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치악산 복숭아를 아조 달게 잘 먹었다.
다시 주문했더니 끝났단다.
몇 사람과 함께 나눠 먹고 싶었던 복숭아. 이제
흑도마도를 먹어 치울 순서다. 더 시들기 전에.
새벽에 깨, 침대 위에 쭈구리고 앉아 작은 메모들
정리하고 오늘 해야 할 들을 꼽아 놓았다.
김밥은 언제나 한 줄만 사려고 한다. 한 줄을 딸과
둘이, 메밀 막시발 1인분을 둘이 그렇게 나눠 먹으
니 딱이다.
엊저녁 세탁해 놓고 널지 못한 빨랫감들을 아침에
꺼내 널었다. 마른 빨래를 반듯반듯 개 놓을 때와
또 다른 느낌이다. 젖은 빨래들을 건조대에 널어놓
는 기분은 인생을 '마악' 시작하는 풋나기나 같은, 좀
두렵기도 설레기도 하는 그런 심사인 거시다.
그럴 리 없겠지만 다시 시작한다면 인생아, 젖은 빨랫
감들처럼 축 쳐지진 말길.
첫댓글 저는 반듯하게 개 놓은 마른 빨래가 인생을 막 시작하려는 느낌이 들어요
머잖아 험한 꼴이 될지도 모른 채 말끔하게 잰 채 하고 있는 ~ㅋ
나는 보풀까지도 바짝 마른 낡은 수건. 그걸 뒤늦게야
반듯이 개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