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4.금불(金佛)
조주(趙州)가 시중(示衆)하였다.
“금부처는 용광로를 건너지 못하고, 나무 부처는 불을 건너지 못하고,
진흙부처는 물을 건너지 못하고, 참부처는 안에 앉았느니라.
설두현(雪竇顯)이 송했다.
진흙 부처는 물을 건너지 못한다 함이여,
신기한 광채〔神光〕하늘과 땅을 비추네.
눈에 서 있기를 그치지 아니했던들
누구인들 거짓 조각을 않았으리요?22)
금부처는 용광로를 건너지 못한다 함이여,
누군가가 자호(紫胡)를 방문했을 때23)
팻말에 몇 마디 적어서 보였으니
맑은 바람 어디엔들 불지 않으랴.
나무부처는 불을 건너지 못한다 함이여,
언제나 파조타(破竈墮)를 생각게 한다24)
주장자로 별안간 때려부수니
비로소 나를 저버렸음을 알게 되었다.
지해일(智海逸)이 송했다25)
금부처는 용광로를 건너지 못한다하니
덕산(德山)은 그래서 좋아하지 않아26)
설공(薛公)에게 절을 하게 하고는
절을 할 적마다 나귀라 부르라 했네.
나무부처는 불을 건너지 못한 다하니
단하(丹霞)가 추위에 떨며 앉았다가27)
화로에 가득 태워 추위를 막았거늘
원주(院主)는 공연히 눈썹만 빠졌네.
진흙부처는 물을 건너지 못한다하나28)
보는 이 모두가 손뼉을 친다.
듣건대 일찍이 영경(永慶) 화상은
업어다가 깊은 강에 장사 지냈다 하더라.
참부처는 뱃속에 앉았다 하니29)
조주는 몹시도 괴로웠을 것이다.
9년 동안 소림(小林)에 앉아 있었으니
일찍이 남에게 말한 적도 없으리라.
흙과 나무와 순금은30)
장엄으로 사람들게 보였을 뿐이거늘
고개 숙이고 또 두 손 모으니
불조(佛祖)와 같은 또래로다.
곤산원(崑山元)이 송했다.
금부처는 용광로를 건너지 못한다 하니32)
덕 있는 이 외로운 일 없었느니라.
꽃을 옮기니 나비까지 따라오고
나무를 샀더니 새 둥지까지 겸해 왔도다
나무부처는 불을 건너지 못한다 하니
우리 마을엔 여과(荔果)가 많다.
열매가 익을 때면 그 때마다
상신(嘗新)하려고 몇 개 먹는다33)
잔흙부처는 물을 건너지 못한다 하니
큰 것은 털끝 만한 데서 비롯한다.
만 길의 산을 만들고자 한다면
어찌 한 삼태기로 끝날 수 있으랴.
참부처는 속에 앉았다 하니
애달프다.바보 선생이로다.34)
성주(聖主)는 어진 이를 버리지 않나니
용문(龍門)을 통과해야 하느니라.
운문고(雲門杲)가 송했다.
아흔일곱 종류의 묘한 상호35)를
고륙(顧陸)36)의 붓끝으로도 표현키 어렵다.
조주는 눈망울 맑고 밝아서
언뜻 봐도 5장(臟)을 꿰뚫어본다.
죽암규(竹庵珪)가 송했다.
금부처 •나무부처 • 진흙부처가
용광로와 물과 불을 모두 건너나
모두가 조주의 이글거리는
화로 속에 한 차례 거쳐 나오면
한마디 백설곡(白雪曲)이나 양춘곡(陽春曲)되어
만고(萬古)에 아무도 화답할 이 없으리.
지비자(知非子)가 송했다.
나무부처는 원래부터 불을 건너지 못하나니
눈 오는 밤에 추운 중37)이 화로를 끼고 앉았다.
애달프다,우직하고 지혜 없는 사람이
이튿날 절 주인으로서 눈썹이 빠졌네
불꺼진 재에 사리가 끝내 나오지 않으니
하룻밤의 눈썹은 여전히 돋았네.
단하가 천연(天然)이란 이름을 얻게 된 일이
참인가 거짓인가를 누군들 모르랴.
단하순(丹霞淳)이 상당(上堂)하여 말하였다.
“금부처는 용광로를 건너지 못하거나 묘한 상호 둥글고 밝음을
아는가, 모르는가? 진흙부처는 물을 건너지 못하나,
낙락(落落)한 원음(圓音)38)이 아름답고도 아름답구나.
나무부처는 불을 건너지 못하나 소슬한 옛 궁전에 자물쇠가 없다.
두 손 뿌리치고 곧바로 돌아갈지언정 도중에서
공연히 헛짓을 하지 말라.
모든 선덕들이여,
어떤 것이 집으로 돌아가는 소식인가?
양구(良久)했다가 말하였다.
“알겠는가? 마른 나무 뿌리 밑, 돌 위에 홀로 앉았으니,
4해에 파도도 일지 않고 달빛만 휘영청 밝구나.“
백운단(白雲端)이 시중(示衆)할 때 이 이야기를 들어 말하였다.
“대중들아 ,조주 노인이 열두 무더기의 뼈와 8만 4천 털구멍을 일시에
사람들의 품속으로 던졌다.
내〔圓通〕가 오늘 길에서 불평(不平)한 꼴을 보고서
옛사람을 위해 숨통을 트이게 하리라.“
그리고는 손으로 선상(禪床)을 치면서 말하였다
.
“바다와 산천은 밝으신 성주(聖主)의 것임을 알지언정,
건곤이 착한 사람을 모함한다고 믿지는 말라.“
천동각(天童覺)이 소참(小參)때 이 이야기에서
“금부처는 용광로를 건너지 못하고”한데까지를 들어 말하였다.
