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정한모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이며
가볍게 가을을 날으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 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곁에 무릎을 꿇고
모아 쥔 아가의
작은 손아귀 안에
당신을 찾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어제 오늘이
마침내 전설 속에 묻혀 버리는
해저(海低) 같은 그날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달에는 은도끼로 찍어 낼
계수나무가 박혀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영원히 아름다운 진리임을
오늘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에
불같이 끓던 병석에서
한 없이 밑으로만 떨어져 가던
그토록 아득했던 추락(墜落)과
그 속력으로
몇 번이고 까무라쳤던
그런 공포의 기억이 진리라는
이 무서운 진리로부터
우리들의 이 소중한 꿈을
꼭 안아 지키게 해 주십시오
===[한국 대표 명시 2, 빛샘]===
달에 토끼가 살고 있다고 믿었던 어린 시절이 그립고
별이 총총 떠 있는 하늘이 지금도 그립고
밤에 우는 새소리와
가을이면 울어대던 귀뚜라미 소리도 그립고
시끄럽다 짖어대는 동네 강아지들도 그립습니다.
자연의 모습!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그리운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오늘도 편하고 건강한 날 되시길 빕니다.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