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_6 잊지 못할 첫 챔피언 등극
모비스는 2006~2007시즌을 앞두고 크리스 윌리엄스와 재계약하고, 크리스 버지스를 영입해 ‘크리스’라는 외국선수 두 명을 꾸렸다. 2005~2006시즌 서울 삼성과 챔피언결정전에서 높이 열세를 절감했던 모비스는 호주리그에서 평균 더블더블을 기록했던 버지스로 높이를 보강한 것이다. 당시 최장신(205.1cm)이었던 버지스는 리바운드와 블록뿐 아니라 정확한 슈팅 능력까지 갖춘 선수로 평가 받았다.
모비스는 개막하자마자 윌리엄스가 경미한 부상을 당하고, 양동근이 국가대표(도하 아시안게임)에 차출되어 첫 10경기에서 3연패를 두 번이나 당했다. 이후 안정을 찾은 모비스는 6연승을 질주하며 6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양동근이 국가대표에서 돌아오자 7연승을 한 번 더 달리며 승률 7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5,6라운드에서는 2연패를 두 번 당하는 등 주춤하며 승률이 7할 밑으로 떨어졌지만, 1위 자리를 지키는데 지장이 없었다.
모비스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대구 오리온을 3연승으로 제압한 뒤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했다. 상대는 창원 LG를 꺾은 부산 KTF였다. 양팀은 역대 챔피언결정전 가운데 최고 중 하나로 꼽히는 명승부를 펼쳤다. 모비스가 4차전까지 3승 1패로 앞서 빨리 끝나는 듯 했지만, 7차전까지 이어졌다. 양동근은 일찌감치 플레이오프 MVP 투표에서 만장일치 지지를 받았지만, 시리즈가 길게 이어져 투표만 계속 거듭했다.
시리즈가 길어지면서 재미있는 뒷이야기도 나왔다. 유재학 감독은 정규리그 시상식과 4강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맸던 연두색 넥타이를 3차전에서 맸다. 울산 홈에서 1,2차전을 승리한 모비스가 부산에서 열린 3차전에서도 방심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1승 3패로 몰린 KTF는 5차전을 앞두고 응원곡이었던 YMCA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 곡은 윌리엄스가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는 애창곡이었고, 윌리엄스는 YMCA가 흘러나온 4쿼터에 더 잘하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윌리엄스의 챔피언결정전 홈과 원정 경기의 4쿼터 평균 득점을 살펴보면 5.8점과 9.0점이다. 4쿼터 득점력은 확실히 울산보다 부산에서 더 좋았다. 빨리 끝날 거 같았던 시리즈가 7차전까지 이어지자 모비스는 5월 1일 예정되었던 울산 카퍼레이드를 취소했고, KTF는 보류했던 우승 기념 모자와 티셔츠를 다시 주문하며 부산에서 축승회를 준비했다.
만약 KTF가 챔피언에 등극했다면 유력한 MVP 후보였던 신기성이 은퇴한 뒤 기억했던 2006~2007시즌 챔피언결정전이다.
“모비스와 챔프전을 했다. 챔프전에 못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챔프전에 갔다. 우리보다 (모비스) 전력이 나았다. 1~2차전에서 지니까 언론에서 ‘역대 최악의 시시한 챔프전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언론이 중요하다. 모든 화살이 리더인 나에게 왔다. 사람 마음이 절실하니까 눈빛이 달라졌다. 우승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 때 절실하게 뛰었다. 언론에서 만들어줬다.
당시 ‘6차전을 이긴 팀이 챔피언에 등극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6차전에서 패한) 모비스가 역으로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모비스가) 촛불의식을 가졌었다. 추일승 감독님께서 아쉬워하시는데 양동근하고 내가 계속 맞붙었다. 서로 공격이 강하니까 서로 어려웠다. 3차전부터 조성민에게 양동근을 맡기고 내가 이병석을 맡았다. 난 체력 소모를 줄였다.
모비스가 7차전을 앞두고 더 절실한 마음으로 나왔다. 그렇게 나올 걸 우리가 예상 못했다. 한 번 흐름을 뺏기고 나니까 외국선수도 파울이 아니냐며 백코트를 안 했다. 최악의 챔프전(흐름)이었는데 최고의 시리즈로 만들었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다음에 절대 (우승할) 기회가 안 온다. 기회가 왔을 때 마음을 고쳐먹고 해야 한다. (2011~2012시즌에서) KGC인삼공사는 기회가 왔을 때 잡았고, 동부는 우승 기회를 두 번 놓쳤다. 기회가 있을 때 최선을 다해서 잡아야 한다.
명승부 시리즈를 치렀지만, 너무 안타깝다. 좀 더 집중하고, 집중했어야 한다. 기회는 노력하니까 오더라. 전자랜드에서도 기회가 왔는데 한 끗 차이였다. 그걸 넘느냐, 못 넘느냐? 장훈이 형도 우승을 계속 못 했다. 기회가 올 때, 챔프전을 나가면 몸과 마음을 준비해서 나가야 한다. 그게 감동으로 온다. 팬들도 인정해준다. 득점 그런 걸로 인정 받으려고 하면 안 된다. 허재 형도 챔프전에서 준우승했는데 시간이 지난 뒤 인정받는다. 순간 몇 점을 올려서 평가 받고 가치를 인정받으려고 하면 안 된다.”
플레이오프 10경기 평균 19.7점 4.1리바운드 7.4어시스트 1.6스틸을 기록하며 만장일치(74표)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된 양동근은 “예비신부에게 결혼 반지와 더불어 챔피언 반지를 줄 수 있어 굉장히 기분 좋다. 반지는 많을수록 좋다”며 “오늘 경기 전 작년에 챔피언을 못했던 거 꼭 하자고 선수들과 다짐했다. 우리가 집중력에서 앞서 이겼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이 굉장히 많이 생겼다. 이밖에 작년부터 손발을 함께 맞췄던 선수들이라 마음이 잘 맞았다(점프볼 ‘MVP 양동근, “예비신부에게 챔피언 반지 줄 수 있어 기뻐”’ 기사에서 가져옴)”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양동근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첫 번째 챔피언 등극을 가장 기억에 남는 우승으로 꼽았다.
첫댓글 챔프전 재미났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