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보조인이 앞장 서서 지역 사회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중증 장애인 활동 보조를 하다보면, 가끔 쉽게 할 수 있는 것인데 힘 들여 어렵게 하거나, 고생했지만 이용자와 보조인 서로에게 감정적 상처만 남기는 일들을 흔히 목격하게 된다. 상호 소통이 잘 안 되고 그 결과 오해가 쌓이면서, 유대감이 흔들려 의도하지 않은 실수까지 하게 되는 등등.
그 이유 중 하나에 장애인과 보조인 모두에게 필요한 상식의 부족이 분명히 포함된다. 이를 테면, 언어 장애가 있는 장애인을 처음 만난 보조인은 마음이 답답해지기 마련이다. 비장애인과는 달리 한 호흡이 늦은 언어 장애인의 자기 주장과 어눌한 발음에 적응되지 않았기 때문. 그래서 마치 외국어와 같은 말을 듣다가 요행히 한 두 단어를 알아들으면, 그 단어를 엮어 지레짐작하기 마련이다. 말하는 장애인도 속이 터지기는 매한가지.
또한 중증 장애인일수록 빈곤 가정의 가족인 경우가 많은데, 외출을 돕기 위해 가정 방문을 해보면 지하철역에서 내려 마을 버스를 갈아타고 또 가파른 골목길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활동 보조인의 입에서는 한숨이 나오기 마련이다. ‘과연 할 수 있을까?’
당연히 할 수 있다. 활동 보조가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장애인과 지역 사회의 통합이며, 보조인은 이 통합을 돕는 역할이지 않은가. 즉, 보조인이 앞장 서서 지역 사회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1. 112, 인근 파출소를 이용하라.
만일, 눈이나 비가 와서 노면이 미끄러워 자칫하면 보조인과 장애인 모두 부상을 입을 수 있다고 예상되면 주저하지 말고, 파출소에 전화하여 도움을 받도록 한다. 파출소를 이용하는 건 조금도 어렵지 않으며, 국민의 당연한 권리 중 하나다. 파출소 직원 역시 도움 요청을 거부하지 않는다. 혹시 파출소 직원이 머뭇거린다면, 그는 장애인을 보조한 적이 없는 신출내기일 경우가 많다. 그 때는 ‘도움이 필요하니 와달라.’고 당당히 말하여 그 직원의 편견을 깨야한다. 파출소를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112만 누르면 빙고.
2. 119를 이용하라.
활동 보조가 필요한 장애인이 병원을 이용하거나, 외출 도중 전동 휠체어가 고장났다면 보조인인 당신이 취해야 될 행동은 119를 부르는 것이다. 활동 보조인이 ‘조금 어렵겠지만 이 정도는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항상 관심을 갖고 중심에 있어야 할 사람은 장애인이며, 이와 함께 활동 보조인도 절대 다쳐서는 안 된다.
전동 휠체어의 고장 시 119를 부를 땐 119 요원들에게 장애인에게 전동휠체어가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야 한다. ‘비장애인이 다리가 부러지면 걷지를 못해 119를 이용하는 것처럼, 장애인에게 전동휠체어는 다리와 같기 때문에 119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119를 이용하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간단하다. 그리고 장애인은 고생할 필요 없이 안전하고 편하게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
3. 공익근무요원(공무원)을 이용하라.
공익 근무요원은 구청, 보건소, 동사무소, 지하철, 공원, 도서관 등 공익적 활동이 필요한 곳 어디에나 있다. 또 이곳은 장애인이 자주 이동하는 장소다. 만약, 휠체어가 진입하기 어려운 곳에 동사무소가 있다면 동사무소에 전화하여 공익 근무요원을 보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당연히 온다.
특히, 계단을 이용할 때는 두 명의 공익 근무요원을 보내달라고 해야 한다. 휠체어의 특성상 아래보다 손잡이 부분이 더 무겁기 때문에 두 명이 손잡이를 잡고, 보조인은 휠체어 아래를 잡고 이동하도록 하자.
이외 은행 등을 이용할 때는 직원이나 청원경찰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며, 이건 고객 서비스 차원이기에 정당한 요구이다.
4. 기타
장애인이나 활동보조인에게 디지털 카메라가 있다면, 이동 시 카메라를 갖고 다닐 것을 권유한다. 보기를 들자면, 장애인 주차장에 비장애인이나 이용 자격이 없는 경증의 장애인이 주차했을 시 이를 찍어 구청의 관련 부서에 고발하고, 위드뉴스 등 인터넷 신문에 알릴 때 장애인의 권리는 향상되고, 중증 장애인의 지역 사회 통합이 가속될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의 위력은 의외로 강하다. 관공서에서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카메라만 들이대도 공무원은 금방 말꼬리를 흐린다. 이도저도 안 되면, 달리 고민할 필요가 없이 위드뉴스 등 장애인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부당함을 호소하라. 114로 전화해서 해당 신문사 전화번호를 물어보면 된다. 참고로, 장애인 등록이 된 전화의 114 서비스는 무료다.
보조인들은 흔히 자신의 힘만으로 장애인을 보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활동 보조는 자원봉사가 아니며, 헌신적인 정신만으로는 어렵다. 따라서 가사일 보조 등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출 시 제공하게 될 활동 보조는 활동 보조인 스스로가 주위에 있는 모든 자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자세를 가질 때 장애인과 보조인이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제일 중요한 자세는 먼저 장애인에게 물어보고, 장애인의 의견과 활동보조인의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든 일방적인 의견 전달은 감정적인 손상만을 남긴다. 또 긴밀하게 의견을 주고 받는 관계는 진정한 의미의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