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춘삼월(春三月)의 양광(陽光)이 가득한 오후, 촌초(寸秒) 같은 시간을 틈내 글을
쓰면서, 친구라는 이름이 이렇게 다정하게 다가온 적은 처음이란다.
자네가 뜬금없이 보내준 글 ‘묵내뇌(默內腦))’는 어떤 선물보다 값지고 의미가 깊어 아직도 나를 흥분시키고 있다네.
그간 사무실 이사며, 인허가 관계로 분주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일이 있다는 것보다 행복하고 보람된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네.
나는 자네로부터 뜻 깊은 선물을 받고 어떤 의미가 담긴 선물을 해야 될지 심사(深思)를 거듭했다네.
뒤늦게 서예(書藝) 공부를 시작한 자네의 뜻을 꼭 이루라는 뜻으로 ‘유종지미(有終之美)’라는 글을 선사하기로 했네
. 자네가 선물한 ‘묵내뇌’보다는 깊이가 없지만 끝마무리를 잘하라는 격려성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네.
옛말에 '일일지계(一日之計)는 재어인(在於寅)이요, 일년지계(一年之計)는 재어춘(在於春)'이라는
뜻을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시작의 중요성을 가르쳐주는 말이 아닌가.
시작의 시기가 이르면 좋다는 것은 친구도 아는 사실이 아닌가?
그러나 늦게 시작한 것이라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나쁜 결과만을 안겨다 주는 것도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기회를 놓쳐버린 자네에게는 ‘만각(晩覺)’이나 만학(晩學)이라는 단어는 격려와 용기가 될 수 있을 것임을 믿는다.
시작의 가치는 어떤 방법이나 시기에 있는 것이 아니고, ‘용두용미(龍頭龍尾)’란
뜻처럼 어떻게 시작하여 끝맺음을 잘하는지, 갖가지 어려움을 인내로 극복하여
보람찬 결실로 연결 지어 가는지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니 늦게 시작한 공부인 만큼 시작과 끝의 의미를 잘 새겨야할 것이네. 아무튼
지난 실패를 두려워하기는 커녕 그것을 교훈삼아 새로운 꿈을 펼치려는 도전 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단다.
글이란 그 사람의 인품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누구의 벽에 무슨 목적으로
걸리고 누가 읽는냐에 따라그 뜻이 사뭇 달라지고 마는 강한 물신성(物神性)을
생각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무심할 수는 없을 것 같구나.
좋은 글을 남기기 위해서는 결국 좋은 사람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삶을 통찰하고 사색하고 정직하며, 솔직한 마음이 담긴 글을 남기고 싶은 게 만학의 꿈이 아니겠는가?
사람에겐 그 사람 나름대로의 향기가 있다고 할 것이네. 체취가 아닌 인품의 향기 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꽃이 자신의 향기를 맡을 수 없듯이, 내가 어떤 향기를 지녔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자네가 이 못난 사람의 향기를 수시로 느껴보고, 언제나 벌과 나비가 찾아들 수 있도록 꽃길로 인도해주길 바라네.
향기가 무의미함에도 입을 다문다는 것은 친구를 배신하는 일이며, 다음에 몽둥이 세례를 감수해야 될 것이네
친구 자네의 결단력과 용기는 결코 헛된 것이 아닐 것이다. 처음 시작하는 단계가
용솟음치는 출발이었던 만큼 그 끝도 웅장한 피날레가 될 것이라 믿고 싶다네.
하여 찬란한 유종의 미를 거두시기를…
첫댓글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그래요
유종지미란
한번 시작한 말은
끝까지 잘하여 끝맺음이
좋음을 이르는 말이죠...
올려주신 좋은 글에
머물다가 갑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친구에게 보내는 서간문 '유종지미(有終之美)'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수고마노으셨어요.
감사합니다.
활기차고 행운이 넘치는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친구분께 은영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ㅎㅎ
두 분의 깊은 우정이 영원하시기를요 송죽님^^