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_1 뗄 수 없는 인연 유재학 감독
유재학 감독은 양동근이 데뷔한 2004~2005시즌부터 2021~2022시즌까지 18시즌 동안 현대모비스를 이끌었다. 한 팀 기준 KBL 역대 최장수 감독이다. 양동근은 줄곧 현대모비스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다.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처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감독과 선수는 없다. 함지훈이 유재학 감독과 14시즌을 소화했는데 이 가운데 1시즌은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제대 후 합류한 짧은 시즌이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의 인연은 깊다. 유재학 감독은 양동근의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제 은퇴하는 날이라서 굉장히 아쉬움이 많고, 저도 (몸에서) 한 쪽으로 뭐가 떨어져 나간 느낌이다”고 했다.
양동근은 “유재학 감독님이 제가 신인일 때부터 말씀해주신 게 있었다. 가드는 슈팅력과 공격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무조건 슈팅력과 공격력을 갖춰야 한다고 제게 끊임없이 강조하셨고, 저의 강점을 살려주려고 하셨다”며 “유재학 감독님께서 도움을 주면서도 제가 못하는 걸 억지로 잘하게 만들려고 하지는 않으셨다. 잘하는 걸 더 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도움을 주셨다. 유재학 감독님은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분이시다. 17년이나 프로에서 뛸 수 있었던 원동력도 감독님이었다. 코트에서 저의 장점을 빠짐없이 다 끌어내주셨다. 제가 미처 표현을 다 못했을 뿐이지 감독님께도 감사한 마음이 너무 크다(루키 ‘[이동환의 앤드원] 6개 반지와 떠나는 양동근 "나는 역대 최고가 아니다"’ 기사에서 가져옴)”고 했다.
유재학 감독도 현대모비스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가드는 아무리 패스 감각이 좋아도 슛이 없으면 소용없다. 중거리슛 능력을 갖춰야 패스워크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며 “양동근은 정말 훌륭하다. 기량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프로로서 열성적인 훈련 태도, 모범적인 일상생활, 그리고 동료와 코칭 스태프에 대한 깍듯한 예우 등 흠잡을 데가 없다. 어떤 선수든 감독의 말을 따라야 좋은 선수가 되는데 양동근은 자기와 의견이 달라도 100% 감독의 말을 따른다. 이런 자세를 지니고 있기에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문화일보 ‘유재학은 어떻게 양동근을 만들었나’에서 가져옴)”고 했다.
유재학 감독은 양동근을 최고의 선수로 성장시키기 위해 "너 많이 게을러졌다. 그렇게 해서 제대로 뛸 수나 있겠냐(스포츠조선 ‘양동근, 통합 MVP 영광 뒤엔 피나는 노력 있었다’ 기사에서 가져옴)”라고 자극하면서도 때론 할 수 있다며 다독였다. 유재학 감독은 2020년 11월 8월 전주 KCC와 경기를 앞두고 서명진 관련 이야기를 하다 양동근 일화를 들려줬다.
“(서명진은) 처음 왔을 때 애였다가 성인이 된 느낌이다. 그런 게 보인다. (이른 프로 진출은) 이게 맞다, 저게 맞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보는 사람마다 각자 자기 생각이 있을 거다. 명진이는 투박한 게 보이는데 이제 시작하는 선수라서 어쩔 수 없다. 당연히 그런 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그런 건 경험하면서 배워야 한다. 5~6일 쉴 때 계속 ‘자존감과 카리스마를 가져라’고 했다. 그게 말로 듣고 바로 실행되는 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가 깨닫고 터득하는 거다. 위축되지 않지만, 자기가 자기에게 실망하는 경우가 보인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거다. 잃을 게 없는 선수니까 막 해도 된다. 성격이 섬세하다. 동근이도 처음에는 그랬다. 첫 시즌 때 찾아와서 1번(포인트가드)을 못 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둘이서 울산 숙소 앞 운동장을 몇 바퀴를 걸으면서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양동근도 “어렸을 때 본 감독님은 굉장히 냉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군대 다녀오고 나서 본 감독님은 많이 부드러워지신 것 같아요. 사실은 원래 정이 많으신데 좀 더 냉정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신 것 같아요. 특히 선수 관리에 있어서는 입신의 경지에 오르신 분입니다. 제가 ‘저 선수는 뭔가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은데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순간에 정확하게 감독님이 지적해 주십니다. 불러서 술 한잔 사 주시면서 ‘이럴 때 이런 기분이 들지 않느냐’라면서 선수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어버리니까 아무 말도 못 하는 거죠. 사실상 전술은 프로팀들이 거의 대동소이해요. 그런데 디테일한 부분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약속된 패턴 플레이를 할 때도 슈터가 슛을 쏘기까지 중간에 다른 선수들이 어떤 움직임을 해야 하는지를 세세하게 그려주시거든요(월간중앙 ‘[정영재 전문기자의 레전드를 찾아서(15)] 전격 은퇴 선언한 프로농구 선수 양동근’ 기사에서 가져옴)”라고 했다.
박유진 LG 코치는 “동근이는 한양대에서 경기를 많이 뛰며 기량이 는 것도 있지만, 유재학 감독님을 만난 게 천운이다”고 했다. 현대모비스에서만 정규리그와 챔피언 6회 등극의 업적을 이룬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은 뗄 수 없는 인연임은 분명하다.
※ 지금 관심은 드래프트에 쏠릴 시점이라 드래프트가 끝난 뒤 #5_2 동료 배려한 미안하다 제스처를 올리겠습니다.
첫댓글
늘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항상 3~4번씩 정독 합니다. 시리즈 모아서 책이나 다큐로 만들면 좋을거 같습니다. 저에게는 조던의 라스트댄스 보는거만큼 울림이 있거든요.
유재학하면 양동근 양동근하면 유재학이 되어버렸네요..ㅎ
부상으로 일찍 선수를 접은 유재학에게 양동근은 어쩌면 자신의 꿈을 대신 이뤄줄 가장 적합한 존재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