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함에 따라 핵EMP(전자기펄스) 공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요, 마침 최근 서울시에서 ‘북 EMP 위협과 서울 도시기능 유지방안’을 주제로 안보포럼을 개최, 북한의 EMP 위협 현실화에 대비한 방호 체계와 대응책을 논의해 오늘은 이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북, 6차 핵실험 뒤 핵EMP 위협 부각
먼저 북한의 핵EMP 위협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6차 핵실험에 맞춰 지난 2017년9월 “전략적 목적에 따라 고공에서 폭발시켜 광대한 지역에 대한 초강력 EMP 공격까지 가할 수 있다”며 잇따라 EMP에 대한 언급을 했는데요, 전자기 펄스를 의미하는 EMP(Electromagnetic Pulse)는 전자 장비를 파괴하거나 마비시킬 정도로 강력한 전자기장을 순간적으로 내뿜는 것입니다. 핵폭발 시 강한 X선, 감마선 등이 발생하는데 지상에서보다 고도 수십~수백㎞ 고공에서 폭발할 때 훨씬 더 큰 EMP 피해를 초래할 수 있지요.
핵폭발에 의한 EMP 효과는 1960년대 초반 미국 핵실험 중 발견됐는데요, 1962년 7월 태평양 존스턴섬 상공 400㎞에서 미국이 핵실험을 위해 수백㏏(1㏏은 TNT 폭약 1000t 위력)의 핵무기를 공중 폭발시켰습니다. 그러자 1445㎞나 떨어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교통 신호등 비정상 작동, 통신망 두절, 전력회로 차단 등 이상한 사건이 속출했고, 700여㎞ 떨어진 곳에선 지하 케이블 같은 것도 손상됐습니다. 핵폭발 시 폭풍, 열, 방사능 피해만 생기는 걸로 알고 있던 과학자들은 당황했는데요, 그 원인이 EMP였음이 뒤에 밝혀진 것입니다.
지난 12월12일 서울시 제2회 안보포럼에서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의 핵EMP 예상피해 발표 내용. 지구 자기의 영향으로 EMP 피해는 말발굽형으로 발생해 남쪽으로 치우치게 된다./이상민박사 제공
1990년대 이후 전자기기 사용이 크게 늘면서 고공 핵폭발시 생기는 EMP의 파괴력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커지게 됐습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IT 강국인 우리나라는 북한에 비해 EMP 공격에 훨씬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핵EMP는 김정은의 ‘가성비 갑’ 공격무기
핵무기를 지상에서 폭발시켰을 때에 비해 고공 핵폭발은 폭풍, 열, 방사능 등에 의한 인명 살상 피해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핵무기 사용에 따른 비난을 덜 받을 수도 있겠지요. 현실적으로 쓰기 매우 어려웠던 핵무기가 ‘쓸 수 있는’ 무기가 되는 것입니다. 김정은과 북한군 입장에서 핵 EMP 공격이 ‘가성비 갑’인 매력적인 공격무기가 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지난 12일 서울시청에선 오세훈 시장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을 비롯, 서울 통합방위협의회 위원, 안보정책자문단, EMP 분야 국내 전문가와 민간 기업 임원진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북 EMP 위협과 서울 도시기능 유지방안’ 안보포럼이 열렸는데요, 포럼은 ▲ 핵·비핵 EMP에 대한 정의와 위협 ▲ EMP 관련 세계적 동향과 방호 관련 기술적 수준 ▲ EMP 공격 시 서울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등 5개 토론 세션으로 진행됐습니다.
지난 12월12일 서울시 제2회 안보포럼에서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의 주제발표 내용./이상민박사 제공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이 ‘북 EMP 위협에 따른 서울시 도시기능 유지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했는데요, 세밀한 데이터 등 구체적인 실태 및 대책 제시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실장은 전기,통신,데이터센터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일명 ‘서울(ABC·Alive in the Big Cave) 프로젝트’를 제안했습니다.
◇ “전기.통신은 도시의 혈관이자 신경망, 데이터센터는 뇌”
그는 “서울은 안보와 경제의 중심”이라며 “서울 프로젝트는 화재·충격파·화생방 오염물질의 위협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분절된 지하공간을 연결해 하나의 동굴을 구축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위험 상황시 지하에서 이동하고 거주하는 제반 활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서울 프로젝트’엔 서울시 EMP 위원회 설립, 현대전 양상을 고려한 도시형 방호체계용 K-인프라 시제품 개발과 주요시설 시범 적용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실장은 “전기와 통신은 도시의 혈관망이자 신경망이고 데이터센터는 뇌”라며 “K-인프라 개발과 함께 서울 프로젝트를 추진해 EMP 방호는 물론 전쟁·테러·재난·사고를 동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북한 EMP 위협에 따른 서울시 도시기능 유지 방안 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어진 토론에서는 민경령 스페이스앤빈 대표, 손창용 국립전파연구원 전파환경안전과장, 최낙중 전 국군지휘통신사령관 등이 EMP의 세계적 동향과 핵·비핵 EMP 위협에 대한 서울시 차원의 대응 방안 등을 설명했습니다.
◇ 이례적으로 한달새 두차례 안보포럼 개최한 서울시
포럼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한 오 시장은 “최첨단 과학기술과 전기·통신·데이터 등이 초연결된 수도 서울에서 도심 주요시설이 마비되었을 때를 가정한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1000만 시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챙긴다는 마음으로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안보 상황 변화를 주시해 시민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드리고 서울의 방호태세를 더욱 튼튼하게 지켜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달 1차 안보포럼에서 최첨단 과학기술이 가져온 무기체계의 변화와 안보 상황의 변화를 시리즈로 다뤄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었는데요, 서울시는 지난달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전시(戰時) 방호대책 안보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지자체에서 한달 사이에 안보 포럼(토론회)을 두차례나 연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로,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봅니다.
지난 12월12일 서울시 제2회 안보포럼에서 전기,통신,데이터센터의 회복 탄력성 강화 방안을 제시한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의 주제발표 내용./이상민박사 제공
이번 세미나에서도 강조가 됐습니다만 전기, 통신, 데이터센터는 전시에 서울시 등 우리나라 기능을 유지하는 3대 핵심요소인데요, 바꿔 얘기하면 북한의 핵EMP 공격 등에 취약한 ‘3대 아킬레스건’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비단 서울시만의 문제가 다른 대도시 등 대한민국 전체의 ‘3대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겠지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가장 시급하게 원했던 물품 중의 하나가 가정용 발전기라는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 핵EMP 대비, 국민적 공감대 확보와 홍보 중요
핵EMP에 대한 대비는 엄청난 돈과 노력이 필요한 만큼 왜 이게 중요한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서울시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들의 가슴에 와닿을 수 있는 홍보도 중요할 것입니다. 아울러 지자체인 서울시에서 안보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국방부 등 중앙 부처와 군 당국도 ‘자극’ 받고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