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_6 아시아 최고가드
양동근이 제대로 된 성인 국가대표팀으로 첫 출전하려고 했던 대회는 2006년 7월 시리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FIBA 아시아 스타코비치컵 남자농구선수권대회였다. 시리아농구연맹이 중동지역 정치적 상황 때문에 갑작스레 이 대회를 취소했다. 양동근은 “시리아에서 하는 거였는데 인천공항까지 가서 기다리고 있을 때 입국허가가 안 나서 비행기를 못 타고 다시 돌아왔어요. 내전이 있어서 위험하다고 대회가 취소되었는지, 우리만 안 갔는지 아무튼 참가하지 않았어요”라고 기억했다.
양동근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공식대회가 아닌 친선대회였던 2006년 8월 서울에서 열린 월드바스켓볼챌린지(WBC)에서 데뷔했다. 일본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려 한국은 터키(67-70), 리투아니아(81-83), 이탈리아(61-96), 미국(63-116)과 맞붙는 경험을 쌓았다. 특히, 미국에는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카멜로 앤서니, 크리스 폴 등이 버티고 있었다. 양동근이 대표팀에서 만난 최강의 팀이었다. 양동근은 “조금 출전했는데 벽이에요, 벽! 같이 뛰면서 ‘엄청나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뭐 어떻게 해볼 게 없었어요. 손만 들고 있는데 (패스) 줄 때도 없고, 돌파할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고. 제가 해보고자 하는 동작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어요. 경기 때 ‘이거 해봐야지’, ‘저거 해봐야지’라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요”라고 미국과 경기를 떠올렸다.
양동근은 WBC 대회를 마친 뒤에는 “최부영 감독님께서 공격할 때는 (김)승현이 형을 보내다가도 수비할 때는 절 내보내시더라고요. 제가 잘하는 부분을 인정해 주신 거라 기분 좋게 받아들였습니다(스포츠경향 ‘[해피토크] 모비스 양동근 “자신감과 열정이 내 진화 원동력”’에서 가져옴)”라고 했다. 세대교체에 들어간 대표팀에서도 인정을 받기 시작한 양동근은 국제대회를 경험하며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양동근은 “국제대회를 한 번 나갔다 오면 상대가 압박하는 느낌 자체가 달라요. 아시아권이라고 해도 중동 선수들이 신장도 크고 힘도 좋아요.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경기를 뛰어보면 그 선수들만큼 힘을 줘서 운동하는 선수들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좀 더 자신감을 얻었어요”라며 “그런 선수와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어요. 몸은 그걸 느끼는 거 같아요. 국제대회 경험이 심적으로, 신체적으로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되었죠. 어린 선수들이 모든 농구를 다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이 선수, 저 선수 다 만나보고, 외국 나가서 다른 템포의 농구와 부딪혀봐야 해요”라고 했다
10년 동안 대표팀에서 최악과 최고의 순간을 경험한 양동근은 2015년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 비록 성적은 6위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양동은 아시아 최고 가드라는 걸 입증한 대회이기도 하다.
양동근은 1차 예선 3경기에서 평균 20.5점(전체 6위), 8.5리바운드(전체 10위), 6어시스트(전체 1위)를 기록했고, 2차 예선까지 6경기 평균 15.2득점 5.0리바운드 5.4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이란과 8강 맞대결에서 FIBA 현지 해설진은 “양동근은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모두 팀 내 1위다. 181cm 포인트가드가 팀에서 가장 많은 리바운드를 잡고 있는 것은 문제다. 한국은 현재 FIBA 아시아선수권 참가국 중 리바운드 최하위다”라며 “양동근은 한국의 모든 것이다. 이란이 양동근에게 엄청난 압박을 가하고 있다(루키 ‘한국-이란 현지해설, “한국은 투지 넘치는 팀”’ 기사에서 가져옴)”라고 했다.
양동근이 24점 10리바운드로 활약했지만, 중국과 1차 예선에서 전반 한 때 44-24, 20점 차이의 우위에도 전반 마무리가 좋지 못한데다 경기 막판 1분을 버티지 못해 73-76으로 졌다. 여기에 2차 예선에서 카타르에게도 63-69으로 패하며 8강에서 이란을 만나는 불운에 빠졌다.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에서 패한 아쉬움을 씻기 위해 독기를 품은 이란에게 62-75로 무릎을 꿇었다. 결국 대표팀은 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번 대표팀은 양희종, 윤호영, 하승진, 김선형, 오세근 등이 빠진데다 젊은 선수들(대학생 이종현, 강상재, 문성곤, 최준용)로 구성되었다. 양동근은 조성민과 함께 어린 선수들을 이끌며 고군분투했다. 대회 기간 중 이승현이 발목 부상을 당하고, 양동근도 허리와 아킬레스가 좋지 않아 인도와의 경기에서는 결장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시아 최고 가드로 불리기에는 손색이 없었다. 대회 첫 날과 이틀 날 베스트 5에 선정되었고, 중국 언론 매체가 통역을 기다린 끝에 양동근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연길 해설위원이 이 대회가 끝난 뒤 “양동근 선수는 그럼에도 아시아에서 최고 가드라는 걸 보여줬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선형은 “동근이 형은 아시아의 탑이었다. 필리핀의 지미 알라팍, 이란 포인트가드 마디 캄라니, 일본 도가시 유키까지 4대 천왕일 정도로 아시아에서 탑급이었다”라며 “왜냐하면 대표팀에서 경기를 해보면 득점력이 엄청난 건 아니지만 농구 자체를 잘 한다. 수비도 좋지만, 공격에서 운영도 할 줄 알고, 경기가 안 풀릴 때 어디가 약점이고, 어디가 강점인지 다 파악했다. 대표팀에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많이 배웠다”고 했다.
양동근은 언제나처럼 아시아 최고 가드라는 평가에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해요(웃음)? 대표팀에서 혼자 30분씩 뛸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우리가 우승했던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가드들 출전시간이 많아야 20분이에요. 스타일이 다른 가드가 저, 김선형, 김태술, 박찬희예요. 또 가드가 두 명 들어가면 슈터가 못 뛰고, 높이가 낮아져요. 수비와 리바운드가 안 되니까요. 가드 4명이 한 경기 출전시간을 나눠서 뛰면 많아야 15분에서 20분이에요. 2015년에는 제가 30분 정도 뛰었다고 하면 너무 저에게 치우친 거죠. 많이 뛰어서 그렇게 보이는 거예요. 기량은 운이 좋아서 잘 된 날도 있었고요”고 자신을 낮췄다.
FIBA는 양동근이 은퇴를 발표하자 FIBA아시아컵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시아컵에서 3개 메달을 땄던 양동근이 은퇴를 발표했다.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만큼 양동근은 아시아에서 인정받은 가드임에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