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부터 내린 비가 오늘 오전까지 내려서
이틀 동안 집에만 있었다.
비가 그치고 살며시 구름을 걷어내며 해가 나와
뜰에 나가 미루고 있던 잡초를 뽑았다.
영하로는 내려가지 않는 겨울날씨지만 화초들은
이 계절엔 마디게 자란다.
그런데 잡초는 역시 이름대로 어느 계절이든
어디서든 잘 자란다.
양달개비를 뽑아냈다.
화단에 양달개비를 심은 적이 없었는데
지난가을에 그게 자라난 걸 보고 반가웠다.
파란색 꽃이 피는 양달개비를 보니 어렸을 적
추억 하나가 새록새록 떠 올랐다.
우리 마을은 세 군데로 나누어져 있었다.
윗마을 (웃말 ) 아랫마을 (아랫말 ) 통미였는데
우리 집은 윗마을에 있었다.
얕은 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고
산에서 모여진 물이 흘러내리던 개울이
마을옆으로 있었다.
가재랑 물고기도 살고 있는 거기에
가끔 혼자서 놀러 갔었다.
어느 날 그 개울을 따라 마을로 내려오다가
미나리가 많이 모여 자라는 곳을 발견했다.
작은 소쿠리를 들고 가서 미나리를 뜯어
오는 날은 엄마가 좋아하셨다.
알맞게 크고 연하게 자란 미나리로 만든 반찬을
아버지가 잘 드셨기 때문이다.
씀바귀나 미나리 반찬이 왜 맛이 있는 것인지
어른들 입맛이 참 이상하다 생각을 하면서도
그 시절 나는 나물 뜯는 것을 재미있어했다.
그곳은 나만의 보물 창고며 비밀 장소였다.
거기에는 양달개비도 많았는데 미나리보다
더 영역을 넒혀가고 더 잘 자랐다.
듬성듬성 작게 파란색으로 피는 꽃이
신기했는데 나는 양달개비가 좀 밉기도 했다.
꽃이라도 화려하게 많이 피던지 하는 생각으로
양달개비를 헤쳐가며 미나리를 뿌리 윗부분을
잘라왔다
누가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가르쳐
준 적도 없었는데 그렇게 했다.
지금도 나는 가끔 나물을 뜯으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때 그 양달개비가 내 뜰에서 보였을 때
많이 반가웠다.
어디서 어떻게 왔을까?
화초로 키우려고 화분 하나를 마련해 주었다.
나중에 보니 화단 여기저기에 양달개비가
자라고 있었다.
아마 화원에서 사 온 거름에 씨가 딸려 왔나 보다.
사람 마음이 그런가 아니면 내 맘만 그럴까?
하나 일 때는 화초로 생각을 했는데
여러 개가 있으니 잡초로 보였다.
그래서 오늘 하나만 남기고
다른 양달개비는 뽑아서 쓰레기로 내놓았다.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내 허락 없이 자라나는 식물을 모두 놔두기엔
화단이 그리 넓은 편이 아니다 .
그래도 웬지 좀 섭섭해서 잘 자란 양달개비로
하나는 뽑아내지 않았다 .
고향의 그 산개울은 지금도 있을까?
거기서 가재나 물고기가 살고 있을까?
나만의 비밀장소였던 그곳엔 미나리가
자라고 있을까?
그 시절 그곳이 많이 그리운 날이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양달개비 모른다고 무식은 아니옵니다 .
구봉님께서 늘 즐겨 들으시는
클래식을 전혀 모르는 제가 무식이지요
미나리 데쳐 갖은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쳐서
먹고 싶어하는 초로의 여인이 되었네요 ㅎㅎ
도시에서 자란 사람보다
자연의 풍경에 대한 사랑이 커서
지금의 아녜스님으로 되신 것 같아요.
시골생활이 자연학습에 도움을 주고
정서적인 면에서도 큰 바탕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잔잔하게 펼쳐지는 글,
정감나게 잘 읽었습니다.
읽는 이로 하여금,
편안한 생각으로 글을 읽습니다.
콩꽃님 말씀이 맞는것 같습니다 .
어릴적 그렇게 커서 그런지 지금도
그런게 좋네요 .
수필방이 한산하게 느껴져
자리 채울겸 썻습니다 .
내 허락없이 자라는.....아이고
꽃 도사님 앞에서 실컷 웃고 갑니다.ㅎ
ㅎㅎㅎ
그러게요 . 가끔 그런일이 일어나긴 해요 .
제가 딴데 정신 팔고 있을때 죠.