“여기에 이르러서는 인연이 있는 것과 형상이 있는 것과
명칭이 있는 것은 모두가 세울 수 없다.
만일 참 부처가 집안에 앉았다면,그 때에 삼세의 부처님이 우러러볼 수없고
역대의 조사가 전해 가질 수 없고, 천하의 노화상이 종횡무진 이야기해도
말로는 다할 수없다. 오직 자기 자신이 깊이 증득하여야 한다.
마치 사람이 물을 마시면 차고 더움을 자기만이 아는 것과 같아서
오직 제 자신만이 분명히 알지언정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느니라.“
운문고(雲門杲)가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어 깔깔 웃으면서 말하였다.39)
“이 무슨 말인고? 하나만 알고 둘은 알지 못했도다.
나는 그렇지 않으리니,금부처는 용광로를 건너가야 하고,
나무부처는 불을 건너가야 하며,
진흙부처는 물을 건너가야하고,
참부처는 머무를 곳이 없다 하리라.
대중들이여, 알겠는가?
금부처는 용광로를 건너가야 하나니 도가니와 풀무를 다 갖추어야 하고,
나무부처는 불을 건너가야 하나니 재가 날리고 연기가 멸해야 하며,
진흙부처는 물을 건너야 하나니 그로 하여금 근원에 돌아가게 해야 하고,
참부처는 머무를 곳이 없나니 걸음마다 자취가 끊어졌도다.
그러므로,‘부처님계신 곳에 머무르지 말고 부처님 계시지 않는 곳은
급히 달려 지나가라’고 말했느니라.
여러분은 12시각 가운데 어디에 몸과 목숨을 두려는가?
만일 그곳을 알면 장차 열반당(涅槃堂)에서 손발을 허둥거리는 꼴을 면하겠지만,
혹시라도 그렇지 않다면 사건들이 눈앞에 스쳐 지나가는 것만을
늙음이 머리에서부터 오는 줄을 깨닫지 못하는 격이 되리라. 참(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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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조가 눈에 서서 팔을 끊고 법을 구했는데,그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 서 있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더욱 헤아림과 분별을 내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23)자호는 조주의 제자이니 제13권 제499칙 참조.
자호가 문 앞에 패를 걸었는데,
거기에 쓰기를 “여기에 개 한 마리 있으니, 위로는 사람의 머리를 물고 아래로는 사람의 다리를 문다.
따지고 망설이면 생명을 부지하지 못한다”하였는데,
여기서 말한 참부처라 한 것이 가장 삿되다는 뜻으로서 어느 것이 참부처가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맑은 바람 어디엔들 불지 않으랴”라고 하였다.
24)파조타는 제5권 제153화에 있는 화두이다. 파조타 화상이 주장자로 조왕신을 때려
부수니,푸른 옷에 높은 관을 쓴 동자가 나타나서 사례하기를 ,
“지난날에 나 자신을 저버리고 산 것이 후회된다”하였으니,
이는 나무 부처가 불을 건너는 참부처의 경지임을 뜻한다.
25)지해의 다섯 게송 중 처음의 넷은 네 가지 부처를 모두 부정하였고,
마지막의 하나는 네 가지 부처를 모두 긍정하였다.
26)덕산은 천황도오(天皇道悟)의 법사.그는 항상 등신불을 존중하는 태도가 적었다.
그의 제자인 설공(薛公)은 무릉(武陵) 태수(太守)인 설정망(薛庭望)을 가리키는데,
덕산은 그에게 부처님께 절을 하라고 시키고는 그가 절으 f할 적마다 부처님을 보면서
“이나귀야”하라 했는데 옛 일을 송한 것이다.
27)제9권 제311칙의 일이다. 나무부처도 거짓이니, 태워서 추위나 막는 것이 옳다.
그러기에 그를 꾸짖은 원주의 눈썹이 빠진 것 아닌가 함이니,
나무부처를 끝내 긍정하지 않은 것이다.
28)진흙부처가 물을 건너지 못하는 까닭은 물에 넣으면 풀어지기 때문이다.
이 풀어지는 꼴을 보는 이 모두가 손뼉을 치고 기뻐한다는 뜻이어서 진흙부처의 존재를 긍정하지 않는
말이다. 그리하여 영경 화상이 불상을 수장한 예까지 들었다.
29)참부처가 뱃속에 앉았으니 얼마나 괴로웠겠으며,9년동안 소림에 혼자 앉아 있었으니,
남과 이야기 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앉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궁상스러우랴 하고 비꼬는 말이다.
30)모두가 지성껏 섬기기만 하면 불조와 동일하게 된다는 뜻으로서 모두를 긍정하였다.
31)고려대장경에는 수(須)로 번역하였다.
32)금을 사람과 경계의 중간으로 간주하여 체(體) • 용(用)• 빈(賓) •주(主)가 구족함을
나타내었다.
33)그때마다 몇 개씩 먹는다 함은 ,나무부처를 깎아서 만든다는 뜻이다.
34)속에 앉았다는 일을 긍정한 것이니,참부처의 경지가 어찌 그런 말로 동정하랴.
그러므로 바보 선생이라 했다.
35)나무.흙.금 부처가 낱낱 32상이니, 아흔 여섯이요, 근본 참부처를 합하면
아흔 일곱 가지이다.
36)유명한 화가.
37)제9권 제321칙 참조.
38)부처님의 음성.
39)조주의 말에 세 부처가 참부처라는 말을 긍정한 말이다.
40)“여러분도 내가 깔깔 웃는 일을 수긍한다면 그야말로 나의 수명,즉 혜명(慧命)이 형통하기
시작하는 날이다”란 뜻이다.
*434-1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