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덮친 물폭탄… 산사태-침수로 2명 숨져
6일 전남 광양시 진상면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흙더미가 덮친 주택을 소방당국이 중장비와 119 구조대를 동원해 수색 및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수색 9시간 만인 오후 2시 55분경 실종자 이모 씨(82·여)는 주택 옆 골목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남 해남군에서는 불어난 계곡물이 주택을 덮치면서 박모 씨(69·여)가 숨졌다. 이날 남부 해안지역에 시간당 74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와 주택 침수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광양=박영철 기자
광양 290mm 물폭탄에 뒷산 와르르
주택 4개동 삼켜 80대 1명 숨져
해남 계곡물 불어 인근 주택 덮쳐 일가족 5명중 1명 숨진채 발견
곳곳 하천 범람-침수 피해 잇따라… 7일부터 전국이 장마 영향권
지하차도 고립 운전자 구조 6일 오전 전남 순천시 서면 압곡리의 한 지하차도에 집중호우로 화물차가 침수되면서 고립된 운전사를 구조대원이 구조하고 있다. 순천=뉴시스
6일 오전 6시경 하룻밤 새 290mm 가까운 물 폭탄이 쏟아진 전남 광양시 진상면 비평리의 한 마을에서 마을 뒷산이 무너져 내렸다. 마을로 쓸려 내려온 흙더미가 순식간에 주택 4개 동과 창고 3개 동을 삼켰다. 주민 3명은 가까스로 몸을 피했지만 이모 씨(82·여)는 흙더미에 깔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310여 명의 소방 인력이 구조 작업에 나섰지만 이 씨는 사고가 난 지 9시간 뒤인 오후 2시 55분경 주택 옆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의 아들 서모 씨(55)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산사태가 나기 전 우르릉 쾅쾅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어머니가 서둘러 피신하다 미처 흙더미를 피하지 못한 것 같다”며 울먹였다.
산사태가 난 마을 위쪽에는 단독 주택 3채를 새로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주민들이 ‘공사장에서 토사가 흘러내리니까 공사를 중지해 달라’는 민원을 지난해 5월부터 4차례 제기하자 광양시는 지난달 업체에 안전성 검토를 요구했다. 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집에 돌 2개가 굴러떨어져 공사가 중지된 적도 있다”며 “산사태가 날 당시에도 공사장은 흙을 노면보다 1.5m 높게 쌓았고 배수로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보성군도 밤새 내린 비로 이날 0시 반 산사태 경보가 발효됐다. 12개 읍면 주민 650명이 마을회관과 경로당으로 몸을 피했다가 6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갔다. 전남도는 보성 장흥 해남 고흥 등 12개 시군에 산사태 경보를 내렸고 주민 1만2000여 명이 대피했다.
같은 날 0시 44분경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 계곡 인근 주택에서 “폭우로 물이 넘친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구조대원들이 출동해 배수 작업을 했지만 갑자기 계곡 물이 불어 일가족 5명이 휩쓸려 내려갔다. 구조대원이 40대 부부와 초등학생 2명은 구조했지만 박모 씨(69·여)는 오전 3시 반경 숨진 채 발견됐다. 진도군에서도 진도천이 범람해 5가구 11명이 대피했다. 순천∼익산을 잇는 철도 6편의 운행이 중단됐고 항공기 6편이 결항됐다. 여객선 21개 항로 33척도 통제됐다.
전북 익산시에서도 중앙시장과 매일시장 상가 200개가 갑자기 쏟아진 비에 침수됐다. 건물 6동과 도로 7곳이 잠겨 긴급 복구가 진행 중이다.
많은 비가 순간적으로 한꺼번에 내리면서 피해가 컸다. 기상청에 따르면 6일 새벽 전남지역에서는 △장흥군 관산읍 시간당 74.0mm △강진군 마량면 73.5mm의 비가 내렸다. 6일 오후 5시 기준 이틀 동안 내린 비는 △해남군 현산면 529.5mm △고흥군 418mm △광양시 백운산 261.5mm 등이다.
장마전선은 7일까지 남부지방에 비를 내리다 서서히 북상할 것으로 보인다. 7일부터 11일까지는 전국이 장맛비의 영향을 받는다. 기상청은 “오랜 기간 비가 내리면 지반이 약해져 축대 붕괴나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으니 기상정보를 계속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광양=이형주 기자, 전주=박영민 기자, 강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