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다가온다.
설에는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먹는다.
제사를 지낼 때는 멧밥을 올리지만 설날 차례상에는 떡국을 올린다.
국제를 지낼 때는 나물이 필요없다. 떡국에는 끼미가 들어간다.
끼미는 꾸미의 경상도 사투리로 사전을 찾아보니 '국이나 찌개 따위에 넣은 고기붙이'로 돼 있다.
사전을 누가 썼는지 모르지만 경상도에서는 국이나 찌개에 넣는 것은 끼미라 하지 않고 양념다지개라 한다.
즉 마늘과 청양고추를 잘게 다져 간장과 고추가루에 어갠 것을 말한다. 또 '넣은 고기붙이'가 아니라
끼미 자체에 대해 언급해야 하므로 '넣은'이 아니라 '넣는'이 맞는다. 사실 '맞는다'는 말도 나는 잘 쓰지 않는데
요새 사람들은 신문 기사에서도 '맞다'보다도 '맞는다'를 많이 쓰는것 같다. 그리고 '고기붙이'라고 돼 있는 데
냉면에 얹어주는 고기붙이와 떡국 위에 올라가는 고기는 종류도 다를 뿐더러 모양새도 살붙이를 엷게 썰인 것이 아니라
살붙이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국물에 잘 우러나도록 잘게 썬 것을 말한다.
떡국에는 본래 끼미로 꿩고기가 들어갔다. 흰 떡국 위에 맛과 모양새를 위해서 꿩고기 외에 김부스러가와 당근채도 조금 추가했다.
꿩고기가 맛이 있긴 한데 꿩고기가 귀하니까 '꿩 대신 닭'이란 말이 생기게 된 것이다.
우리가 어릴 때는 꿩이 많았다. 겨울에는 친구들이 꿩을 잡기 위해서 사이나를 썼다.
눈이 오고 나면 꿩이 먹을 게 없으니까 민가 가까이로 내려 오는 데 그 때 까치밥이나 콩 속에 사이나(청산가리)를 넣고 초로 밀봉해서 눈 위에 뿌려 놓으면 꿩이 주워먹고는
조금 날아가다 떨어져 죽으면 주워다가 내장만 버리고 꿩요리를 해 먹었다.
엊그제 막내동생이 꿩 두마리를 택배로 보낸다고 연락이 왔다.
내가 꿩고기가 맛이 있다고 했더니 이번 설엔 '닭대신 꿩'을 끼미로 한번 해 먹어보자는 것이었다.
야생에서 잡은 것이 아니라 농가에서 사육한 꿩이라고 한다.
사료를 먹여서 키운 것이겠지만 닭고기보단 낫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감으로 설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