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어려운 남북 갈등의 해소를 위해서도 열쇠는 바로 돈이겠다 싶은 것입니다. 돈, 이건 나라, 인종, 사회, 문화, 정치적 이념과 종교를 떠나서 언제 어디에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통하는 윤활유이고 해결의 열쇠가 된다는 것입니다. 거룩하기를 원하는 성직자라도 돈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도 이 땅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돈입니다. 공기나 물처럼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정말 필요합니다. 산속에서 아니면 무인도에서 홀로 자급자족하지 않는 한 이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려면 돈이 없이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생명줄 같은 것입니다.
어쩌면 구입은 하지 않더라도 한번쯤 꿈은 꿔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옛날에는 주택복권이라고 있었지만 요즘은 ‘로또’입니다. 당첨확률은 거의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이지만 그래도 한 주간의 꿈을 담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구입합니다. 하기야 그래서 이 복권사업이 운영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아무튼 실제로 그 거액을 쥘 수는 없어도 가져보는 꿈속에 한 주간을 살 수 있습니다. 생활이 각박한 사람에게는 그나마 여름날의 시원한 냉수와도 같습니다. 그리고 순간으로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길게는 한 주간의 꿈을 지탱해줍니다. 천원 한 장으로 그만한 희망을 살 수 있다면 그다지 손해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권장할 일은 아니더라도 구태여 막을 일도 아닙니다.
우연히 줍게 된 조그만 종잇조각, 그게 바로 로또입니다. 그리고 그까짓 것 하고 버리려 했는데 자꾸 따라붙습니다. 그래서 일단 집어 듭니다. 그리고 주말 방송에서 로또추첨 하는 것을 봅니다. 놀라 뒤집어질 일이 생깁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고참 병장 ‘천우’가 좋아 어쩔 줄 모릅니다. 어깨 힘주고 제대날짜만 세고 있던 고참병이 갑자기 희죽거리고 혼자서 별난 짓을 합니다. 게다가 해서는 안 될 미친 짓(?)까지 합니다. 너무 좋아하다가 그만 바람결에 로또가 날아 군사분계선을 넘어갑니다. 그냥 포기해요? 목숨을 걸고 그 지뢰밭을 더듬어 북쪽으로 넘어갑니다. 그걸 부대에서 모르겠습니까? 상관이 정신감정을 위해 후송 보내려고까지 합니다. 결국 이실직고합니다.
북쪽으로 넘어간 로또가 북한 병사 ‘용호’에게 떨어집니다. 역시나 인터넷으로 1등 당첨 로또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돈이 되려면 남쪽과 통해야 합니다. 천우와 용호가 그렇게 군사분계선에서 마주칩니다. 자그만 종잇조각에 불과하지만 수 십 억의 돈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남쪽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로또가 북쪽에 있는 것입니다. 내꺼 네꺼 싸워봐야 소용없습니다. 돈으로 바꿔야 현실이 됩니다. 그쪽에서도 용호 옆에 두 사람이 더 붙고 이쪽에서도 천우 옆에 두 사람이 붙습니다. 어쩔 수 없이 3:3 남북협상(?)이 벌어집니다. 일단 돈으로 바꾸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로또가 남쪽으로 넘어와야 합니다. 그냥 넘겨줄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인질 한 사람씩 교환하고 로또가 남쪽으로 넘어옵니다.
남쪽의 한 병사가 돈을 찾으려 서울로 외출을 합니다. 로또 한 장 숨기려 별짓도 다합니다. 덕에 인터넷으로 위치파악이 됩니다. 그 사이 남과 북에서는 요상한 사건들이 발생하지요. 이야기니까 만들어낸 것입니다. 서로 인질이 된 낯선 신입병들이 생겼으니까요. 각자 자기 전공(?)을 살려 영웅이 됩니다. 덕분에 천우는 북측의 아리따운 여성 병사와 썸을 타기도 하지만 건널 수 없는 강이 놓여있습니다. 아무튼 로또를 돈으로 바꾸는 일도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사명 완수하여 귀대합니다. 그리고 협상장에 나타납니다. 그런데 북에서 천우가 여성 병사에게서 이별의 선물로 받은 멧돼지 새끼로 인하여 소동이 벌어집니다.
거액의 가방이 그만 어미 멧돼지와 함께 사라집니다. 꿈은 사라지고! 그렇게 끝나는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가방이 좀 작았던 모양이고 돈이 너무 많았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거액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꿈을 이루기에는 그다지 어렵지 않으리라 싶습니다. 그런데 의아한 것이, 우리 돈도 아니고 그 거액을 혼자서 달러로 환전하여 다니는 것이 가능합니까? 우선 거액 환전, 그것도 현금으로 가능한가요? 이야기라지만 너무 환상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불법 환전상을 만났다는 것이지만 그 사람이 그렇게 거부일 수 있나요? 너무 과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니다. 말 그대로 영화이니까.
그런데 정말 실감나는 것이 바로 돈이라는 괴물입니다. 70년이 넘는 휴전 가운데 언제 어떻게 무슨 도발을 또 할지 모르는 상황 속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입니다. 하지만 그런 원수지간이라 할지라도 관계회복의 끈이 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뜻입니다. 바로 돈입니다. 이 돈을 이용하면 그렇게 어려운 관계도 연결될 수 있는 길이 있겠구나 싶은 것이지요. 이념을 떠나 그리고 서로의 입장을 떠나 한 마음으로 한 자리에 머리를 맞대고 협상할 수 있는 구실이 바로 돈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으로 길을 열 방법을 생각해내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영화 ‘육사오’(6/45)를 보았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45개의 숫자 중에 6개 숫자가 맞으면 로또 1등이 된다고 북한에서 만든 용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