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황해에서 잡히는 큰 새우의 이름은 대하이다.
대하는 한때 귀하였다.
일본으로 수출되었고, 그래서 국내에서 이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1990년대 들어 대하 양식이 번지면서 일반에 차츰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에 흰반점병 바이러스가 돌기 시작하면서 대하 양식이 주춤하였다.
바이러스는 수온에 민감한데, 여름에 날씨가 가물고 덥다 하면 대하는 바이러스로 인해 전멸을 하게 된다.
2000년대 초 어느 해에는 황해 어디에서도 양식 대하 한 마리 볼 수 없을 때도 있었다.
자연산 대하는 잡자마자 죽지만 양식 대하는 살아 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생으로 먹을 수 있는데, 생식의 그 즐거움이 사라진 것이다.
2005년 국내 양식 연구자들이 흰다리새우 양식의 길을 열었다.
흰다리새우는 중남미의 바다에서 자라는 큰 새우이다.
원래 사는 바다가 다를 뿐이지 대하와 흰다리새우의 맛 차이는 없다.
흰다리새우는 대하에 비해 바이러스에 강하여 대하 양식장에 이 흰다리새우가 보급되었다.
현재 국내에서 양식하는 큰 새우는 흰다리새우가 대부분이다.
대하는 아니어도 살아 있는 큰 새우를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흰다리새우 양식은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몇 해 전 흰다리새우를 대하라 속여 판다고 말들이 많았는데, 그 속임은 단지 흰다리새우라는 맛깔나지 않은 이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산지에서는 특히, 대하는 자연산뿐이고 그래서 다 죽은 상태로 팔리며, 흰다리새우는 양식이며 그래서 살아 있는 상태로 팔린다.
그러니 소비자는 살아 있는 양식 흰다리새우와 죽어 있는 자연산 대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될 수밖에 없다.
가격은 대체로 살아 았는 것임에도 양식 흰다리새우가 더 싸게 팔리므로 대하라 속여 판다고 말하는 것은 어색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흰다리새우를 왕새우라 부르기도 한다.
어떻든 양식 흰다리새우는 죽은 자연산 대하에서는 맛볼 수 없는 달콤한 생살 맛을 가을 한철 잠시 즐기게 해주는 귀한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어제 이영돈의 먹거리 X파일에서 흰반점병 바이러스에 걸린 흰다리새우가 유통되고 있다고 '고발'하였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흰다리새우라 하여 못 먹을 것인 듯이 호들갑을 떠는데, 이건 바른 일이 아니다.
흰반점병 바이러스는 갑각류에 붙는 바이러스이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꽃게 등에도 붙는다.
수온이 높거나 하면 이 바이러스로 인해 발병을 하게 되고, 그러면 그 갑각류는 며칠 만에 죽는다.
예전 국내 수산 관련 기관이 낸 보도자료를 보면, 대하나 흰다리새우가 흰반점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으면 발병 전에 조기출하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먹어도 괜찮다는 말이다.
먹거리 X파일에서는 수산생물질병관리법에 바이러스 감염의 경우 이동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되어 있다며 먹으면 안 된다는 듯이 방송하였는데 그 조항의 해석은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자는 것이지 식용 불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수산생물질병관리법을 식품위생법인 듯이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흰반점병 바이러스가 노로바이러스 등처럼 인체에 위해하다면 당연히 식품위생법 등에서 그 감염 수산물의 유통과 섭취를 금지할 것인데, 그같은 법 조항은 없다.
어떻든, 흰다리새우의 흰반점병 바이러스 감염을 보며 나는 가슴 한쪽이 답답하였다.
흰다리새우 양식도 대하 양식 꼴이 나면 이젠 무얼 가져와 양식할 것인가 싶어서이다.
그 조금 나는 자연산만 먹자 하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뛸 것이고, 가을 한철 내 입에 들어올 싱싱한 큰 새우는 사라질 수도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