꽃 사랑을 하긴 해도 도사님은 아닌것 같아요.ㅎㅎ
화초와 잡초의 차이... ㅎ
잔잔하게 쓰여진 글에
고향의 천진했던 어린 시절을 떠 올리며
잠시나마 행복한 미소를 짖고 갑니다!
화초와 잡초의 정의가 애매하긴 해요.
보는 이의 판단이라 저는 돈 주고 산것은
여러개가 있어도 화초라 이름 붙이고
저절로 난것은 잡초라고 부릅니다 .
동그라미속에 7 자가 있는것을 보니
우영님은 높은분이신가 보다 생각합니다 .
고맙습니다 .
아녜스님의
고향풍경이
떠올려지네요.
"얕은 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고
산에서 모여진 물이 흘러내리던
개울이 마을옆으로
있었다."
파란 양달개비 피고,씀바귀와 미나리도 자라는 곳.
따뜻하고,아담한 마을,그리고 시냇물
지금도 변치않고
아녜스님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런 시골 이었습니다 .
수년전 고향을 방문 했을때 느낌이 전혀
다르더군요 .
시냇물은 좁고 산은 낮고 길도 좁고
아주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
오빠한테 그 느낌을 말했더니
넓은곳 , 높은 건물 , 넓은 도로 , 한강
그런것에 제가 익숙 되어서 그렇다 했어요.
언젠가 다시 고향을 방문 해 보렵니다 .
좋은 주말 되세요 해전 2님
양달개비 찾아보니 생김이 예쁩니다.
저는 먹는 나물 못먹는 나물 잘 구분하고 캐는 사람이 그렇게 부럽더군요.
어릴 적 아녜스님의 고향 풍경에 저도 잠시 쉬었다 갑니다.
미나리는 잘 자라고 있을 겁니다.
마음자리님이 나물 캐실려구요?
모르셔도 괜찮습니다 ,ㅎㅎㅎ
마음자리님이나 저는 고향에서 너무
멀리 와 있네요 .
제 고향은 세종시가 되었습니다 .
미나리의 안부를 물으로 고향 방문
한번 해 보려 해요 .
주말 잘 보내세요 .
양달개비 이름은 익숙한데 막상 어찌 생겼는지
쉽게 머리에 떠오르지는 않네요. ㅎ
옛 정겨운 시절의 회상이 잔잔합니다.
꽃과 더불어 항상 행복하세요.
보라 콩꽃처럼 생긴 꽃이 핍니다.
잎의 껍질을 벗겨
셀을 현미경으로 보는 게
고등학교 교재에 나오기도
했습니다.잎은 길쭉한 게
아마릴리스 비슷하려나요.
한스님은 도시서 자라셔서 그런것을
잘 모르시는것 같습니다 .
촌 동네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었어요.
꽃을 보면 행복합니다 .
모든 이들도 그러리라 생각 합니다 .
건강 하시고 즐거운 나날 되세요 .
아네스 님이 지난 번 댓글에서 겨울 산 같다고 하셔서
아예 직접 찍어 봅니다.
어떤 사진이 나올까 저도 좀 궁금합니다.
일주일 지난 산인데 가지마다 새 순이 돋아난 모습입니다.
언뜻 언뜻 초록빛이 보이네요.
그새 새움이 트나 봅니다.
흙길 산책은 건강에 매우 좋다 들었습니다 .
가벼운 산책하기 좋은 곳에 머무르고
계시니 건강에 많이 도움이 되시리라 짐작 합니다 .
사진 올려 주셔서 감사 합니다 .
정지용 시를 가곡으로 만든 ㅡ고향 ㅡ이 생각나군요. 이제 고향은 우리 마음속에서만 있습니다
저도 그 노래를 들을때 가사가 제 맘 같았습니다 .
마음 속에 있다가 가끔 떠오르는 기억으로
고향이 제게 다가 옵니다 .
이 봄도 좋은 날들 보내시길 바랍니다 .
울아녜스님 고운 마음 닮은 순수한
자연을 떠올려 보게 하는 울아녜스님 글 잘 보고 갑니다.
양달개비 꽃을 울동네 과일가게 아는 동생이 재작년에 줘서 울집 밖 담장 밑 작고 길다란 화분에 심어 놨더니 해마다 장미와 함께 고운 꽃을 피워 내 바라보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곤 합니다. ^^♡
양달개비를 꽃으로도 심는군요 .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
파란색 꽃은 흔치 않아서 저는 신기해 했습니다 .
순수수피아님이랑 저는 통하는게 있나 봅니다 ㅎㅎ
@아녜스
양달개비가 아니고 보라털개비를 양달개비로 제가 착각을 했습니다. ㅎ ^^♡
어느 날 그 개울을 따라 마을로 내려오다가...
