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집 속의 시 다섯 편
내가 그냥 걷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날벌레가 나타나더니
내 코에 들어갔다
그때 난
강한 콧바람으로 날렸다
―김이찬 「날벌레」 전문
누나가 혼나고 있는데
갑자기 아빠가 나까지 혼낸다
“너도 마찬가지야!”라면서
왜 나한테 그래?
―정훈영 「누나 때문에」 전문
어제 형이 같이 병원 가자 해서 병원에 같이 갔다
병원에서 기다리는 동안 나와 형은 딱밤 맞기를 했다
형이 이기면 한 대, 내가 이기면 다섯 대
시작하니 내가 열다섯 번이나 이겼다
나는 총 75대를 때려야 하는데 까먹어서 못 때렸다
오늘은 꼭 때려야겠다
―정찬민 「딱밤 맞기」 전문
치료제가 아직 없나?
우리 가족 이 병 때문에
고생인데
―박규린 「월요병」 전문
파리가 파리채에서 쉬고 잇다
지금 우리처럼 휴전인가 보다
―박세민 「파리채」 전문
■ 표4(약평)
아이들의 눈에는 모든 것들이 새롭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새로워서 아이들은 심심함을 모릅니다. 모든 것들이 새로우니, 얼마나 세상이 재미있겠습니까. 새로우면 신비롭고 신비로우면 감동을 잘합니다. 감동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마음이 움직이면 세상이 또 새로 보입니다. 마음을 살리는 일이 글쓰기입니다. 새로 보이는 그 신비로운 마음을 써 보는 것이 글쓰기지요. 글쓰기는 그렇게 세상을 늘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갖게 해줍니다. 그러니, 글쓰기는 거짓이 없어야 합니다. 꾸미지 않아야 합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자기 생각을 잘 나타내는 것이니까요. 그 생각을 귀하고 소중하게 가꾸는 것이 또한 글쓰기입니다.
「날벌레」를 쓴 김이찬 어린이 글이 저는 좋습니다. 김이찬 어린이의 글 중에 아래와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누구나 다 한 번씩 겪어 보았던 일이지요. 콧속으로 들어온 벌레를 “강한 콧바람으로 날렸다”는 이 말이 나를 웃겼어요. 나 혼자 웃었어요. 크게 웃었어요. 정말 웃기잖아요. 웃음은 꾸밀 수 없습니다. 저절로 나오는 것이지요. 글도 그렇게 저절로 써져야 하고 써야 합니다. _김용택(시인)
초등학교 시절, 여선생님이 분필로 칠판에 하얀 ‘점’을 하나 딱 찍더니 우리한테 “이게 뭐꼬?” 하고 물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너도나도 큰소리로 말했다. 눈물, 쌀밥, 흰 눈, 새똥, 물방울, 달, 눈동자, 새알, 이슬, 빗방울, 달걀, 찐빵, 눈알사탕, 모래알, 벼꽃…. 모두 자기가 보고 느낀대로 소리쳤지만 ‘점’이라고 말하는 아이는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그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면서부터 모두 점으로 불렀다. 학교의 제도교육이 눈과 물방울 같은 싱싱한 상상력을 건조한 점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이 어린이 시집은 그 점을 다시 눈과 물방울로 바꿔놓기 위한 한 선생님의 눈물겨운 사랑의 결실이다. 학교가 죽었다고 탓하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선생님들의 숨은 노력 덕분이다. 나비와 새의 날개는 밖에서 누가 달아주는 게 아니라 안에서 스스로 돋는 것이다. 송 숙 선생님은 동시의 상상력을 통해 아이들의 겨드랑이에서 날개를 돋게 하고, 스스로 날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나는 이런 훌륭한 선생님을 만난 아이들이 너무 부럽다. _이산하(시인)
■ 엮은이 송 숙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고 전주에서 자랐다. 전주교육대학교를 졸업, 현재 군산푸른솔초등학교에 재직 중이다.
군산푸른솔초등학교 4학년 3반 친구들
강윤경 곽미혜 권하은 김영우 김은빈 김이찬 김태우 남지후 박규린 박민철 박세민 박수환 박예찬 박태현 박하은 방수연 손가영 송채린 이민혁 이소율 임수미 전한서 정승민 정찬민 정훈영 지희수 하은재 홍성민 황서정 황치은
첫댓글 군산푸른솔초등학교 4학년 3반 지음/송숙 엮음 어린이 시집 『시똥누기』(詩와에세이, 2017)가 출간되었습니다. 다음 주중 시에후원님께 발송 예정입니다.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어린이 시집이 되길 소망합니다.
하이고 고놈들 이쁜 동시를 지어 책을 냈구먼...
와~시와에세이 첫 어린이 시집 출간인 것 같아요. 축하드립니다.
분필로 칠판에 찍은 '점'을 점으로만 보지 않고 사고가 유연한 애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축하합니다 !!!
장차 대한민국의 꿈나무 시인들에게
짝짝짝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송숙 선생님 !
푸른솔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들
모두 모두 축하합니다 ~^.^
마음 맑아지고 환해집니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푸른솔입니다.
어린이 시인님들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새싹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