
튼 좀 내려와 봐요. 뭐 이
런 개 같은 경우가...."
잠시 정적이 흘렀고, 이내 저의 담임 선생님이신 박규현 선생님께서
들어오셨습니다. 어색
하게 웃으면서 아니 애를 왜 이렇게 만들어 놓았냐고... 제가 생각해
도 제 모습이 처참했습
니다. 피만 안 흘렸다 뿐이지, 꼭 무슨 조폭에게 집단 구타 당한 것
같았으니까요. 아니, 차
라리 조폭에게 당했더라면 더 나았을까요? 배우려고 학교에 와서 스
승.. 에게 그렇게 얻어
터지고 나니... 난생 처음 겪는 일에 그저 눈물만 흘리면서 있었습니
다.
서 선생님이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엔 당연히 상
당 부분 축소, 은폐시
켰습니다. 제가 사실과 다른 부분을 이야기하려 들자, 나한테 맞아서
멍든 데가 어디 있느냐
고, 이 썅 놈의 XXX가 이젠 사람까지 잡는다고 할 때는 정말 어이가
없어서 반박할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단 저희 담임 선생님께서 마무리를 지으려 하셨습니다. 저더러 얼
른 올라 가라고 하시면
서, 그저 지금 상태로는 이야기가 안 되니까 나중에 이야기 하자고 하
실 뿐이었습니다. 다른
경우라면 좀 억울한 감이 있어도 일단은 사과드리라 하셨을 텐데, 저
희 담임 선생님께서 저
에게 이 시간까지 서 선생님에게 빌라고 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그건
저희 선생님도 암묵적
으로 저의 말을 믿어 주시는 눈치였습니다.
저희 담임 선생님과 서 선생님과는 나이 차이가 꽤 있습니다. 물론 저
희 담임 선생님께서
더 연륜이 있으십니다. 그러나 저희 선생님께서 좋은 말로 서 선생님
과 저를 달래는 데도,
끝까지 서 선생님의 반응은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아니, 잠깐만요, 박 선생님. 내가 선생님 부른 건 이럴 려구 부른게
아니야.. 이 년을 어딜
그냥 올려 보내? 나 이 XXX 박 선생한테 허락 좀 맏고, 한 시간 정도
만 팰게. 그래야 겠
어."
..끝까지 무너 지는 마음을 뒤로 한 채, 부러진 버클 조각과 시계, 억
지로 빼앗긴 안경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미 5교시는 끝나고 6교시가 시작하려 하고 있었습
니다. 저는 그 시간 동
안 내내 끌려 다니면서 맞아야만 했던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 이후로 아이들에게 서 선생님
을 비방하는 입 밖에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것을 미처 따질 계제도 아니었고요. 6교
시 내내 흘러 나오는 눈
물을 닦아 가며 어떻게 보냈는 지를 모릅니다. 아무 것도 모르시는 6
교시 담당 S 선생님의
눈길이 퍽 부담스러웠습니다. 지옥같았던 6교시가 끝나자, 걱정해 주
는 아이들을 뒤로 한
채, 모든 짐을 일단 싸 들고 집에 돌아 왔습니다..
제 잘못을 모르겠습니다. 내가 왜 이래야만 하는 건지. 저희 부모님
이 이걸 아시면, 쓰러
질 것을 잘 아는 저였습니다. 그냥 상한 얼굴이 안 보이게 가리고 무
작정 집을 나와 있었습
니다. 밤 열 시가 넘어서야 들어 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집안 식구
들은 뒤집어 지고 난리
도 아니었습니다. 걱정을 끼쳐 드린 부모님께 너무 죄송했습니다. 믿
고 보내신 학교인데.. 어
떻게 키운 딸인데.... 난생 처음 그렇게, 누군가에게 맞아 본 것이었
으니까요.
저는 이 일로 인해, 학교에 대한 의미가 사라졌습니다. 참되고 슬기롭
고 아름답게.. 교훈이
무색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더 이상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까
요. 여러분들이 만약 저
또래의 귀한 딸이 있다면, 이런 곳을 학교라 믿고 보낼 수 있으시겠습
니까. 과연 이런 선생
님이 교단에 서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본이 되어 가르칠 수 있는 것
인지를 교육 당국과
여러 참 스승님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전 많이 아픕니다. 힘도 없습니다. 지금 정신적인 패닉 상태에 빠져
서, 모든 것이 두려울
따름입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중3 소녀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이런
부당한 현직 교사의 구
타에 대해선 분노합니다. 개인적인 용서 이전에, 이런 교육 풍토는 사
라져야 할 악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때문에 많이 아파하고 힘들어 할 부모님, 여러 친구들, 그리고 저
희 담임 선생님.. 또 몇
몇 참 선생님들. 그러나 이런 환경 속에서 무얼 더 바랄 수 있을는
지.... 지금도 학교에서 교
육을 받고 있는 친구들과, 어제의 그 일을 생각하니 그저 눈물만 흐릅
니다.
* 두서없이 긴 글을 끝까지 다 읽어 주신 님들께 감사합니다..
이 글을 다른 곳에 복사를 한 번만 해 주셔도, 여러분들은 저를 도우
실 수 있습니다.
아니면 다만 한 줄이라도 저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 주셔도 좋습니
다.
이젠 이런 학교의 가혹 행위는 사라 지어야 합니다. 학교 붕괴, 별
거 아닙니다.
이런 작은 일 하나 하나가 모이면, 나중엔 우리의 교육 미래도 무너
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