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
시청률 유감
모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시청률이 갑자기 떨어졌다. 시작할 때는 모두가 깜짝 놀랄 정도로 20% 대로 텔레비전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정점을 향해 치달을 때는 점점 시청률이 높아져야 하는데 18% 대로 떨어진 것이다. 각종 소문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받는다’, 자기 소속사 사람을 먼저 챙긴다느니, 눈물 사연이 있는 이를 앞세워 방송사 광고에 쓴다느니 각종 루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다닌다. 물론 관심 밖의 사람들이야 또, 주최 측이 장난을 치고 있다면 채널을 돌리지만, 그나마 심신의 피로를 이것으로 풀려는 이들에겐 분명 관심거리임은 틀림없다.
당장 나부터 떠다니는 진상을 듣곤 하지만 부화뇌동으로, 두 시간 넘게 혼을 빼고 바라본다. 흔히 그렇고 그런 ‘짜고 치는 화투 놀이’로 치부해 버렸다. 그런데 자꾸 궁금해지는 건, 어느 정도 중독된 것이 아닐까.
소문은 요즘 한창 인기몰이하는 어느 가수의 탈락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가수의 출현으로 그의 열혈 팬과 지나친 옷 입히기에 동조한 어중간한 이들까지 관심 몰이하고 있던 터였다. 어딜 가나 그 이야기가 회자하다 보니, 점점 시청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본선에서 탈락했다. 심지어 추가합격에서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는 신입사원 모집할 때, 이미 선발된 이를 두고 보여주기식 공고로 인해 애먼 사람의 희생이 따르는 형국이 된 셈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몰고 나갔으면 끝까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선까지는 밀고 나가야 할 텐데. 이도 저도 아니고 중도 탈락시켰다고 시청자들의 분노가 일어난 것이다. 심지어 특정 마스터에게 보복까지 한다는 심한 말까지 나돌고 있다.
처음부터 시청률이 18% 선이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인기몰이였다. 하지만 잘 나가던 비율이 갑자기 떨어진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다. 이런 사실을 늦게 안 방송사 측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을 써보지만 이미 쏘아놓은 화살이 된 뒤였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비유가 공공연히 나돌아다녔다.
시청자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예전엔 방송이나 각종 미디어에서 모두 장악하여 흡사 벌여놓은 잔치판에 젓가락만 들고 따라오라는 식으로 만들었지만, 눈높이가 높아진 요즘엔 가당치도 않은 일이 되고 말았다. 인기 가수가 있으면 으레 팬들이 따라다닌다.
이와 비슷한 일이 얼마 전 불거진 적이 있었다. 가수에다 탤런트인 어느 엔터테인먼터가 수십 년 동안 음원 수입을 받지 못하고 노예계약을 맺어왔다는 소식이었다. 거기엔 족쇄처럼 소속사와의 불화가 따라다닌다. 일반인들은 어느 오디션이건 캐스팅되면 인기몰이로 돈방석에 앉는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이미 구시대의 발상으로 치부된 지 오래다. 가수는 노래만 잘하는 게 아니라 소속사를 잘 만나야 한다는 것쯤은 이젠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다.
이제 각종 미디어에선 주관자의 시대가 지났다. 고 단수의 시청자 몫이 된 셈이다. 정치판이건 예능계이든, 심지어 일반인들의 일상에도 깊숙하게 스며들어온 상태다. 나 또한 그 인기 가수의 공연을 즐겨 봐 오던 터라, 선뜻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가 망설여진다. 찌라시니, 가짜 뉴스니, 악플이니 등등 여러 가지가 꼬리에 꼬리를 몰고 다니는 현실 앞에, 악취미인가. 다음 주 시청률을 슬며시 기다려본다.
진정 시청자가 이길 것인가.
첫댓글 시청자 없이는
방송을 연명할 수 있을까요~~
요즘은 다들 똑똑한 시대라서 눈속임 하다간 대번에 외면당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