‘그 소년과 마주쳤다’
이렇게 써져 있기를 기대했는데 미나리와 마주치셨군요. ㅎㅎ
어디에 어떻게 자리하느냐에 따라 화초도 되고 잡초도 되듯이
자기 자리를 잘 찾아 서있는 지혜도 필요하지, 생각했습니다.
고운 글 잘 읽었습니다.
그랬으면 더 좋았을텐데요 ㅎㅎㅎ
자기 자리를 잘 찾아 서 있는 지혜
그 말씀 참 좋습니다 .
늘 생각하고 배우며 깨우치고
살아야 그 지헤을 알것 같습니다 .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
조곤조곤 참 이쁜 소녀 였을것 같은데
지금도 그런가요?
씀바귀 양달개비는 낯설고~~
그렇지 않은것 같습니다 .
여전히 촌티도 못 벗고
대충 살아가고 있으니 뭐~~~
남사스런 프로필 사진 바꾸시면
좋겠는데 단풍님 맘이니 어쩌겠나요?
돌미나리는 키가 작아요.
먹고 싶지 않던데요.
양달개비 사진을 찿아 올릴까 하다
그만 뒀습니다.
내 컴에 저장을 해야 여기 올릴 수 있거든요.
이제 그런 게 귀찮아요.
아버지를 생각하며 미나리를 뜯는
어린 아녜스님은 지금처럼 똑 같으시네요.
맞아요 프로필 사진보니 머리도 새까맣데요 ~ 소녀 같던데요
양달개비 사진 찍었어요 .
아직 꽃은 없네요 .
거기에 있던 미나리는 제법 키도 크고
연두색으로 연하고 거머리도 없어서
좋은 반찬 재료가 되었지요
밑에 단풍님 댓글이 재미있어 웃었습니다.
검은 머리는 물 들이면 되는걸요 뭘 -
@아녜스
변종같아요.
제가 찿아 볼께요.
물가나 그늘에 양달개비가
많았습니다.
오늘은 바빠서 저녁에 시간되면
검색해서 조선 양달개비
사진 달겠습니다.
오늘 강남에 있는 봉은사의 홍매화를 구경했는데 둘레에 앙상한 나목들의 이름을 몰라서 잎이나 꽃이 필 시기에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돌아 왔습니다
근데 저도 닭의 장풀 혹은 달개비는 꽃을 보면 아는데 어린 새순으로 구분을 하신다니
관찰력이 대단하시네요
덕분에 어린시절로 추억여행을 떠나보네요
고맙소이다 ㅎ
봉은사에 벌써 홍매화가 피었나 봅니다 .
홍매화는 이른 봄꽃이네요 .
페르님이 예전에 쓰신 댓글을 기억합니다 .
동작교와 잠수교 사이의 한강에 자주
갔다고 한 제글 이었지요 .
달개비 이름이 특이해서 잊지 않은것
같습니다 .
닭의 장풀 은 또다른 이름이었다는것이
페르님이 주신 댓글로 기억이 났습니다.
고맙습니다 .
가재 미나리..취학전 제 어린시절을 소환해주셨네요
비위상하던 미나리향이
향긋해서 좋은건 나이탓일까요?
미나리 한봉지 사와야겠습니다
양달개비검색해보니 저도 많이본 식물이네요
올려주신 사진은 화초로 키우는
양달개비인지 꽃이 많이 피었네요 .
저도 이젠 미나리 , 쑥갓 , 깻잎 , 취나물..
그런 향이 좋아졌답니다.
좋은 휴일 보내세요 .
@아녜스 찿아 봤는데 이전에 봤던 것과
같은 걸 못 찿았습니다.실패!
동네 공원에 호수가 있지만,
미나리를 키울만한 물가가 없어서
울동네에선 볼 수가 없지요..
하기사 있다 한들,
야생에서는 미나리인지 잡풀인지
심지어 삼산이 있다한 들, 잡풀과
구별을 하지 못하는 서울 촌넘인지라..
돌미나리 씨앗을 사서 마당 한구석에
뿌렸는데, 물이 안가는 곳이었는지?
동물들이 캐먹었는지 자라지 않더군요.
남들은 잘 자란다 하던데..ㅠ
깻잎 이외에는 부추 등 여러 채소를 키워도
잘 안되는 진흙밭 야산이어서...
이번에 씨앗 사가지고 돌아 가면은,
영역을 표시해두고 물을 열심히 주며
키워봐야겠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