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날의 처참했던 모습들을 자세히 썼다가 다 지워 버렸는데
문장이 너무 길어졌고 어제 이미 이야기한 것과 중복이 되기 때문입니다..풍곡에서 태백으로 이르는 길과 호산으로 가는 길도 다 망가져 차가 다닐 수 없습니다.
우리 아랫밭에는 자갈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로부터 한푼의 보상금따위를 받지 못했고 , 군 부대에서 전해 준 50 만원을 받은 것이 전부입니다. 풍곡의 이장은 사방에서 보내온 성금과 물품들을 많이 착복하여 나중에는 고발까지 된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 해 우리는 아무일도 못한 채 1년을 보냈는데 ,다음 해에 또 다시 "매미 태풍"이 불어닥쳐 작년의 루사 태풍때 보다 더 처참하게 망가뜨렸습니다.간신히 찻길을 다시 만들었는데 그것이 흔적도 없이 또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전신주들이 다 넘어졌고 전화선도 다 끊겼습니다.
우리집 아래의 아름답던 구룡소에는 토사로 그 깊은 소가 메워져 옛날의 아름다움이 다 사라졌고 풍곡까지 계곡에는 돌들로 가득 덮혀 흙이나 모래가 한줌도 보이지 않습니다.
나는 언덕에 나와 사방이 돌들로 뒤덮인 장면을 보며,앞으로 살아갈 날이 걱정이 되어 망연자실 하고 의욕을 상실한 채 서 있는데, 어디에선가 `딱딱` 하는 돌과 돌이 부딪치는 소리가 메아리져 들려 옵니다.그리고 그것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뭘까?"
나는 사방을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립니다.
한참 있자니까 저쪽 계곡 한 가운데에서 뭐가 꼼지락 거리는 것이 보입니다.
내가 다가가자 마을에 사는 68세 된 장씨 부인이었습니다.
그는 큰 돌멩이를 들어 땅바닥에 튀어나온 돌들을 내리치고 있는게 아닌가?
"안녕하세요? 형수님? 지금 뭘 하시고 계신건가요?"
나 보다 나이가 많기에 나는 장씨를 형님이라 부르고, 이 할머니를 형수님이라고 전부터 불러왔습니다.
형수님은 나를 보지도 않고 이렇게 말을 합니다.
"야, 길을 다듬고 있어요, 우리 그이가 밤에 오다가 넘어져 다쳤어요."
"아 저런 ! 많이 다치셨나요?"
"아니오 그리 심하지는 않지만. 매일 새벽에 산판일을 하러가는데 (나무를 자르는 일)나무를 자르러 갔다가 밤 늦게 돌아오는데 또 다칠까봐 걱정이예요."
돌들을 옆으로 밀어내고 한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돌출된 돌은 다른 돌로 내리쳐 반반하게 만드는 중입니다.장갑도 없는 그의 손이 엉망 입니다. 나는 그가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을 지켜 봅니다.풍곡까지가 6km인데...
장씨부인은 자녀를 일곱명을 낳아 잘 키워서 지금 다 도시로 나가 일을 하고 있으며,자식들이 생활비를 보내 주는데도 얼마나 일들을 열심히 하는지 사람들이 `일벌레`라고 합니다.
밤에는 마당에 전등을 켜 놓고 밤 늦게 까지 일을 하기도 하고,.그렇게 뼈 빠지게 농사를 지으면 다 자식들에게 주어 버립니다.
어느날 장씨형님은 나에게 자기 부인을 이렇게 칭찬을 합니다.
"내 마누라는 억척이야, 억척이... 자식 일곱명을 잘 키웠고, 자식들이 돈을 보내주며 이제는 그만 일 하고 여행이나 다니라고 해도 하루 종일 일만하는데 지금 저런 여자 없어!"
"딱딱" 소리는 점점 멀어지더니 나중에는 들리지 않습니다.7순이 다 되도록 저렇게 부부가 서로 사랑하는 것을 보며,나는 존경하는 마음이 일었습니다.장씨 부부는 다른이들과 이웃동네 사람들과는 잘 다투기에 인기는 없지만, 부지런히 일 하는데는 아무도 당할 자가 없습니다.
나는 돌들로 가득 덮힌 더덕밭에서 더덕을 찾아 간신히 캐어, 사람들에게 조금씩 팔아 생활비로 사용합니다. 이곳은 등산로가 차단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계속)
첫댓글 참 가슴이 답답한 이야기네요






사람의 발길도 끊기고......
살아갈길이 아득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대전으로 자식들 보낸 것이 참 다행이었네요
가슴아프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셈이되었어요.
아유~ 앞으로 살아 갈길이 막막 하셨겠군요.
그래도 어떻게 지금까지 헤쳐 나오셨는지 다음일이 궁금하네요.
오셨어요? 시냇물1님, 궁금하시지요? 좀 기다려 보세요.
그 아름답던 계곡이 그리 되었다니 정말 안타깝네요. 무분별하게 도로를 만들고 개발을 한것도 하나의 원인이 된것 같습니다. 사실 루사가 그리 메가톤급은 아니라고 했는데도 자연이 그렇게 훼손된것 보면요... 얼마나 참담했을까요. 그런 속에서도 장씨 부인은 정말 "내일 지구가 멸명해도 오늘 나는 사과 나무를 심는다 " 는 말을 실천하시는 분이시네요~^*^
이상할 정도로 이곳을 마치 징벌 하듯이 메가통급으로 변했었어요.
고통을 이겨내는 힘은 주님의 은총이였으리라 믿어집니다.
맞아요.윤정님
등등님, 저는 뭐라고 말할까요. 할 말이 없습니다. 자꾸만 "지난 이야기야" 하는데도 현실같이 느껴 집니다.
남편의 늦은 귀가길을, 돌로쳐서 길을내는 장씨부인은 열녀라고 할까요.
덕풍계곡에는 아마도 착한 아내분들이 사는 곳이어서, 혹시 얄굳은 나쁜 것(?) 이 태풍으로 변해 시샘한 것 아닌가요.
그쵸 감동적인 순애보 입니다.
앞으로 어떤 시련이 잇을지~너무 가슴아프네요~
언제쯤 밝은소식이 올지?
사랑하는 꿈바다님, 님의 영혼이 맑은가 봐요. ^)*
와우 !! 그다음해에 또 매미 태풍이 불어닥첫다니~~~~ 시련의 연속이군요.
남편의 밤 귀가길에 다치치 않도록 돌로쳐서 길을내는 장씨부인은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